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국내 빅6 제약기업 2022년 4분기 실적 분석⑥
해외 시장 확대 ‘기대’…중국·동남아 등 매출 증가 청신호
암·간·자가면역 파이프라인 대기 중…포스트 케이캡 ‘주목’

▲ HK이노엔 본사 전경
▲ HK이노엔 본사 전경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국내 대형제약사들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받아들었다. 기업별로 조금씩 희비는 갈렸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HK이노엔은 공존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의 성장을 바탕으로 실적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각사 공개된 실적 및 증권가 자료를 근거로 국내 주요 대형제약사 6곳의 지난해 4분기 성적을 해부하고 올 실적을 전망했다. 이번 여섯 번째 편에서는 HK이노엔의 매출과 영업이익, 연구개발 현황을 들여다 봤다.

올 HK이노엔 케이캡의 중국진출 및 경쟁 제품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성분명 보노프라잔)의 미국 판매 지연에 따른 반사적 수혜 가능성에 따라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보다 10% 성장한 8,465억 원을 기록, 사상 최대 매출로 외형을 키우고 영업이익은 4.4% 늘어난 525억 원을 기록하면서 호성적을 냈다.

앞서 2014년만 해도 이 회사의 매출은 당시(舊 CJ헬스케어) 3,295억 원에 불과했다. 이후 4년 뒤인 2018년 4,907억 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했는데 이후 또 4년 만인 지난해 8,465억 원을 기록하면서 73%나 성장했다.

이 같은 속도라면 내년에는 1조 원 매출에 도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작년 4분기 실적으로만 좁혀보면 매출액은 2,163억 원으로 3.3% 성장하며 비교적 선방한 성적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84억 원으로 전년(173억 원)보다 절반 가량 감소했다.

이는 케이캡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 반영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풀이된다. 파트너사 계약 종료 가정 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지불의무부채(77억 원) 및 사용량 약가연동과 관련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환급금(41억 원)을 지급수수료로 추가 인식하면서 케이캡 일회성 비용으로만 118억 원이 반영돼서다.

HK이노엔의 지난해 성장세에는 ETC(전문의약품)와 HB&B(건강기능식품·화장품·음료) 부문에서의 고른 매출 성장이 작용했다. 회사 전체매출에서 이들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ETC 90%, HB&B의 매출 비중은 10% 선이다.

실제로 ETC에서는 케이캡의 작년 연간 누적 판매고는 전년(785억 원)보다 15.4% 성장한 905억 원을 기록하면서 내수에서 회사 성장을 견인했다. 이와 함께 케이캡의 글로벌 완제 수출과 중국에서의 첫 로얄티 수익도 인식되면서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건립비로 1.000억 원을 투입한 오송 수액 신공장이 지난해 본격 가동되면서 수액 매출로 전년보다 15.8% 성장한 837억 원을 기록한 점도 성장을 거둔 이유다.

MSD 백신 판매고도 2,000억 원을 넘기면서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4분기 매출은 7월 ‘가다실’의 판매가 인상요인 등으로 3분기 매출(289억 원)보다 52% 대폭 늘어난 493억 원을 기록했다.

앞서 회사는 2020년 한국MSD와 ‘조스타박스’, ‘가다실’ 등 블록버스터 4개 품목을 포함한 총 7개 백신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해 2021년부터 시판하고 있다.

HB&B 부문에서는 이 회사의 간판 품목인 숙취해소 음료 ‘컨디션’이 6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컨디션은 1992년 제품 출시 후 30여 년간 숙취해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다. 현재 시장 점유율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앞서 2021년 컨디션의 매출은 385억 원에 그쳤던 만큼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수혜 효과가 올해도 기대되는 이유다.

≫ HK이노엔, 올 실적 ‘맑음’…케이캡 中 시장 ‘선점’ 기대

▲ 케이캡 제품사진
▲ 케이캡 제품사진

주목되는 점은 고공 성장에 진입한 HK이노엔의 실적 전망이 올해도 밝다는 점이다. 2023년을 기점으로 내년엔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일단 케이캡의 성장세가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먼저 내수에서는 올 1월 P-CAB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유일하게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적응증을 보유한 케이캡정 25mg 신제품 출시에 따른 처방 증가 확대가 예상된다.

