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1 임상 톱라인 공개…1일 1회 68주 체중 15.1%↓
위고비 수준 체중 감량…마운자로 대비 편의성이 경쟁력
경구 삭센다 개발 나선 국내사…성공 시 비용효과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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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글로벌 시장을 달구고 있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핫’한 비만치료제 중 하나인 세마글루티드 성분을 경구제로 개발한 후보물질이 주사제 못지않은 데이터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로 시작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강력한 효과를 자랑하지만, 주사제라는 편의성과 가격적 한계가 있었다. 만만치 않은 효과를 입증한 경구제가 시장에 나온다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전체 데이터가 공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언하기 어렵다. GLP-1 계열의 취약점인 위장관계 부작용이 높은 용량의 경구제에서 어떻게 작용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국내사가 개발을 시작한 경구 리라글루티드의 경과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구 리라글루티드가 낮은 가격의 비용효과성과 한국인 임상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비급여 영역의 비만치료제 시장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노보 노디스크, OASIS1 톱라인 발표…“68주 차 체중 15.1% 감량”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의 비만치료제 임상인 OASIS1 연구의 톱라인을 공개했다.

OASIS1 임상은 667명의 비만 혹은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1일 1회 경구 세마글루티드 50mg의 안전성과 효능을 위약과 비교한 연구다.

노보 노디스크 발표에 따르면 경구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한 환자군은 68주 차에 기저치 대비 15.1%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같은 기간 위약군의 체중 감소는 2.4%였다.

5% 이상 체중 감소를 보인 비율 또한 경구 세마글루티드 투여군이 89.2%, 위약군 24.5%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세마글루티드 주사제(제품명 위고비)의 데이터와 비견할 만하다. 임상 3상인 STEP 연구에서 세마글루티드 주사제는 68주 차에 14.9%의 체중 감량이 나타났다. 평균 체중 감량률만 간접적으로 단순 비교할 때 오히려 높은 수치다.

일주일에 한 번 주사하는 효과와 매일 알약을 복용하는 효과가 유사하다면, 주사제 거부감이 큰 국내 시장과 같은 상황에서는 편의성만 대폭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남아있다. 당초 경구 세마글루티드의 비만치료제 사용은 위장관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현재 국내외에서 허가된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경구 세마글루티드는 유지요법이 7mg 용량이지만, 이번 연구는 50mg였기 때문이다. 용량이 높을수록 부작용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위장관계 부작용에 대해 노보 노디스크 측은 톱라인 발표에서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도의 이상반응이었으며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약성이 뛰어난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와 일치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 “OASIS1 데이터 기반 연내 빅마켓 허가신청”…OASIS2 임상에는 한국인 포함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OASIS1 연구의 톱라인을 발표하며 올해 안에 미국과 유럽 등 빅마켓에 비만치료제로서 경구 세마글루티드의 허가신청을 예고했다.

빅마켓에서 허가가 이뤄진다면 국내 도입도 속도를 낼 수 있다. OASIS1 연구에는 한국인 환자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OASIS2 연구에는 한국인이 전체 198명 중 40명 포함돼 있다. 해당 결과 또한 곧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성분의 리벨서스 또한 국내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국내 도입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승인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삭센다와 위고비 2종이다. 삭센다는 지난 2018년 국내 출시 이후 이른바 ‘강남 주사’로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위고비가 이달 초 국내 허가를 획득하며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삭센다와 향정신성의약품이 양분하고 있다. 삭센다는 열풍이 분 2018년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75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2년 뒤인 2020년과 2021년에는 360억 원까지 매출이 하락해 시장을 나눠 가진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580억 원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같은 기간 향정 비만치료제 또한 매출이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전체 시장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여전히 국내에서 향정 비만치료제 처방이 절반가량 남아있는 것은 주사제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반대로 국내 시장에서 경구 세마글루티드가 비만치료제로서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 삼천당제약, 경구 리라글루티드 개발 나서…비용효과성 무기될 듯

▲사진 출처=삼천당제약 홈페이지
▲사진 출처=삼천당제약 홈페이지

경구 세마글루티드의 경쟁력에 또 다른 변수는 삼천당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경구 리라글루티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2021년 자체 플랫폼 기술인 S-PASS를 활용해 삭센다의 성분인 리라글루티드를 경구용으로 만들어 진행한 비임상에서 주사제 대비 동등 및 우월성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4주 동물시험에서 경구 리라글루티드와 주사제의 혈당 강하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비교한 결과다. 당시 삼천당제약은 연구 단계별로 이상 없이 진행될 경우 국내 시장 출시를 2024년으로 내다봤지만, 현재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이보다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구 리라글루티드가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경우 가져올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주사제에서 매일 투여해야 하는 리라글루티드와 비교할 때 세마글루티드는 주 1회 주사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제의 경우 편의성 면에서 리라글루티드 대비 세마글루티드의 장점은 사라진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경구제로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면 시장에서의 호응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

비만치료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가 경구 리라글루티드의 효과를 입증하고 비용효과성을 무기로 시장에 나온다면 시장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특허만료 성분이긴 하지만, 아직 연구 초기에 불과해 효과·안전성 결과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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