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령 홍보팀 김우섭 매니저
국민의당 공보실・당대표 비서실에서 근무…연설문・기고문 등 작성
“제약업계 홍보는 마라톤, 사실 기반 정보 전달 통해 대중 신뢰 쌓아야”

▲김우섭 매니저
▲김우섭 매니저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외적으로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 이에 따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및 언론 대응, 위기 관리 등을 담당하는 홍보인에 대한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 동안 대외협력 및 홍보인의 고위직 임원 승진이 잇따른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홍보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령 홍보팀의 입사 3년차 매니저에게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홍보인은 언론인이거나 자사의 공채 출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보령의 김우섭 매니저한테는 다른 홍보인과는 다른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정당 사무처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에 <메디코파마뉴스>는 김우섭 매니저를 만나 정당 활동의 경험과 제약바이오 업계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 국회 정당 이력이 특이하다. 이에 대한 설명을 해 달라.

평소 역사나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렇다보니 대학도 북한학과를 전공했고 향후 진로도 그쪽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에 지난 2017년 당시 국민의당 사무처에서 공채 2기를 뽑는다고 했다.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합격하면서 사무처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 거대 양당이 대치하고 있을 때 중립적인 위치에서 나름대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며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했다.

≫ 정당 사무처에서는 무슨 일을 했나.

입사하기 전부터 글을 좀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데다 활동적인 성격으로 바른미래당 공보실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공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언론 홍보를 관리했으며 대변인 논평 초안을 작성했다.

이후 공보실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당 대표 비서실에서도 근무를 하게 됐다.

당시 대표였던 손학규 의원의 연설문과 기고문, 인터뷰 자료 일체를 도맡아 작성했다.

공보실과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작성했던 원고들이 세상에 발표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쓴 글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소통이 갖는 위력들을 조금씩 실감했다.

≫ 당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은데 이직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입사 당시에는 국민의당이었지만 이후 중도 보수당과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 민생당으로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이 민생당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지난 2020년 총선에서 20석이 넘는 의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내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등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다.

결국 미래를 고민해야 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아예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때 아는 기자가 보령에서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며 지원을 권유했고 그렇게 제약바이오업계와 연을 맺게 됐다.

≫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정계 도전할 수도 있지 않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의도 생활 자체가 굉장히 불안정하다. 보좌관 같은 경우 면직권이 국회의원한테 있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위치다.

더욱이 여의도에서는 하루에도 사건 사고가 너무 많이 난다. 그렇다보니 지난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앞만 보고 달리면서 몸과 마음이 좀 지쳐 있었고 이제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러던 차에 보령의 인재 모집 소식을 들으면서 지원하게 됐다.

≫ 정치계와 제약업계의 차이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를 선택한 이유는.

솔직히 얘기하면 보령에 입사하기 전까지 제약업계에 대해 잘 몰랐다. ‘겔포스’가 보령에서 만들었다는 것만 알 정도로 제약업계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은사님 중 한 분이 평소 ‘우연은 늘 필연처럼 다가선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항상 우연히 일어난 일 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필연이었다’라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메디치 가문이 우연히 만난 미켈란젤로의 능력을 알아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미켈란젤로는 다양한 성과를 냈고 이는 더 나아가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제가 제약업계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인연이 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좌우명이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다. ‘어느 곳, 어느 처지에 다다르더라도 주관을 잃지 않고 자신의 주인이 되라’는 의미다.

이 좌우명에 따라 그동안 나름대로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업무를 수행해 왔던 것이 인정받아 여기까지 온 것 같다.

≫ 그렇다면 2년 남짓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일했다. 실제로 겪은 제약바이오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제약바이오 업계는 휴머니즘이 있다. 의약품을 통해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업계 자체가 안정적이고 사람 냄새가 난다는 느낌이 강하다.

제약기업 간 홍보 네트워크도 잘 조성돼 있으며 언론사와의 건강한 네트워크도 잘 구축돼 있다.

