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 기고문 통해 팍스로비드 승인 직격
“현재와 맞지 않는 연구, 이점 달성 실패한 연구로 승인 이뤄져”

팍스로비드 제품사진
팍스로비드 제품사진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코로나19 치료제로 국내에서도 처방하고 있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에 학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와 관심을 끈다. 정식 승인이 이뤄지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5일 FDA는 코로나19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를 정식 승인했다. 이전까지는 긴급사용 승인 상태였다. FDA는 이번 승인이 팍스로비드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버트 카플란(Robert M. Kaplan, MA, PhD) 스탠퍼드의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카플란 교수는 미국 현지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FDA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승인은 EPIC-HR 연구와 EPIC-SR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EPIC-HR 연구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으로 팍스로비드가 위약 대비 28일째 입원 및 사망 위험을 86% 감소시킨 결과를 내놓았다.

발병 첫 5일 이내에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환자는 1,039명 중 8명(0.77%)만이 28일 이내에 입원했으며, 위약 복용 환자는 1,046명 가운데 66명(6.3%)이 입원했고 7명은 사망했다.

카플란 교수의 지적은 이 연구가 델타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기에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델타 변이 시기에 위약군의 입원율을 현재의 상황에 대입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2021년 가을에 이뤄진 EPIC-HR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입원은 10만 명당 25.4명까지 나왔지만, 2023년 6월 첫 주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입원은 10만 명당 2.17명에 불과했다. 2년 사이 입원율이 12분의 1로 낮아진 모습이다.

또한 카플란 교수는 EPIC-HR 연구의 제외기준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EPIC-HR은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이전에 감염된 사례가 있는 환자를 제외했다. CDC 추정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인구의 96%가 제외 기준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승인의 기반이 된 또 다른 임상인 EPIC-SR 연구에는 예방 접종을 받았거나 이전에 감염됐을 수 있는 표준 위험 환자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 사망 및 입원 예방에 대한 팍스로비드의 이점은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환자의 0.9%, 위약을 복용한 환자의 1.9%가 입원이나 사망해 1.0%p 차이에 불과했다. 위험 요인이 없는 하위그룹에서 그 차이는 더 줄어 0.5%p였다.

이런 데이터로 인해 EPIC-SR 연구는 2022년 7월 이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종료됐으며 최종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카플란 교수는 “FDA는 이 두 가지(EPIC-HR, EPIC-SR) 연구를 기반으로 팍스로비드를 승인했다”며 “하나는 델타 변이 기간에 완료됐으며 고위험군 가운데 예방 접종이나 이전에 감염되지 않은 환자로 국한돼 현재 인구의 4%만을 대변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이점을 달성할 확률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돼 종료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FDA는 무의미하다는 결과가 나온 EPIC-SR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현재 상황과 관련성이 거의 없는 EPIC-HR 연구 결과에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카플란 교수는 팍스로비드 임상시험 정보 공개에 대해 촉구했다.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정부가 팍스로비드를 구매했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 정보사이트 클리니칼 트라이얼에는 팍스로비드 관련 연구는 19개가 등록됐고, 12개가 완료됐다. 완료 연구 중 7개는 무작위 임상이었다. 하지만 화이자는 EPIC-HR 외에 모든 데이터를 게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플란 교수는 “연구 완료 후 1년 이내에 결과를 게시하지 않는 것은 임상 연구에서 상당히 일반적 관행”이라며 “FDA는 위반에 대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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