케이캡 글로벌에서는 중국발 수혜가 점쳐진다. 케이캡(중국 브랜드명 타이신짠)이 지난 1월 중국의료보장국이 발표한 국가의료보험의약품 목록(NRDL)에 등재되면서 올 상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약 2년간 보험 급여적용을 받게 돼서다. 이는 비급여 출시 1년도 안돼 이뤄낸 성과다.

현재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P-CAB계열 제품은 케이캡과 다케캡(성분 보노프라잔) 뿐이다. 다케캡은 중국 임상 없이 수입의약품으로 현지에서 판매 중이며, 케이캡은 실제 중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중국 약가 등재는 곧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큰 폭의 매출 증가 및 로얄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지 파트너사는 올해 약 2,000억 원의 판매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케이캡은 동남아 및 남미지역으로 품목 허가국을 늘리면서 완제품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올해 들어 브라질과 멕시코의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35개국에 진출이 가능한 상태다. 현지에서의 시판 진행 속도에 따라 어느 순간 해외 수출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케이캡은 미국 임상 3상이 2024년 1월(NERD, 비미란성 식도염)과 6월(EE, 미란성 식도염) 종료예정으로 2025년 하반기부터는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유럽 파트너사와의 라이선스 아웃도 연내 체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경쟁 제품인 다케다의 다케캡은 생산 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 불순물 발생이 이슈화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보류 중이다. 미국에서의 시판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케이켑의 미국 임상 결과에 따라 반사적 수혜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올 3월부터 처음으로 도입된 로타바이러스의 국가예방접종 사업(NIP)으로 인해 MSD 백신 ’로타텍‘의 판매고 증가도 기대된다. 앞서 지난해 로타텍의 매출은 아이큐비아 기준 약 160억 원 수준이었다.

이외 HB&B 부문에서는 컨디션과 헛개수 등 품목이 코로나 규제 완화에 따른 일상 회복에 따라 숙취해소제 회복으로 매출 확대가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4분기 컨디션은 역대 최대분기 매출인 179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HB&B 사업 부문은 4분기 7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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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케이캡‘에 쏠린 눈…암·간질환·자가면역질환 파이프라인 대기 중

현재 시장의 시선은 실적 상승 전망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회사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파이프라인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암, 간 질환, 자가면역질환 분야의 혁신적인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지속 확보하며 포스트 '케이캡'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것.

주요 파이프라인과 관련해서는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합성신약 후보물질 ’IN-A002‘을 꼽을 수 있다.

이 물질은 2019년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후 서울대병원에서 1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만성 염증 질환을 겨냥한 JAK1단백질의 선택적 억제를 통한 자가면역질환치료제로 동급 최고의 JAK1저해제로 개발 중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치료제(NASH) 신약 후보물질 ’IN-A010‘도 눈여겨 볼 만하다. 현재 유럽 임상 1상을 완료 후 2상을 진행 중이다.

또 항구토를 적응증으로 한 ’IN-A012‘ 합성 신약은 국내 최초 성분에 대한 주사제 개발로 가교 임상을 통해 2021년 말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향후 FDA와 유럽의약청(EMA)의 허가를 득하겠다는 계획이다.

백신 분야에서는 수족구 2가 백신 바이오신약 ’IN-B001‘이 대기 중이다. 현재 이 후보물질은 서울대병원에서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세계 최초 불활화 2가 백신으로 1가 수족구 백신의 한계점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성인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면역원성을 확인한 후, 질환 타깃층인 소아대상 2상 임상시험을 국내 및 중국, 동남아에서 다국가 임상시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HK이노엔의 올해 추정 매출은 많게는 9,300억 원(9%↑), 영업이익은 800억 원(52%↑)대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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