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I 집중 투자로 사업 경쟁력 강화…5년 만에 연매출 2000억 ‘재돌파’
본격 개화기 접어든 리보핵산 치료제 시장…중장기 사업 전망도 ‘맑음’

▲ 에스티팜 반월공장 전경(사진제공=에스티팜)
▲ 에스티팜 반월공장 전경(사진제공=에스티팜)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에스티팜이 공격적 투자로 구축한 차세대 성장 동력이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주력 사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의 글로벌 수요가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늘면서 사업 실적이 매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C형 간염 치료제 원료의약품 수요 급감으로 인한 실적 쇼크 이후 수년간 진행해 온 사업 체질 개선 작업이 제대로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에스티팜이 지난해 2,493억 원(연결 기준 잠정 실적)의 연매출을 올리며 2017년 이후 5년 만에 2,000억 원 고지를 재탈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88억 원을 기록, 모처럼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에는 올리고핵산 치료제의 원료의약품(API)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위탁생산 사업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빅파마의 고지혈증 치료제(노바티스 렉비오 추정)의 상업화 물량을 비롯해 여러 임상 및 상업화 규모 시험생산(PPQ) 수주 등이 늘어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중장기 사업 전망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올리고핵산 치료제가 기존에는 희귀질환 중심이었지만 점차 만성질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향후 글로벌 원료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에스티팜이 현재 원료를 공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1~2개가 추가로 상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도 에스티팜의 실적 고성장을 기대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에스티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사업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어 상업화에 성공한 올리고핵산 치료제가 확대될수록 그 수혜는 직접적이고 상당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실험실에서 소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만 미들 스케일을 넘어 상업화 규모로 수율, 품질,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면서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전 세계에서 3곳 정도에 불과해서다. 기술 진입 장벽도 높아 후발주자들이 쉽사리 뛰어들기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 에스티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 공장은 전 세계 최초로 바이오가 아닌 제약 콘셉트로 지어져 경쟁사와 달리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합성 전 단계인 모노머까지 일괄 생산이 가능하다. 때문에 중간 마진을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은 물론 공급의 안전성, 연속성, 빠른 납기일, 품질의 균일성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사업을 기반으로 한 에스티팜의 실적 성장세가 본궤도에 올랐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고지혈증 치료제(렉비오)의 글로벌 시장 침투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데다 아직 상업화에 성공한 치료제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우에 그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제 렉비오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업계에서는 렉비오가 고전하고 있는 원인으로 정맥 주사제형의 특성과 이 약을 주로 처방하는 심장 내과 전문의에게 익숙하지 않은 청구 및 상환 절차 등을 꼽고 있다.

기존 경구제 및 PCSK9 저해제는 자가 투여가 가능하고, 병원에서 처방전을 내고 약국에서 재고를 관리하는 구조다.

반면 렉비오는 적은 투여 횟수(1년에 2회)라는 확실한 강점이 있지만 정맥 주사제라 처방 병원은 HCP(Healthcare Professional, 의사, 간호사)와 병상을 갖춰야 하고, 직접 약을 구비해 놓고 있어야 한다. 즉 예산이 빠듯한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개발사인 노바티스가 투여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1차 병원들이 AIC(Alternative Injection Center)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청구 및 상환 절차도 시간이 지나면 의료진에게 익숙해질 수 있는 만큼 렉비오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렉비오가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46억4,4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한 노바티스의 만성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 역시 렉비오와 마찬가지로 출시 초기 느린 시장 침투를 보였지만 차츰 영향력을 확대하며 초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한 사례가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개화기에 있는 리보핵산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오는 2030년이면 글로벌 시장 규모가 3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출시된 제품이 많지 않고, 상업화된 제품 또한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과정이라 원료의약품 업체의 실적 수혜가 본격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소수에 불과하고,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은 공급자 우위의 과점 시장이라 리보핵산 치료제 라인업 확대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원료의약품 업체의 기업가치도 빠르게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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