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연합, 비대면 진료 의료민영화 교두보에 불과 지적
“영리 플랫폼 의료 진입은 영리병원 허용과 마찬가지일 뿐”
건강보험에 대한 영향 평가 및 타당성 조사 시행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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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8월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민단체가 법 개정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민영화의 교두보에 불과하다며 영리 플랫폼의 의료계 진입은 영리병원 허용과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비대면 진료가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 평가 및 타당성 조사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은 지난 25일 ‘의료를 민영화하고 건강보험 재정 위협할 비대면진료 법 개정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석열 정부가 법률 개정사안인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편법 허용한 지 2개월이 되면서 이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8월에 통과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면서 “입법권을 무시하며 추진되는 정부의 시범사업에 국회는 문제제기를 해야 마땅한데도 거꾸로 시범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며 졸속으로 법 개정을 심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이토록 서둘러 처리하려는 이유는 국민 편의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우는 소리에 여념 없는 플랫폼 업체들을 위해서일 뿐”이라며 “비대면 진료(원격의료)는 안전성과 효용성에 대한 제대로 된 입증도 없을 뿐 아니라 코로나19를 빌미로 허용된 영리 플랫폼들은 약물 쇼핑과 불법진료, 의료 상업화를 부추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료 상업화를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지향으로 삼는 윤석열 정부는 이를 아예 제도화하려고 시범사업을 무기한 허용하고 국회에서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거대 양당은 이를 적극 따르는 모양새”라며 “비대면 진료는 단순히 진료를 대면으로 하느냐 비대면으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영리기업을 플랫폼으로 참여시키는 심각한 문제이며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할 커다란 문제”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격상되면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부터 2023년 4월 30일까지 총 1,419만 명을 대상으로 3,786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실시됐다. 이후 사회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기존 비대면 진료를 종료하고 의원급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3개월 간 계도기간을 뒀다.

하지만 초진 환자 진료, 약 배달 서비스 지속, 본인 확인 누락 등 시범사업 지침 위반 의심 사례가 지속되면서 시범사업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현재 대면 진료보다 제한된 상황에서 진료해 의료의 질이 낮을 수 밖에 없는 비대면 진료에 진찰료와 조제료에 30% 가량의 가산금액을 부여해 더 높은 비용을 책정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가 본격 시행되면 가산수가는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의사협회가 50~100% 수가가산을 요구하고 정부가 이에 수긍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은 사기업 플랫폼 업체들을 퍼주기 위한 쌈짓돈이 아니다. 수천억~수조원이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 사용을 제도화해 영리업체들을 배불리는 것은 건강보험 제도를 장기적으로 위협하는 일”이라며 “수가가산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제대로 된 영향 평가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쏟아붓는 게 대면진료보다 130% 혹은 150%, 200%나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시 늘어날 수 있는 의료 행위량과 낭비적인 비용 지출에 대해서도 아무런 분석과 평가가 없다”며 “영리플랫폼이 장악하는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될 경우 불필요한 과다진료와 약물남용 조장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건강보험 재정도 훨씬 더 낭비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영리 의료중개업(원격의료 플랫폼)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비대면 진료를 연결할 수 있는 영리 플랫폼은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대한 중개를 매개로 영리기업이 유인·알선행위를 하게 됐으며 사실상 진료와 투약 등에서 과다진료와 처방을 통한 이윤추구를 부추겨 커다란 문제를 낳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영리 의료중개업을 통제하고 규제할 방법을 만들기는 커녕 ‘신산업’이라며 이를 부추겨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플랫폼은 사기업이다. 이들이 환자와 의료기관, 약국 등을 중개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기업의 의료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다. 사실상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영리 플랫폼들은 높은 수수료(법적으로는 ‘광고비’이든 무엇이든)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과다진료를 부추기고 의료기관들은 이 플랫폼들에 이윤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상업적 행위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달플랫폼이 도입된 후 배달료와 음식값이 비싸진 것과 같은 원리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일부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의료 중개업은 공공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이 온당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정말 환자를 위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자 한다면 공공 의료중개서비스로만 이를 한정하고 이에 대한 시범사업 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런 기본적인 논의조차 없는 현재의 비대면 진료 심의는 시작부터 영리기업의 이윤 추구를 전제로 한 것이며 의료민영화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건강보험 재정 파괴와 의료민영화를 부추길 현재의 비대면 진료 논의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부추기는 현재의 시범사업을 철회하고 국회는 졸속으로 심의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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