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소아진료 포기 등 작별인사…사실상 폐과 ‘선언’
일반 의대와 분리한 소아과 전문 의대 설립 청원도 등장
“공공전문의 양성 및 국립소아과 시범사업 후 본사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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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폐과를 선언한 가운데 공공 소아과 전문의 양성을 위한 관련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국민동의청원이 등장했다. 정부가 직접 소아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한편 국립소아과의원을 직접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소청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을 고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지난 5년 동안 소청과 의원 662개가 경영난으로 폐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 상태”라며 “더 이상 소청과 전문의로서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만큼 이제는 간판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소청과 의원들이 폐과를 선언한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소아청소년과를 지탱하던 예방접종은 정치인들의 마구잡이 선심 속에 100% 국가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됐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시행비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려서 유일한 소아청소년 비급여였던 예방접종은 아예 없어졌다”며 “심지어 올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 장염 백신은 소청과에서 받던 가격의 40%만 받게 질병청이 강제화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최근 필수의료대책,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문제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많은 회의를 했고, 지난 7년 동안 소청과 회장 임기 동안 한 회의가 100번이 넘는다. 하지만 정부부처 특성상 연구사업 등을 제안한 실무자는 바뀌는 것이 부지기수고, 다행히 정책이 추진되는 듯 싶다가도 기재부의 반대에 직면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소청과 의사들은 다른 요양병원으로 갔거나 내과진료를 한다든가 통증클리닉으로 빠지는 사례가 많다”며 “의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 상태로 머무르면 폐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으로 회원들의 중지를 모았다”고 말했다.

≫ 정부 주도 공공소아과전문의 양성 및 국립소아과의원 운영 국민청원 등장

소청과의사회의 이 같은 선언 이후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공공 소아과 전문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입법과 시범사업에 관한 청원’이 등장했다.

수도권 인근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청원인은 지난 3일 정부가 ‘소아과 전문의 양성을 위한 전문 의대’를 따로 설립해 공공 소아과 의사를 늘려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게재했다.

청원인은 “현재 이 지역의 모든 소아과는 1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조금만 늦게 가면 접수가 마감돼 접수 자체가 안 된다”며 “저 역시 직장인인지라 아이가 아프면 가능한 일찍 퇴근해서 병원을 가는데도 항상 접수 마감에 아슬아슬하다”며 “이 뿐만 아니라 1시간은 기다려야 진료를 볼 수 있다. 아이 데리고 병원 갔다 오면 저녁시간이 다 지나가 버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13세 아이가 쓰려졌는데 병원에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13곳의 병원을 전전한 후에야 뇌출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기사가 나왔다”면서 “여기에 더해 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 비보험 진료도 적고 진료비가 낮아 수익이 없기 때문에 힘들다며 소청과를 폐과한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아과 평균 임금은 연 1억3,474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사 평균 2억3,690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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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턱없이 ‘부족한’ 일손…“소아과 전문의 양성책 ‘구축’ 시급”

국내 소아과 전문의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오채연 고대안산병원 소아외과 교수와 오상훈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21년 대한의학회지에 공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별 15세 미만 소아 100만 명당 소아외과 전문의는 7.16명으로 미국(20.5명), 영국(30.1명), 독일(24.1명), 프랑스(19.8)명, 이탈리아(51.8명), 일본(38.7)명, 핀란드(105.2명)와 비교했을 때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청원인은 “이렇게 부족한 상황에서 올해 소아과 전공의 199명을 모집하는데 총 33명 지원, 정원의 16.6%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현 의대생의 전공 선택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연봉 1억~5억 원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누가 가장 연봉이 낮은 곳으로 가겠나. 전공의 선별 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한 국민, 의사, 정부 모두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공공소아과전문의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소아과는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폐과하는 상황이지만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은 아직 많다”며 “일반 의사들은 소아과 전공을 기피하고 있는 만큼 일반 의대랑 분리해 신입생이 입학할 수 있는 ‘소아과 전문의 양성을 위한 전문의대’를 따로 설립해 공공 소아과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공공 전문의인 만큼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 수여, 졸업 후에는 공공의료기관 또는 국가가 운영하는 소아과의원에서 근무토록 해 국가에서 소아 의료를 책임져야 한다”며 “공공 소아과 전문의들에게 주 45시간 ‘기초연봉’ 1억2,000만 원을 보장해야 한다. 연봉 1억2,000만 원이면 직장인 소득 상위 3% 정도가 되니 대입시험에서 기존 의대와 비슷하거나 바로 밑에 커트라인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예과 과정을 줄이거나 군복무 등에 특혜를 주는 등 의대와 달리 적절히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면 훨씬 뛰어난 학생들이 몰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청원인의 설명이다.

청원인은 “시급한 소아과에 한해 국가가 처음부터 공공소아과전문의를 양성해 국립소아과의원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며 “ 공공소아과전문의대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야간, 주말 소아과 운영도 좀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법사업이 잘 되면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다른 소외과들도 점차 확대해 달라”며 “이와 함께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의사들과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지방 공공의대 논의도 이제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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