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2024년도 의원 수가인상률 1.6%・행위별 차등분배
대개협・서울시醫・소청과醫, 릴레이 정부 규탄 성명 발표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필수의료 살리기 정책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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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정부가 내년도 수가 인상률을 1.6%로 확정한 데 이어 특정 의료행위 영역별로 의원급 환산지수에 차등을 두기로 결정하면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면서 재정 순증 없이 의료행위별로 차등분배해 의료계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의료계는 이 같은 결정을 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해체하고 수가 협상 체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최근 제11차 회의를 열고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협상(수가협상)이 결렬된 의원과 약국의 환산지수 인상률(수가 인상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종 제시한 인상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23년도 대비 의원은 1.6% 인상한 93.6원, 약국은 1.7% 인상한 99.3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문제는 건정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인상률을 1.6%로 확정하면서 그 재정 범위 안에서 행위별로 인상률에 차등을 두도록 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의원급 환산지수를 1.6% 인상 재정 범위 내에서 건강보험 행위 목록의 장ㆍ절별(기본진료료, 처치 및 수술료 등)로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상된 재정을 의원급 필수의료 확충과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투입하도록 하고 이를 2024년 환산지수 적용 전까지 건정심에 보고하도록 의결했다.

건정심의 이 같은 결정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필수의료를 확충한다고 하면서도 재정 순증 없이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가 인상으로 진료과목별 분열만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대개협, 수가 정상화・현재의 수가협상 페기 ‘촉구’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최근 ‘현재의 수가 협상을 폐기하고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하라’는 제목의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대개협은 “상대가치가 총점 고정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재정 순증 없이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겠다는 것”이라며 “필수의료의 몰락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별도의 재정투입 없이 수가 인상과 연계해 다른 영역의 수가를 낮춰 그 비용을 필수의료에 투입하겠다는 조삼모사가 한심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불철주야 일하는 의료진의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해도 부족할 상황에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의사를 기소한 것도 부족해 물가 인상분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가 인상으로 필수 의료를 확충하려는 발상에 분하고 말이 막힐 따름”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원가 이상의 수가가 있으면 지켜주고 원가 이하의 수가들을 모두 원가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 경제 논리”라며 “일방적인 강압에 의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가 인상은 나날이 심해지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더불어 필수의료와 일차 의료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고 이 책임은 건정심과 정부에게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개협은 정부를 향해 ▲원가 이하 모든 수가를 원가 이상으로 개선 ▲불공정한 현재의 수가 협상은 폐기 ▲수가 인상의 소요 재정을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에 가입자 대표와 공급자 단체 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도록 재구성 ▲저수가로 인해 대한민국의 필수 의료와 일차 의료의 붕괴로 결국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피해를 막도록 국회와 정부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서울시醫 “필수의료 살리기 명목 의료 공급자 희생 강요”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최근 ‘수가 협상이라 쓰고 수가 갈라치기, 수가 강요라 읽는다’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 규탄에 합류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명목 하에 별도의 추가재정 투입 없이 의료 공급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진료과목별 분열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규탄한다”며 “행위 유형별로 수가 인상률에 차이를 두어 추가적인 재정 투입 없이 또다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건정심 위원 구조가 언뜻 보면 공정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어 불합리하다”며 “이 불공정한 구조에 대해 감사원은 2004년 보고서를 통해 ‘건정심 위원 구성이 적정하지 못한 것은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가가 모든 문제의 정답이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부당한 건정심 구조는 필수의료 부실, 기피과 문제, 의료취약지 문제 등 의료계 파업까지 치닫게 만든 수많은 대한민국 의료 문제의 핵심 원인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며 “재정 운영위원회에 공급자 단체의 참여를 보장, 공급자와 가입자 5대 5 비율의 건정심 구조 개편, 의료전달체계를 강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살리기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소청醫 “타 전문가 수가 빼앗은 이익…행위별 차등분배 철회” 촉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행위별 차등분배 철회를 촉구하며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최근 “역대 최저 인상폭 내에서 기존의 수가들을 빼내어 필수의료 확충과 기본진료료 조정에 투입한다는 조삼모사식 기만적 결정을 건정심이 한데 대해 매우 분노하며 이를 전면 거부한다”면서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소아,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모두 보여주기 위한 대국민 기만극이었음이 증명됐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번 건정심의 결정대로 타 전문과의 수가를 빼앗아 조금이라도 이익을 취하고픈 생각이 없다. 이 부당한 조치에 대해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런 무책임하고 무지성적인 제안을 한 건정심을 해체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인 수가 협상 체계 자체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를 과별 직역별로 분열시키려는 이간계를 작당하고 재정 투입도 없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필수의료 살기기 정책을 내세워 의대정원 확충에 야합한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를 강하게 규탄한다”며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이 사태에 대해 분명한 해명을 전 의사들과 국민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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