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카네맙 이어 도나네맙, 임상 3상 결과 호조…FDA 허가신청 앞둬
사망까지 이어진 높은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반응 ‘해결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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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노화의 대표적인 증상인 뇌 속 아밀로이드-β 축적이 알츠하이머 등 치매를 유발한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치료제들이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내년이면 두 종류의 아밀로이드-β 타깃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을 비롯해 유수의 다국적제약사 아밀로이드-β 기반 치료제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드리웠던 의구심이 해소된 모습이다.

다만 새로운 치료제 또한 치매 증상을 늦추는 역할을 할 뿐이다. 아직까지 치매 질환 자체를 감소시키는 치료제는 없다. 향후 치료제의 발전이 치매 질환의 정복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도나네맙 TRAILBLAZER-ALZ 2 3상 톱라인 공개…“인지능력 저하 35% 늦춰”

일라이 릴리는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도나네맙(Donanemab)의 임상 3상인 TRAILBLAZER-ALZ 2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TRAILBLAZER-ALZ 2 연구는 초기 증상이 있는 60~85세 알츠하이머 환자 1,736명이 참여해 도나네맙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이다. 이번 발표는 1차 분석에 포함된 1,182명의 데이터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72주 차에 통합 알츠하이머 평가척도(iADRS)의 기저치 대비 변화다. 2차 평가변수에는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ADAS-Cog13(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 - Cognitive Subscale), CDR-SB(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Sum of Boxes) 등의 지표 변화가 포함됐다.

발표에 따르면 1차 분석 결과 도나네맙으로 치료한 환자군의 iADRS 수치 악화 속도가 위약군에 비해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평가변수인 CDR-SB 변화에서도 도나네맙군은 위약군 대비 악화 속도가 36% 감소했다.

일라이 릴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2분기 이내에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을 예고했다.

도나네맙은 지난 1월 FDA 2상 조건부 승인에 실패한 바 있다. 임상 2상인 TRAILBLAZER-AD 연구를 기반으로 신속한 승인을 모색한 것인데 FDA는 12개월 이상 장기 데이터의 부족을 이유로 도나네맙의 조건부 승인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일라이 릴리 측은 장기 데이터 부족이 임상 디자인을 도나네맙 치료로 아밀로이드-β 수치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임상을 중단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FDA의 조건부 승인 거절로 시장 판매가 늦어지긴 했지만, 오는 7월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에서 발표될 3상 세부 데이터에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식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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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조건부 승인 획득 레카네맙, FDA 정식 승인 결과 앞둬…7월 결정 예정

도나네맙이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앞서 나가고 있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카네맙(lecanemab)의 행보에도 관심이 간다.

레카네맙은 지난 1월 FDA의 조건부 승인을 획득했다. 이 조건부 승인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856명이 참여한 Study 201 Core 2b상 연구 결과가 기반이 됐다.

연구 결과 레카네맙을 투여한 환자군의 알츠하이머 종합점수(ADCOMS)는 18개월 시점에서 뇌 아밀로이드 표준섭취계수율(SUVr) 값으로 0.306 감소시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을 통해 레카네맙의 임상 3상인 Clarity AD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50~90세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이 참여한 이 연구는 1차 평가변수로 18개월 시점에 기저치 대비 CDR-SB 점수 변화를 설정했다. 2차 평가변수에는 센티로이드 이용 아밀로이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변화, ADAS-cog14, ADCOMS(Alzheimer's Disease Composite Score) 등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레카네맙군은 CDR-SB 점수 저하를 27% 늦춘 것으로 나타났으며, ADAS-Cog 14 또한 악화의 26% 감소를 보였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1월 조건부 허가 직후 FDA에 정식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레카네맙 정식 승인신청에 대한 결과는 오는 7월 결정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레카네맙·도나네맙 모두에서 나타난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반응

아밀로이드-β 타깃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사망까지 유발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반응(ARIA)이 대표적이다.

Clarity AD 3상 연구에 참여해 레카네맙을 투여한 환자 가운데 12.6%에서 부종을 동반한 ARIA-E가 발생했다. 뇌출혈 등의 ARIA-H가 발생한 비율은 17.3%였다. 뇌출혈로 인한 사망은 2명이었다.

도나네맙의 TRAILBLAZER-ALZ 2에서도 ARIA 발생이 나타났다. 도나네맙 투여군의 24%에서 부종 등 ARIA-E가 나타났으며, 뇌출혈 기반의 ARIA-H 발생은 31%였다.

TRAILBLAZER-ALZ 2에서도 대부분의 ARIA가 해결되거나 안정화됐지만, 3명의 환자는 ARIA로 인해 사망했다. 비율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두 치료제 모두에서 ARIA 해결이라는 과제가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레카네맙의 Clarity AD 연구여 참여한 크리스토퍼 반 딕(Christopher H. van Dyck) 예일의대 교수는 “ARIA 등 일부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효능과 안전성 확인을 위한 연구 기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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