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적응증 따라잡은 테즈스파이어, COPD 개발도 뒤따라
듀피젠트 COPD 임상 3상 성과…연매출 11조에 플러스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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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사노피가 개발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시장 독식에 금이 가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에 이어 천식 분야에서도 후발 주자의 도전이 시작된 것.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아토피 피부염 시장에 이어 천식 시장에서도 듀피젠트 시장에 대한 후발 주자의 도전이 시작됐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암젠의 테즈스파이어(성분명 테제펠루맙)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듀피젠트는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치료제 중 하나다. 사노피의 매출보고서에 따르면 듀피젠트의 2022년 글로벌 연매출은 한화로 11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국내에서도 2018년 허가 후 2020년에는 국민건강보험까지 적용되며 지난해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연매출 1,000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듀피젠트의 성장은 그간 난치의 영역에 있던 분야에서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에서 유일한 생물학적 제제 옵션으로 등장하며 시작됐다. 이후 천식과 만성 비부비동염(축농증)에서도 적응증을 획득하며 독점적 위치에 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SU)와 만성 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한 임상 3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며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시장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후속 약물의 도전도 거세다. JAK 억제제와 후발 인터루킨(IL) 억제제가 시장에 진입한 아토피 분야는 물론, 천식 분야에서도 테즈스파이어가 미국·유럽 등 빅마켓에서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 천식약 테즈스파이어, 미국·유럽 제형 변경…듀피젠트와 본격 경쟁 돌입

2018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듀피젠트의 중증 천식 적응증을 승인했다. 졸레어(성분명 아말리주맙), 누칼라(성분명 메폴리주맙), 파센라(성분명 벤라리주맙) 등 생물학적 제제가 천식 분야에서 이미 승인돼 있었지만 각각 알레르기성 천식, 호산구성 천식 등으로 적응증 제한이 있었다.

듀피젠트의 적응증은 중증 호산구성 천식과 경구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의존성 중증 천식을 포함하는 제2형 염증성 천식으로 규정되며, 기존 치료제 대비 넓은 대상 환자에게 투여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천식 분야에서 듀피젠트의 위치는 테즈스파이어의 등장으로 균열이 생겼다.

테즈스파이어는 흉선 기질상 림포포이에틴(TSLP)이라는 염증 관련 신호물질을 차단해 연쇄반응을 막는 기전이다.

중증 천식 환자 1,059명이 참여한 임상 3상인 NAVUGATOR 연구에서 테즈스파이어는 위약 대비 연간 천식 악화율이 56%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다양한 하위그룹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FDA는 2021년, 유럽의약국청(EMA)는 2022년 각각 테즈스파이어의 중증 천식 적응증을 승인했다.

최근에는 자가주사가 가능한 펜 제형의 미국·유럽 승인도 이뤄졌다. 듀피젠트와 달리 병원 방문이 필요했던 단점을 보완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현재 테즈스파이어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 중국에서도 승인돼 있다. <메디코파마뉴스> 취재 결과, 국내 승인 신청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발표한 2023년 우선 도입 1순위 약물에도 테즈스파이어가 포함돼 있는 만큼, 빠른 허가가 기대된다.

≫ 듀피젠트 COPD 임상 3상 호조, COPD 추격도 테즈스파이어 ‘주목’

이 가운데 듀피젠트가 COPD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COPD는 시장 규모는 크지만, 현재 생물학적 제제 옵션이 전혀 없는 분야다.

사노피는 최근 듀피젠트의 중등도~중증 COPD 치료제 가능성을 살핀 임상 3상 BOREAS 연구에서 1차 및 주요 2차 평가변수를 만족했다고 발표했다.

BOREAS 연구는 최대 표준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제2형 염증 반응 COPD 환자 939명이 참여해 위약, 흡입 지속형 베타 작용제, 흡입 지속성 무스카린성 길항제,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연간(52주) 급성 COPD 악화율의 위약 대비 유의한 감소였으며 2차 평가변수는 12주 차 기관지확장제 사용 전 FEV1 폐기능검사 결과 변화, 52주 차 호흡기증상점수(SGRQ) 변화, 52주 차 SGRQ 4점 이상 개선 비율 등이다.

발표에서 사노피는 듀피젠트군을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1차 평가변수와 주요 2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중등도~중증 COPD 악화는 30% 감소했으며, 12주 차 폐기능은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데이터는 향후 열리는 과학 포럼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사노피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듀피젠트는 중등도~중증 COPD에 사용되는 첫 생물학적 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규모도 큰 만큼 현재의 글로벌 매출이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노피는 듀피젠트의 BOREAS 결과를 발표하며 “조절되지 않는 COPD 분야는 불행히도 많은 연구가 결과를 입증하지 못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라며 “듀피젠트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잠재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임상 결과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COPD 분야에서도 후속 약물의 추격은 이뤄지고 있다. COPD 분야에서도 듀피젠트를 추격하는 대표적인 약물이 테즈스파이어다.

테즈스파이어는 2019년 COPD 적응증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 또한 중등도~중증 COPD 환자 337명을 대상으로 미국·유럽은 물론 한국 등 91개 기관에서 무작위, 이중맹검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말이면 해당 임상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상 2상이지만 결과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 가능성도 있다.

다만 결과를 도출한 듀피젠트와 달리, 누칼라·파센라 등 앞선 생물학적 제제들이 COPD 분야에서 번번이 실패했던 사례가 있어 테즈스파이어의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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