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 수년째 제자리 걸음…1차 치료제 급여 확대 촉구
국민동의청원 재미 본 ‘엔허투’, 적응증 확대 청원 등장
대장암 표적 치료제 비라토비, 약평위 상정・급여화 촉구

▲유토이미지
▲유토이미지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국민동의청원에 고가 항암제의 급여 등재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1회 치료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면서 치료에 제약을 받고 있는 환자들이 절박한 마음에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23일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대장암 치료제 ‘비라토비’와 관련된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먼저 EGFR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1차 치료 급여를 요청하는 청원이 눈에 띈다.

지난 6일 등록된 이 청원은 21일 현재 2만6,589명이 동의해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청원에 꼽히고 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5만 명의 국민의 동의를 받으면 내용에 따라 해당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며 소관위원회는 회부된 청원을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폐기하게 된다.

상당수의 청원이 30일 동안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을 때 보름 동안 2만6,589명의 동의를 받은 타그리소의 1차 치료 급여 요청 청원은 상당히 주목할만 하다는 평가다.

만 6년째 폐암으로 투병 중인 청원인은 “재발 진단을 받고 2021년 11월부터 타그리소를 먹기 시작하면서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복용한 지 약 3개월 뒤 받은 검사에서는 모든 종양이 없어졌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지금은 3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타그리소를 먹으며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타그리소를 폐암 1차 치료에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모든 약값이 고스란히 환자와 환자 가족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한 달에 600만 원씩 1년이 넘는 동안 약값으로만 7,000만 원을 넘게 썼다”고 말했다.

결국 타그리소 약값에 부담을 느낀 환자들은 해외 타그리소 제네릭을 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청원인은 “폐암 환자와 가족들은 암 투병만이라도 버거울 텐데 약값과의 사투로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며 “폐암 환우회 사이트에는 타그리소 약값 부담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고 방글라데시 제네릭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애타게 호소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다. 돈이 없어 암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타그리소가 1차 치료 급여에서 밀려나 있었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했을 지 알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최근 타그리소 제약사에서 다시 한 번 1차 치료 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폐암 환자들이 타그리소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타그리소 1차 급여 승인을 바라고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가약에 대한 급여 요구는 이 뿐만이 아니다.

대장암 표적 치료제인 한국오노약품공업의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의 급여를 촉구하는 청원이 지난 14일 게재됐다. 해당 청원은 21일 현재 3,856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비라토비는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된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로 2021년 8월 처음으로 허가됐다.

이후 지난해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는 비라토비에 대한 급여기준을 설정했으나 해당 약제는 약평위 상정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고 현재까지 비급여 치료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청원인은 “지난해 9월 유전자 검사 결과 BRAF V600E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어 비라토비와 얼비툭스가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라고 확인했다”며 “병원에서 비라토비 진료를 받고 첫 영수증을 받았을 때 치료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달 치료 비용이 1,200만 원, 1년 동안 치료를 하게 되면 1억4,000만 원 이상이 된다”며 “살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에 허가된 약이지만 아직까지 심평원의 약평위에 상정도 되지 않았다”며 “제약사나 심평원의 입장이 있겠지만 BRAF 유전자 변이 환자들의 유일무이한 비라토비로 치료 중인 환자를 위해 조속히 급여화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 엔허투, 품목허가・건강보험 등재 이어 적응증 확대 ‘촉구’

최근에는 국민동의청원에 건강보험 등재를 요구하는 목소리 뿐만 아니라 적응증 확대를 촉구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주인공은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다.

엔허투는 국민동의청원에 청원글 게재 이후 빠르게 품목허가를 받은 바 있으며 지난 3일에는 건강보험 승인을 촉구하는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4일 엔허투의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촉구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삼중음성 유방암 4기 환우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Destiny breast 연구가 획기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가장 중요한 핵심 이유는 엔허투가 HER2 유방암 환자 뿐 아니라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게도 똑같이 아주 좋은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통계적으로 전체 유방암 환자 중 15%만이 HER2 유방암 환자인데 반해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65%”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유방암 환자에서 HER2 유전자가 발현되는 80% 환자 중 15%는 엔허투의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반해 나머지 65%의 환자는 엔허투의 치료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학계에서 명백하게 증명됐고 또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임상에서 처방되고 있음에도 단순 행정 절차의 지연으로 처방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이 명백하게 밝혀졌음에도 국내에 신약이 도입되기까지는 미국, 유럽에 비해 1년 이상 더 걸리는 것 같다”며 “엔허투는 HER2 유방암 환자에게 빠르게 승인됐던 만큼 신속히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게도 처방하는 것이 검토 및 승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