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400명 스타틴 용량조절/고강도 용법 추적 결과
비스타틴 넥스레톨, 스타틴 불내성 환자에 효과 확인
MSD 경구 PCSK9, 2상서 LDL-C 강하 효과 입증…기대감↑

▲ 사진출처=ACC.23/WCC 공식홈페이지
▲ 사진출처=ACC.23/WCC 공식홈페이지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최신 심장질환 연구를 한 자리에 모은 ACC.23/WCC 연례학술대회가 이달 초 막을 내렸다. ACC.23/WCC 연례학술대회는 미국심장학회(ACC)와 세계심장학회(WCC)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올해로 19년 된 글로벌 최대 규모 심장학 학술대회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심장과 관련된 치료법과 의료기기, 약물을 망라한 4,160개였다. 학술대회에 제출된 연구 결과는 6,603개로 지난해 대비 24% 증가했고 2004년 이후 최다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인 만큼 발표 내용에 학계는 물론 산업계, 증권가까지 시선이 쏠렸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약물에 대한 새로운 결과는 다양한 연구 사이에서도 관심이 컸다.

이번 ACC.23/WCC에서 주목할 만한 약물 관련 연구 결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 <메디코파마뉴스>는 학술대회를 달군 약물 관련 발표를 모아봤다.

≫ 한국인 4,400명 대상 스타틴 용법별 무작위 비교 연구 결과

학술대회 마지막 날인 6일(현지시간) 오후 세션에는 국내 연구진의 발표가 글로벌 심장 전문가들의 시선을 끌었다.

LODESTAR로 명명된 이 연구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대표적인 LDL-콜레스테롤 강하제인 스타틴의 사용법에 따른 비교 결과를 살폈다. LDL-콜레스테롤 농도에 따라 스타틴 용량을 조절한 그룹과 고강도 스타틴을 지속한 그룹의 차이를 분석한 것.

조절 그룹은 LDL-콜레스테롤 수치 50~70mg/dL을 유지하도록 스타틴 용량을 조절하는 방식, 고강도 스타틴 요법은 2013년 ACC/미국심장협회(AHA) 공동 가이드라인에 따라 LDL-콜레스테롤을 최소 50% 이상 낮출 때까지 고강도 스타틴으로 치료하는 방식이다.

연구에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12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관상동맥질환 환자 4,400명이 포함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평균 연령은 65.1세였으며 여성 27.9%로 구성됐다. 참여 환자는 조절 그룹과 고강도 그룹으로 2,200명씩 1:1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는 3년 1차 목표점은 주요 심장 및 뇌혈관 사건 발생(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관상동맥 재생술) 비율이었으며 2차 목표점은 연구 시작 후 발병한 당뇨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부정맥 혈전증 또는 폐혈전 색전증 등이었다.

3년 추적관찰 결과 두 그룹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행 가이드라인 치료와 스타틴 용량을 조절하는 치료가 유사하다는 결과다.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6주까지 고강도 스타틴 그룹이 더 낮았지만, 이후 수치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3년 차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고강도 스타틴 그룹이 68.4mg/dL, 조절 그룹이 69.1mg/dL이었다.

1차 평가변수인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비율은 고강도 스타틴 그룹이 8.7%, 조절 그룹이 8.1%로 나타났다. 조절 그룹이 절대적 수치에서는 더 나은 결과를 얻으며 비열등을 확인한 것. 이 결과는 하위그룹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발표를 맡은 홍명기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이번 연구는 스타틴 조절군과 고강도 스타틴군의 3년 임상 예후를 비교한 첫 무작위 연구”라며 “스타틴의 개인 약물 반응을 고려해 맞춤 치료를 진행하는 조절 전략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 LDL-콜레스테롤 강하제 벰페도익산, 스타틴 불내성 환자에 효과 확인

스타틴 계열이 아닌 새로운 경구용 LDL-콜레스테롤 강하제로 떠오르고 있는 벰페도익산(Bempedoic Acid)에 대한 새로운 결과도 4일 오전 세션에서 다뤄졌다.

벰페도익산은 에스페리온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ATP 구연산 리아제 억제제 계열의 약물로 지난 2020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국청(EMA)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제품명은 넥스레톨.

지난해 9월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허가를 획득하고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 허가용 개발은 에스페리온이, 판매는 다이이찌산쿄에서 맡고 있다.

이번 ACC.23/WCC에서는 스타틴을 사용할 수 없는 불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벰페도익산과 위약을 비교하는 방식의 CLEAR outcome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에는 총 1만3,970명의 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고위험군 환자에 포함됐다. 벰페도익산 그룹에는 6,992명, 위약 그룹에는 6,978명이 배정됐다. 연구 시작 당시 평균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두 그룹 모두 139.0mg/dL였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관상동맥 재생술의 첫 발생이었다.

중앙값 40.6개월의 추적 결과, 벰페도익산 그룹에서 1차 평가변수 발생은 819명으로 11.7%, 위약 그룹은 927명으로 13.3%로 나타났다. 벰페도익산으로 치료할 때 1차 평가변수 발생률이 13% 줄어든 것.

또한 연구 시작 6개월 후 벰페도익산 그룹의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21.1mg/dL 감소하며 위약군의 0.8mg/dL에 비해 큰 효과를 보였다.

부작용에 있어서는 통풍 및 담석증 발생률이 벰페도익산 그룹에서 3.1%, 2.2%로 위약 그룹은 2.1%, 1.2%로 소폭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타틴 불내성 환자를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심혈관계 질환 고위험군 환자에게 스타틴을 대신할 효과적인 대체요법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스타틴 불내성 환자에게 벰페도익산을 사용하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MSD 경구 PCSK9, 임상 2상서 위약 대비 LDL-콜레스테롤 수치 40~60%↓

당장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보이며 기대감을 높인 약물도 있다. MSD가 개발하고 있는 경구 PCSK9 후보물질 MK-0616가 임상 2상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6일 오전 세션에서 내놓은 것.

LDL-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PCSK9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해 LDL-콜레스테롤의 재사용률을 높이는 PCSK9 억제제 기전은 암젠의 레파타(성분명 에볼로쿠맙), 사노피의 프랄런트(성분명 알리로쿠맙) 등이 이미 제품으로 나와 있다.

스타틴 등 기존 약물로 LDL-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PCSK9 억제제는 강력한 효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기존 제품은 주사제형으로 2주마다 피하주사가 필요하다.

이는 PCSK9 억제제 기전이지만,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제로 개발 중인 MK-0616가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에 공개된 MK-0616-008 연구는 임상 2b상으로 4가지 MK-0616 용량(6mg,/12mg/18mg/30mg)과 위약을 비교했을 때 8주 차에 LDL-콜레스테롤 백분율 변화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에는 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발생 위험이 높은 고수치 LDL-콜레스테롤 환자 381명이 참여했다. 전체 참여 환자의 60%는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평균 연령은 62세, 여성 49%로 구성됐다.

연구 결과 8주 차 LDL-콜레스테롤 수치 감소는 4가지 용량 모두 위약군에 비해 40% 이상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6mg 그룹이 41.2%, 12mg 그룹 55.7%, 18mg 그룹 59.1%, 30mg 그룹 60.9%였다. 이 효과는 2주 차부터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하위그룹에서도 일관됐다.

연구진은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이드라인 권장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MK-0616이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더 낮춰야 하는 환자의 치료 방식을 바꿀 최초의 경구 PCSK9 억제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강화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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