건강한 비판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대안이 제시되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약업계에 오래 몸 담으면서 역할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홍보인으로서 정치계와 제약업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가장 보수적인 곳인 정치계에서 일했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업계가 보수적이라고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실제로 입사 당시 제약바이오업계는 호칭 단일화부터 복장 자율화까지 다양한 변화들을 주고 있던 시기였다.

무엇보다 조직 자체에 대한 차이가 상당하다.

정당은 아무래도 권력 획득의 목적으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모인 결사체고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조직이다.

그렇다보니 정당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이 없다. 무조건 출력해 사인을 받아야 하는 비효율적인 구조였다.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할까 생각하다보니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 상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직접 만나 얘기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중요시했고 정무적 판단도 해야 하다보니 전자결재로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반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효율성을 중시했고 빠른 일처리를 위해 전자결재 시스템 등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특히 홍보와 관련해서는 호흡 차이가 가장 컸다.

정당에서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홍보를 해야 했다. 매일 다양한 이슈와 내용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당장 알려지고 이슈화하는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제약바이오 업계는 사람이 먹는 의약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허황된 내용보다 대중에게 신뢰성을 줄 수 있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갖고 홍보를 한다. 추후 임상 개발 결과에 따라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로 비유했을 때 정치계가 단거리였다면 제약바이오업계는 마라톤인 셈이다.

특히 신약 개발은 장기전이다. 임상 1상에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2상에서 실패할 수도 있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유행이 지나 제대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번 홍보하고 기록했던 것들이 자료로 계속 남기 때문에 사실에 기반한 명확한 정보에 대해 있는 그대로 대중이 알기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제약바이오 홍보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제약업계 홍보인으로서 2년 남짓 근무했다. 실제 외부에서 봤을 때의 제약업계와 내부에서 본 제약업계의 다른 점은.

보령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제약바이오 업계가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매출이 작은 분야라고 생각했다.

국회에서도 제약바이오나 보건복지 관련 이슈는 정쟁이 적은 분야다보니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제약바이오 산업 자체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와 연결된 핵심 산업으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시기에 제약바이오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실제로 와서 보니 제약바이오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 있긴 했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 신약 개발이나 기술 수출 등 다양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느꼈다.

더욱이 최근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앞으로 제약바이오업계가 발전할 일만 남은 것 같다.

≫ 그렇다면 제약바이오 업계 홍보인으로서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우선 제약바이오기업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이중적인 성격이 갖고 있다. 의약품을 개발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공의 영역과 이윤 추구를 해야 하는 민간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사회적으로도 제약기업에 좋은 약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한편 글로벌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책임감이 무거운 산업군 중 하나인 셈이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어렵게 느껴진다.

또한 제약바이오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고도의 전문 분야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생소한 용어 문제 등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초반에는 하루에도 수 백번씩 팀장님이나 관련 부서에 물어봤다.

2년 동안 조금씩 쌓이면서 이제는 업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공부가 필요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의 홍보인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홍보인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산업을 풀어내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대중과 제약바이오 업계를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점이 홍보인으로서의 역할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제약바이오 산업은 계속 고도화될 것이고 점점 더 어려운 용어들과 임상시험이 많이 나올 것이다. 이러한 어렵고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대중과 연결시켜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싶다.

또한 홍보인은 주어진 재료를 바탕으로 해서 요리를 해야 되는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재료 자체를 홍보인 스스로 구하거나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조금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재료가 한정돼 있으면 조리법을 다르게 하거나 재료 자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독서량을 늘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홍보인은 아무래도 시도 때도 없이 기자들의 연락을 받기 때문에 삶의 긴장도가 높은 편이다.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일이다보니 알게 모르게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더욱이 언론과의 관계를 위해 수시로 미팅을 진행하다보니 업무 외 시간에 개인 시간을 갖기 좀 어렵다는 점이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 홍보인으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제약바이오 업계에 들어온지 이제 2년이다. 이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홍보인이 되고 싶다. 홍보의 전문가로서 제약바이오 업계와 대중을 잇는 교두보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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