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소영 한국애브비 대표이사

한국애브비 강소영 대표이사
한국애브비 강소영 대표이사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다국적제약사가 바라보기에 한국 제약시장은 굉장히 특이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 굵직한 두 빅마켓이나 여느 제3세계 마켓과도 차이가 있다.

국내 제약시장 특이 구조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탄탄한 제도를 두고 있어 공공의료보험에만 적용되면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지만, 약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약가에 있어 정부가 물러설 수 없고, 기본적으로 약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고려할 때 다국적제약사도 양보하기 어렵다. 이에 신약이 허가로부터 공공의료보험 급여 적용까지는 평균적으로 1~2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마저도 정부와 제약사의 협상이 합의점을 찾았을 때의 이야기다.

또 다른 한국 제약시장의 특이한 구조는 제네릭에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난립한 국내 영세제약사가 수십 종에서 수백 종의 제네릭 제품을 쏟아낸다.

문제는 이 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제네릭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광대한 유통망과 영업망을 갖춰야만 하는 미국, 유럽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소량만 팔아도 수익이 남는 구조다. 오리지널과 동등한 약가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제네릭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기보다 1차 의료기관 의료진의 처방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몰두하는 배경이다. 구조가 이렇다 보니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도 2차 의료기관 이상에서 계속 판매를 이어간다. 지난해 원외처방액 상위 10개 가운데 특허만료 제품은 7개에 달했다.

해외 시장에서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은 제네릭과의 약가 차이로 인한 경쟁력 부족으로 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는 것과 상이한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에 대해 다국적제약사의 한국지사에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메디코파마뉴스>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애브비를 이끌고 있는 강소영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애브비는 2013년 애보트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애브비 창립멤버로 시작해 2019년부터는 한국애브비를 이끌고 있다. 그간 어떤 성과가 있었나?

애브비는 현재 분사하던 때에 비해 회사 매출이나 조직 규모가 4배 이상 성장했다. 애브비는 ‘휴미라’의 비중이 너무 높지 않나, 휴미라의 성패가 회사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애브비는 휴미라 외에도 HIV치료제나 백신 같은 여러 제품이 있었고, 아까도 언급했던 C형간염 치료제나 항암제, 그리고 면역학 쪽에서 휴미라의 뒤를 잇는 스카이리치, 린버크 등의 제품이 성공적으로 발매가 되고 있고 현재 굉장히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균형 있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최근에는 엘러간과 통합하면서 엘러간이 보유한 망막질환부터 녹내장까지 안과의 거의 모든 분야, 그리고 진단기기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됐다. 엘러간 보톡스는 미용 영역뿐 아니라 신경과 쪽에 많이 쓰이는데, 이쪽 분야의 신약도 준비하고 있다.

애브비 파이프라인이 면역학과 항암제, 신경과학까지 강화되었다는 점이 지난 10년 동안의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이 부분이 향후 애브비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Q. 앨러간과의 통합이 올해 마무리됐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19년에 처음 애브비가 엘러간과의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에서의 법인 통합은 올해 마무리됐지만, 2020년부터 엘러간과 회사 운영을 같이 해오고 있었다.

엘러간과 비즈니스를 같이 하게 되면서 가장 중점에 두었던 것은 하드웨어, 시스템적 통합보다 문화의 통합이었다. 기업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통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올해 3월에 애브비 사무공간을 확장해 엘러간과 오피스 통합을 완료했다. 또 액티비티 베이스도 스마트오피스로 리노베이션 했는데, 두 회사 직원들이 업무 패턴과 상황에 따라 공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서로 마주치고 소통하게 되어 한 회사가 되었다는 느낌이 더 강해진 것 같다.

Q. 애브비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암 치료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한국 제약산업의 특이한 제도와 구조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국민건강보험 등재나 약가 책정, 약제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한국 정부에서는 약제비 비중이 높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사실 그 약제비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만큼 제네릭 약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

모든 자원은 제한적이다. 물론 한국 제약 산업도 당연히 보호해야 하지만, 보호만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해야 좀 더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희귀난치 질환이나 아니면 생명을 위협받는 질환이나 이런 쪽의 약제 지원을 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정부에서도 용기를 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한국은 환자 본인부담금이 평균 30%, 웬만한 질환은 거의 50~60%고 암이나 희귀질환이 5~10%이다.

본인부담금 확대 주장도 나오는데 그보다 차라리 병원 쇼핑이나 약 볼륨을 너무 많이 쓰는 것 등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어떤 질환의 산정특례 기준을 낮추거나, C형간염의 검진 등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Q. 희귀나 중증 질환에 대한 혜택을 줄이기보다 제네릭에 대한 약제 지출 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된다는 의미인가?

(제네릭)약제의 볼륨도 굉장히 크다. 처방하지 않아도 되는 약제들도 굉장히 많다. 이런 부분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신약에 대한 선별 급여 제도나 적응증별 약가 제도 등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선별 급여나 적응증별 약가 제도는 저희도 계속 정부에 제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가면역질환 약제나 암 약제 전부 적응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 약가 구조는 무조건 단일 약가를 적용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도 후속 적응증을 계속 늘려야 되는데 앞의 적응증에 대한 약가를 내리면 모든 적응증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어떻게 보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적응증별 약가가 합리적이라고 본다.

정부에서는 저희가 이런 제안을 했을 때 처음에는 굉장히 오픈해서 받아들이시고 또 파일럿도 좀 하시긴 하지만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경제성평가 면제 트랙이나 위험분담제가 너무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당연히 정부 입장에서는 약제비 운영에 대한 고민이 있겠지만, 조금 더 밸런스 있게 가져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Q. 정부가 올 하반기에 건보 개혁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의 한국지사 대표로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대하는 부분은?

한국의 약가(표시가격)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약가를 벤치마킹하는 나라도 많아지고 있다. 중국 같은 경우 예전보다 정부의 보험급여 등재가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의 간격도 좁혀진 편이다.

다들 들어보셨겠지만, 코리아 패싱과 같은 얘기도 나오는데, 사실 너무 안타깝다.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도 좋은 약을 빨리 공급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약가가 너무 투명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위험분담제도 유연하게 접근하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외국의 경우 표시 약가가 높다고 해도 실제 약가는 우리나라보다 그렇게 높지 않은 나라도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표시 약가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좀 유연하게 고려를 해 준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도 한국의 의료보험 재정과 환자의 액세스(접근성)를 함께 고려해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제안할 수 있고, 다 같이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