뇌졸중학회, 뇌경색 골든타임 치료 계획 빠져…뇌졸중 안전망 구축 시급
응급의학의사회, “부실한 인력 확보 방안 등 전형적인 탁상공론” 비판
보건의료노조・경실련, “공공의대・의대정원 확대 등 알맹이 빠진 대책 ”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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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 대책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의료계, 시민단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며 실효성 없다는 지적만 제기됐다. 의료계는 이번 발표에 인력 확보와 재정 지원 등 실질적 대책이 빠져 있다며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등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중증·응급, 소아, 분만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가장 먼저 주요 응급질환에 대해 병원 간 순환당직 체계를 시범 도입하고 새로운 건강보험 보상체계인 공공정책수가도 도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입원·수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고난도·고위험 수술에는 수가를 더 지원하며 의료 자원의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로 차등화된 지역 수가도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분만 의료기관에 지역수가를 지원해 운영난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한 후 효과성을 평가해 응급·중증소아 진료 등 타 분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40곳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고 규모도 50~6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위험 심뇌혈관질환자가 골든타임인 2시간 내 고난도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권역심뇌혈관센터 기능을 예방·재활 중심에서 전문치료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진료권 재설정 후 권역심뇌혈관센터 재지정 ▲지역 내 심뇌혈관질환 전문의 중심 네트워크로 협력 체계 구축 ▲병원 간 순환당직 체계 도입 ▲응급환자 이송체계 강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醫, 부실한 인력 확보 방안・구체적인 대책 빠져 실효성 없어

복지부의 이 같은 발표에 의료계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중앙응급의료센터를 기반으로 심뇌혈관질환의 필수 진료를 제공해 최종 치료를 책임지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응급 이송체계를 개편하고자 하는 정부 대책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현재 작동하고 있는 전국 200여 개 급성기 뇌졸중 진료병원을 심뇌혈관질환 치료의 근간이 되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연계하는 방안, 권역심뇌혈관센터의 확충, 권역센터의 부담을 덜어줄 지역센터 설치 방안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의 급성기 치료에 대한 대책 및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뇌졸중등록사업 자료를 확인했을 때 정맥 내 혈전용해술이 필요한 환자의 10%, 동맥 내 혈전제거술이 필요한 환자의 36%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며 “다수 뇌경색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막힌 뇌혈관을 빨리 뚫어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권역심뇌혈관센터 확충을 기반으로 한 뇌졸중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는 “현재 심뇌혈관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권역심뇌혈관센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증응급의료센터가 중증 뇌졸중 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당할 역량이 가능할지 걱정”이라며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기관만 권역심뇌혈관센터로 지정한다고 해서 응급실과 후속진료 간 연계가 강화된다고 할 수는 없기에 중증응급의료센터 확충과 더불어 권역심뇌혈관센터 확충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효과적인 뇌졸중 안전망구축을 위해서는 권역심뇌혈관센터를 근간으로 한 대책과 뇌경색 급성 치료에 대한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며 “학회도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분야 지원을 통해 국민 건강을 위해 전문가 단체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의료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의료 인력 등 인프라가 확보돼 있어야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일 성명서를 내고 “모든 환자를 각 지역에서 최종 치료까지 완결하려면 충분한 자원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상급 의료기관이 언제나 환자를 받을 수 있고 전원과 119 이송이 가능하도록 중환자실은 비어 있어야 하고 수술할 의사는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며 “듣기에는 좋아도 현실적으로는 가능한 방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기능적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취약지역에서 응급의료의 1차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 대신 24시간 진료센터로 기능을 축소하는 방안에는 심각하게 우려된다”면서 “중증응급의료센터에 경증 환자가 방문할 수 있듯이 지역응급의료기관 역시 중증응급환자가 방문할 수 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기능을 확대해야만 상급기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의학과 의사들인 인프라 확충을 위한 인력 확보 방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소아와 산모 진료 지원 대책에선 인프라 확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인 인력 확보 방안이 빠져 있다”며 “의료인력 확보 방안에 피교육자인 전공의 근무시간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것은 현재 정책당국자들이 생각하는 인력수준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 필수의료 대책이야 말로 졸속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효과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며 “현장이 동의하지 않는 탁상공론과 정책은 절대로 성공적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시민단체, 공공의대・의대정원 확대 없는 대책은 ‘팥소 없는 찐빵’

시민단체에서도 의사 인력 확충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진료과의 수가 인상에 불과한 이번 필수의료 지원 대책은 결국 수가가 낮아서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문제라는 일각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알맹이가 빠진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는 핵심 원인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의사 부족 때문임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그런데도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고난도 중증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수요 부족에 대한 대책이 모두 수가 인상으로 점철돼 채워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야간, 휴일당직, 장시간 대기 등 필수의료 분야 인력의 업무 부담이 높아지는 이유가 의사인력 부족 때문인데도 정부는 수가인상 보상책만 제시할 뿐 업무 부담과 노동 강도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지불제도 개편과 의사인력 확충 방안이 포함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정과의 수가 인상만으로는 의사인력 부족과 진료과목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그간 실패의 경험으로도 명확해졌다”며 “의사 수 확대와 진료과목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기피 진료과에 대한 지원과 근무여건 개선 등 의사인력 공급확대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행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번 대책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의사에게는 특혜 종합선물을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역 필수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실련은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모든 의료가 필수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중증·응급 분야와 분만·소아진료 중심의 필수의료 지원 대책만 발표했다”며 “이마저도 부족한 의사를 실질적으로 확보할 알맹이는 빠진 땜질 대책으로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기반 강화를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을 저버린 실망스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국민에게는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실효성 없는 대책을 중단하고 의료인 양성제도를 2원화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대정원을 최소 1,000명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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