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 환자 우울·불안 증상 비율, 일반인 대비 2~3배↑
올루미언트, 작년 유럽·미국 잇딴 허가…국내 허가 '임박'

▲ 유토이미지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중증 원형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첫 경구제 옵션이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허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 가운데 원형탈모가 높은 정신 장애 위험까지 동반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원형탈모는 스테로이드 주사제 외에는 치료옵션이 전무하다. 특히 스테로이드 주사제도 효과가 크지 않은 중증 원형탈모 환자는 치료제가 더욱 요원한 상태다.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일한 중증 원형탈모의 경구 치료제 옵션이다. 지난해 유럽의약국청(EMA)에 이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유럽과 미국 허가 직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중증 원형탈모 허가신청이 이뤄진 만큼 이르면 상반기 내에도 승인이 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JAMA dermatology>에 발표된 원형탈모에 대한 연구는 올루미언트의 국내 도입 시기를 주목하게 만든다.

≫ 원형탈모 환자 정신 장애 비율, 일반인 대비 2~3배 높아

이 연구는 우울증 관련 연구 29개, 불안증 관련 연구 26개에 더해 1,099개의 기록까지 포함하는 메타분석(개별 연구결과 통합 통계적 재분석)으로 이뤄졌다. 원형탈모 환자의 우울증과 불안증을 별도로 평가한 최초의 연구라는 설명이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는 우울증에서 1,966명, 불안 장애(주로 공포증, 불특정 장애 및 강박 장애)에서 4만877명, 불안증에서 1,621명이었다.

연구 결과 원형탈모 환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9%, 불특정 불안 장애 비율은 13%로 일반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인구의 우울증 및 불특정 불안 장애 추정치는 각각 3.8%, 7.3%로 확인됐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원형탈모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이 발병할 확률이 38% 높으며 불특정 불안 장애는 51~69% 높았다.

또한 원형탈모 환자가 우울 증상과 불안 증상이 나타날 확률은 더 높게 나타났다. 원형탈모 환자의 37%에서 우울 증상, 34%에서 불안 증상이 있었으며 일반인과 비교하면 각각 2.7배, 3.1배였다.

연구진은 “개별 분석에서 원형탈모 환자의 7~17%가 특정 약물을 포함해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갖고 있었다”며 “또한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경고 징후인 증상을 보였고 장애로 발전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형탈모와 우울 장애 또는 증상, 불안 장애 및 증상 사이의 정확한 연관성은 알려져 있지 않다”며 “피부 장애 환자의 정신 장애 유병률과 증상의 유병률을 더 잘 탐지할 수 있는 다중 평가 연구를 통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국내 옵션,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제뿐…올루미언트 대안으로

정신 장애 비율까지 높게 나타나는 원형탈모는 치료제 옵션이 부족하다.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제 정도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형탈모 치료다.

이런 상황에서 야누스 인산화효소(JAK)를 표적해 류마티스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등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올루미언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속속 허가를 획득하면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의약품청(EMA)에 이어 6월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까지 올루미언트의 성인 중증 원형탈모 적응증을 승인한 것. 중증 원형탈모 치료를 위한 경구제는 올루미언트가 최초다.

올루미언트의 승인은 지난해 3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한 BRAVE-AA1, BRAVE-AA2 연구 결과가 기반이 됐다.

BRAVE-AA1과 BRAVE-AA2는 각각 764명, 546명 참여해 위약과의 비교를 통한 올루미언트의 용량별 효능·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다.

각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36주차에 탈모 중증도 기준 SALT(Severity of Alopecia Tool)의 20점 이하 달성 비율이었다. SALT는 탈모가 전혀 없으면 0점, 모발이 완전히 빠졌다면 100점이 되는 탈모 중증도 평가 도구로 임상 참여 환자는 모두 기준선에서 50점 이상이었다.

연구 결과 BRAVE-AA1의 올루미언트군의 36주차 SALT 20점 이하 달성률은 4mg군이 38.8%, 2mg군 22.8%로 위약군의 6.2%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 BRAVE-AA2에서도 올루미언트 4mg군 35.9%, 2mg군 19.4%, 위약군 3.3%로 나타났다.

두 연구에서 올루미언트군이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는 2.6%에 불과했다.

≫ 올루미언트 국내 허가 임박, 이르면 상반기에도 가능

이 결과는 유럽과 미국에서 올루미언트의 중증 원형탈모 적응증이 빠르게 허가된 배경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BRAVE-AA1, BRAVE-AA2 모두 한국인이 각각 207명, 50명이 참여해 별도의 가교임상이 필요하지 않고 올루미언트가 기존에 류마티스 관절염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 등에서 국민건강보험 급여까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순조로운 허가가 예상된다. 이르면 상반기에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허가가 이뤄진다면 중증 원형탈모에 대한 급여 논의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상한가 기준으로 올루미언트 4mg는 하루 2만636원이다.

이를 임상연구의 기준인 36주간 복용한다면 520만272원의 약제비가 들어간다. 허가 직후 비급여로 사용한다면 전액이 환자의 본인부담금이다.

급여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문제는 발생한다. 현재 중증 원형탈모라는 질병코드가 없기 때문이다. 중증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면 본인부담 비율이 30~50%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급여가 되더라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원형탈모를 치료한다면 본인부담 약제비가 36주에 260만 원까지 나온다.

이 문제는 앞서 유사한 문제를 겪었던 중증 건선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의 선례로 해결 가능하다. 산정특례에 중증 원형탈모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중증을 정하는 기준이나 급여 요건, 산정특례 기준 등은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원형탈모를 겪은 환자 A씨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원형탈모가 갑작스레 나타나 매주 병원을 찾아 환부에 주사를 맞았다”며 “작은 원형탈모임에도 시선에 대한 불편함이 지속됐다. 중증인 경우에는 일상에서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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