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완패로 줄소송 가능성…“시장 판도 흔들 트리거되나”
해외 진출 성과 본격화 K-보톡스…사업 불확실성 확대로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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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장기간 이어져 온 보툴리눔 톡신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1호 기업인 메디톡스가 자사의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국내에서 첫 소송 타깃으로 삼았던 대웅제약에 완벽하게 승기를 잡으면서 여타 보툴리눔 톡신 업체와도 향후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법원 판결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의 판도를 크게 뒤흔드는 트리거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권오석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소송이 제기된 이후 5년여 만에 나온 1심 결과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판매 금지 ▲보톨리눔 톡신 균주 인도 ▲생산된 제품 폐기 ▲400억 원 손해 배상 등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제품을 개발했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을 사실상 모두 인정한 셈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완승을 거둔 메디톡스의 주가는 이날 상한가(29.94%↑)를 기록한 반면 대웅제약과 대웅의 주가는 각각 –19.35%, -12.17%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3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유사한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휴젤의 주가 역시 직접적 영향권에 들며 급락세(–18.17%)를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원 판결이 개별 기업 간의 소송 분쟁을 넘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균주 라이선스를 정식으로 확보한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 업체가 불법으로 취득한 자사의 영업비밀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의심하고 있어서다. 향후 메디톡스와 여타 보툴리눔 톡신 업체의 줄소송이 예상되는 이유다.

실제로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메디톡스와 직접적·잠재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업체들이 당장 사업 측면에서는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단 첫 소송 상대인 대웅제약이 강제집행정지와 더불어 즉각적으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즉 이번 판결로 상당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웅제약이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사건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는 시장 전반의 직접적인 판도 변화는 미뤄질 것이란 얘기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으로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도 지속해 나가겠다”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해 항소심에서 오판을 다시 바로잡고, K-바이오의 글로벌 성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적 공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번 1심 판결의 위력이 당장 구체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우려를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K-보톡스의 신뢰도 하락으로 어렵게 일궈놓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국가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업체들이 최근 해외시장으로 활발하게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 규모를 키우는 핵심 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주하게 된 이번 법원 판결의 후폭풍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메디톡스와 직접적·잠재적으로 소송전이 우려되는 업체들의 경우 사업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진출 과정에 있어서도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이나 각국 규제기관의 허가 절차 등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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