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적자에도 연구개발비 증가세…작년 사상 첫 400억 돌파 유력
임상 순항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2~3년 내 기업가치 끌어올릴 비기

▲ 제일약품 본사 전경(제공=제일약품)
▲ 제일약품 본사 전경(제공=제일약품)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제일약품이 어려운 대·내외 사업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을 지속·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영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 증액 기조를 유지하고, 올해 임원 승진 명단에 R&D 관련 인력을 대거 포함시킨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연구개발 강화가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군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적지 않은 만큼 임상이 성공적으로 진척될수록 고착화돼 있는 제일약품의 가치 평가 기준도 조금씩 변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제일약품이 연구개발 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1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연구개발비에 390억 원을 집행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역시 3분기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연구개발비에 381억 원을 투입, 사상 첫 400억 원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투자 확대뿐만이 아니다. 올해 임원 승진자 명단에 R&D 부문 인력들을 대거 포함시키며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한 체질 개선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드러냈다.

이처럼 제일약품이 연구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배경에는 불안정한 실적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체 매출에서 도입 상품의 비중이 워낙 커 마진율이 낮은 데다 파트너사와의 판매 계약 종료라는 잠재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제약사 매출 순위 1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도 그간 시장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즉 투자자를 끌어들일 만한 신성장 동력을 장기간 제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제일약품은 2020년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설립하며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연구개발 성과를 토대로 퀀텀점프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JP-1366’, 뇌졸중 치료제 ‘JPI-289’ 표적항암제 ‘JPI-547’ 등을 개발하고 있는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코로나19 성과 부재로 장기간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이 고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리즈A,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잇따라 성공하며 460억 원을 확보했다.

현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신약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JP-1366이다. 임상 3상에 진입해 있어 개발 속도가 빠른 데다 상용화 이후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JP-1366이 성공적으로 출시된다면 제일약품의 주력 캐시카우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P-CAB 제제를 보유한 업체가 HK이노엔(케이캡)과 대웅제약(펙수클루) 단 두 곳에 불과한 데다 처방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여서 후발주자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HK이노엔의 케이캡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장에 진입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출시 6개월 만에 120억 원에 육박하는 누적 처방액을 기록하며 곧바로 이 회사의 주력 품목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지난해 초 제일약품이 신설한 글로벌 사업본부도 연구개발 성과를 기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약의 개발 및 기술 수출과 도입,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모두 총괄하는 조직이라 내부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중장기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증권가 관계자는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에 불어닥친 혹한기 속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것은 모회사인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의지와 역량, 상용화 가능성 등에 대해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신약의 임상이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외형 대비 저평가 기조가 짙었던 제일약품의 기업가치도 향후 2~3년 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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