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법원,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파기환송 첫 공판
검사, 피해자 진료 의사·영상의학과 증인 신문 신청
이필수 의사협회장, 대법원 앞 1인 시위…재판부 현명한 판단 촉구

▲이필수 회장은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함게 대법원 앞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며 1시간 여 동안 1인 시위를 벌였다. (왼쪽부터 김교웅 위원장, 이필수 회장)
▲이필수 회장은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함게 대법원 앞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며 1시간 여 동안 1인 시위를 벌였다. (왼쪽부터 김교웅 위원장, 이필수 회장)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의료계 최대 화두 중 하나였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이 시작되자 의료계가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거나 사실관계가 뒤집히지 않는 이상 대법원의 판결을 바꾸기 힘든 만큼 이번 재판에 총력을 쏟아 바꾸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재판장 이성복)는 지난 6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의사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A 원장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 B씨를 초음파로 68회에 걸쳐 신체 내부를 촬영했지만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하고 놓쳤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A 원장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 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한의계의 손을 들어줬다.

한의사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한의계는 적극 환영하며 2023년을 한의사 현대 진단기기 사용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반면 의료계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삭발까지 단행하며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후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면서 현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파기환송심 첫 번째 공판이 열리면서 의료계와 한의계 대립은 다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 1인 시위에 나선 이필수 의협 회장 “국민 생명・안전 위한 현명한 판단 기대”

포문은 이필수 의사협회장이 열었다.

이필수 회장은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대법원 앞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며 1시간 여 동안 1인 시위를 벌였다.

이필수 회장은 이번 사건을 총 68회에 걸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한 사례라고 규정했다.

이 회장은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섣불리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환자의 질환을 추정하는 것은 환자의 진단 시기를 놓쳐 질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초음파 진단기기 자체는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다소 낮다고 해도 비전문가의 초음파 사용은 환자에 대한 오진 가능성을 현저히 높이고 결국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게 해 사회 전반의 공중 보건위생상 심각한 위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의료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유효성·효과성이 입증된 방법으로 필요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무자격자와 무면허자가 제대로 된 교육이나 경험 없이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파기환송심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회장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비상식적인 판결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큰 위해가 예상된다”며 “의사협회는 국회와 정부에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절차와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의사들이 이번 판결을 빌미삼아 의과 의료기기 사용을 통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A 원장 의료법 위반 혐의 입증 의지 밝히는 檢,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 증인 신청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담당 검사는 대법원 판단이 바뀐 만큼 ‘보조적 진단 수단’ 여부와 ‘공중보건상 위해 발생’ 여부 입증을 위해 증인 신문을 신청했다.

검사는 “대법원 판단이 변경되기 전에는 종전에 확립된 범위가 있어 검찰에서 입증할 게 없었다”며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범위가 변경되면서 한의사가 보조적 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을 때 환자 건강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을 새롭게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검사는 이 사건의 피해자를 진료한 보라매병원 담당 주치의에 대한 증인 신문을 신청하는 한편, 검찰이 제시한 쟁점을 입증하기 위해 영상의학과 분야 권위자에게 사실조회를 할 계획이다.

이에 재판부는 오는 20일 2차 공판을 열고 검사 측 증인 신청에 대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검찰이 A 원장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향후 열리는 공판에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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