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직회부된 간호법·의료인 면허 취소법, 13일 표결 예고
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 법안 가결시 공동 총파업 투쟁 결의
간호협회, 긴급 기자회견, “의협의 명분 없는 파업, 반헌법적 행태” 지적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의료계와 간호계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공동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국회를 압박했고 간호계는 의사협회의 명분 없는 파업은 반헌법적 행태라고 지적하며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은 오는 1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 단체들은 최근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 총파업 결의를 위한 확대임원 연석회의’를 열고 간호법 본회의 통과시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향후 투쟁로드맵을 확정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13개 단체는 지난 10일부터 각각 임시이사회나 총회 등을 개최해 파업 방법을 논의하는 한편, 각 단체별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지난 7일부터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파업 찬반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는 오는 19일 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 통과될 경우 13개 보건의료연대 단체장은 모두 단식에 돌입하고, 연석회의를 통해 총파업 시기와 방법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어 16일에는 법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17일부터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18일에는 집회를 열 방침이다.

이후 20일에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파업 돌입 관련 논의를 하며 24일에는 대통령실 앞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어 25일에도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13개 단체와 의사협회 비대위는 연석회의를 열고 파업 돌입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6일 보건의료계 총파업이 가능해졌다.

박명하 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은 “간호협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신들만이 홀로 고생했다는 프레임과 간호사 처우를 해결해야한다는 명분으로 간호단독법을 추진했다”며 “이에 현혹돼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여러 보건복지의료직역 중 하나인 간호협회를 방문했을 때 ‘원론적으로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의원들께 잘 부탁을 드리겠다’는 형식적인 발언을 마치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대통령 정책 공약으로 포장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약소직역인 보건복지의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소직역의 영역을 침탈해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이라는 간호사만의 특혜법을 만들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며 “민주노총의 사주를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간호협회의 조직적이고 직역 이기주의 행태에 우리가 강력 저항하고 악법 저지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절실한 저항을 보여주기 위한 전체 총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조직적이고 강력한 표로 입법 독재를 자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연대와 함께 악법저지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결의문을 통해 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공동 총파업을 예고했다.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4월 16일 서울시청 앞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개최해 국민들에게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 폐기의 필요성을 알리고 보건복지의료연대 13개 단체 공동 총파업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악법들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면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대표들은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한편,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호소하며 즉시 13개 단체 공동 총파업 실행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3개 단체 400만 회원이 2024년 총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해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즉각적인 실행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간호협회 “타직역 업무침탈은 의사들의 행태…간호법엔 내용 없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국회를 압박하자 대한간호협회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지적한 사항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간호법 통과를 촉구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10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시점에 의사협회의 가짜뉴스와 비방이 도를 넘고 있다”면서 “간호법은 결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등 타 직역의 업무를 침해, 침탈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사 면허 범위 내 업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타 직역업무 침해, 침탈은 가능하지 않다”며 “현재 타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는 일이 병원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면 이는 병원의 경영자이자 병원장인 의사가 불법적으로 타 직역의 업무 수행을 간호사에게 지시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간호사들을 교사하거나 명령함으로써 간호사의 타 직역 업무침해가 발생하는 게 의료현장의 현실”이라며 “병원장인 의사의 명령(교사) 때문에 발생하는 타 직역 업무침해 현상을 간호법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의사협회의 ‘눈 가리고 아웅’식의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들은 더 이상 없다”고 주장했다.

김영경 회장은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업무 영역 침해를 우려하는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등을 향해 의사협회의 이간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간호사의 구급·응급 업무는 법적 근거(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10조, 시행령 제11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며 간호법과는 관련이 없다” 면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응급구조사 등 약소 의료직역군들이 의협에 동조하며 동일 행보를 보이는 게 보건의료현장의 동료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임상병리사협회, 방사선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의사협회의 분열 획책, 이간질, 국민 기만의 실체를 깨닫고 의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평생을 갑(甲)으로, 강자로 살아온 의사협회가 마치 자신들이 약자인 양 ‘약자 행세(약자 코스프레)’하는 의도를 간파해서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한다”고 의사협회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약소의료직역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하루빨리 ‘의협이 짜놓은 거짓의 그물’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라며 “거짓의 탈을 쓰고 명분 없는 파업을 벌이겠다며 국민과 정치권을 겁박하는 의협은 반 헌법적인 행태를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본회의에서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간호법은 부모돌봄법, 존엄돌봄법, 국민행복법을 지향하며 선진 의료시스템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대국민 호소이자 법안 그 자체”라면서 “간호법에 파업으로 맞서는 의협의 제 밥그릇 챙기기에 동조함은 역사에 길이 남을 ‘허물’이 될 수도 있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선진의료시스템 구축의 토대이기에, 온 국민들이 부모돌봄법인 간호법 제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당정, 첨예한 갈등에 내놓은 간호법 중재안…看 ‘수용불가’ vs 醫 ‘수용’

이처럼 의료계와 간호계가 간호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자 국민의힘은 두 법에 대한 당정 중재안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11일 열린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임상병리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해당 법안의 이해 당사자가 참석했다.

당정은 우선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법안의 제1조(목적) 조항에서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

이어 교육 전담 간호사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기존 의료법에 규정하도록 했다.

또한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종합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간호정책심의위원회 규정을 신설하며 (광역)시도별 간호인력지원센터 설치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을 특성화 고교 간호 관련 학과 졸업 이상으로 변경했으며 간호사 업무와 간호조무사 관련 사항은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기로 했다.

해당 내용은 간호 판단 및 간호, 진료의 보조, 보건 활동, 간호조무사 업무 지도 등에 관련된 사항들이다.

의료인 면허 취소법은 의료인 결격사유 중 ‘금고 이상 실형’을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중재안을 제시했다. 면허 재교부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수정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한 결격 사유 중 ‘집행유예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 실형’을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 강력 범죄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했다.

또한 면허 재교부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 같은 수정안에 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연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이날 간담회 직후 “위헌성이 있는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과 관련해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이상’”으로 수정한 중재안이 제시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정부 중재안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할 것이며 지속해서 추가 협의 요청을 통해 보건의료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그러면서 “당정 중재안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기존의 간호법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 처리할 경우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400만 회원과 함께 총파업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간호협회는 중재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간호협회는 “간담회는 논의의 자리가 아닌 일방적으로 결정된 사항을 통보하고 회원들을 설득해오라고 강요하는 자리였다”며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간호법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겁박까지 하는 상황이었기에 더 이상 간담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판단해 회의장에서 퇴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된 간호법 대안을 통과시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만약 국회 본회의에 이미 부의된 간호법 대안에 대해 계속 반대한다면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전국의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들은 횃불을 높이 들고 끝까지 간호법 제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해당 중재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1일 “간호법과 의료법은 복자위에서 만장일치로 처리된 것이고 민주당이 단독처리한 것이 아니다”라며 “간호법이 아닌 간호사 처우개선법 성격으로 축소하는 것은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 상임위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이 정쟁으로 비화된 가운데 오는 1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을지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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