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소아 해열제 및 페니실린계 항생제 품귀…고혈압약도 수급 ‘불안’
中 원료 공급 불안·러-우 사태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 등 불안 원인
韓·日 등 공급망 다변화 추진 및 재고관리 위한 의약품법 개정 착수
“유력 파트너 발굴 및 다양한 협력 방식, 중동부 유럽 시장 도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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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체코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의료 분야 제품 인지도가 확산하고 있는데다 최근 일부 의약품 수급 불안이 확산하면서 체코 정부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체코 의료기업들이 중동부 유럽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다양한 협력 방식으로 체코 시장에 진출, 이를 통해 중동부 유럽 시장에도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헝가리, 불가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일부 의약품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유럽의약청(EMA)이 지난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EU 27개국 중 26개국에서 항생제, 해열제 등에 대한 부족 상황이 보고됐다.

예년에도 계절적 요인, 원료 수급에 따라 특정 의약품 부족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 범위와 부족 상황이 길었다는 점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4월 의약품 공급 및 가격 안정화 제고를 위해 ‘의약품 단일시장’ 추구를 목표로 하는 제약법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EU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의약품 원료의 대부분과 의약품 다수를 수입하고 있는 체코도 코로나19 당시 의료, 방역용품 공급망 이슈가 불거진 데 이어 의료 공급망 다변화 이슈가 재차 강조되고 있다.

≫ 체코,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이슈 부각

코트라 프라하 무역관이 최근 낸 보고서 등에 따르면 체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병원 및 약국에서 시럽 형태의 파라세타몰, 이부프로펜 등 소아용 해열제 및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점안액과 연고, 고혈압약 중에도 일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체코제약협회와 시장조사기관인 STEM/MARK가 지난 4월 체코인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5%가 약국에서 원하는 약을 구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40%는 해당 약을 주문해 재고 확보 후 구매했고 36%는 유사 효능의 대체약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7%는 대체약 구매를 거절했고 12%는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해 구매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체코 보건부는 “6월 현재 소아용 항생제 긴급 수입 등으로 의약품 수급 불안 상황이 대부분 안정화됐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의약품 공급은 여전히 충분치 않아 해결 중이고 동계 시즌이 다가오면 유럽 및 체코에서 페니실린계 시럽 제품 수급 불안이 재발할 수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약품 수급 불안 상황은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우선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로 확진자 발생이 늘었고 소아를 중심으로 감염성 호흡기질환(RS바이러스)이 늘어 의약품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 2월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항생제 수요가 전년보다 54% 증가했는데 이 중 정제 형태 항생제는 47%, 시럽 형태 항생제는 136%나 늘어났다. 소아용 해열제인 뉴로펜(Nurofen)은 전년 대비 3배 물량을 수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치 않았을 정도다.

수요는 증가한 반면 중국, 인도 등에서 원료, 포장재 공급은 원활치 못했던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중국으로부터 원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 및 포장재(블리스터 생산용 알루미늄) 수급 불안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의약품 생산계획은 보통 1년 정도 장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어려운 특성도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의약품 및 원료 수입처의 특정국 의존이 높은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분석됐다.

체코에 공급되는 의약 완제품 대부분은 EU에서 수입되지만 핵심 원료의 60~70%는 중국, 인도 및 소수 유럽국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의약품 원료의 대 중국 수입 의존도는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가 전세계에 공급되는 파라세타몰의 60%, 페니실린의 90%, 이부프로펜의 50%를 생산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의약품 원료 생산의 아시아 이전 경향은 가격 경쟁 구도상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체코의 경우 보험환급 대상이 되는 처방의약품은 제조사 가격 상한선과 유통상 마진 범위에서 규제를 받으며, 체코가 다른 EU국가 중에서도 의약품 가격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 편으로 EU 내 의약품 물량 확보에서도 불리한 위치라는 입장이다.

≫ 공급 중단 사례 증가, 생산 차질・유통상의 이유 가장 많아

지난 6월 말 기준 체코의약관리국(SUKL)에 등록된 의약품 수는 등록번호 기준 총 1만9,275개(SUKL 코드 기준 6만1,656개)로 이 중 95%는 처방의약품이고 일반의약품(OTC)비중은 5% 정도다.

SUKL은 의약품의 판매 상황과 접근성을 모니터링하며 이를 위해 의약품 공급사는 의약품의 판매 시작 및 중단, 공급 중단(사유, 재개시기, 대체약 정보 등), 공급 재개에 관한 상황을 SUKL에 보고해야 한다.

관련 DB에 보고된 일시적 공급 중단 건수는 지난해 2,800여 건으로 예년보다 늘었고 올해 5월 말 기준도 1,760건에 달한다. SUKL 코드 기준 의약품으로는 2022년 1,837개 품목에 대한 일시적으로 공급 중단 상황이 보고된 바 있다.

체코는 의약품의 일시적 공급 중단 상황이 예년에도 발생한 바 있지만 대체약 사용, 공급 재개 시점, 재고 상황 등이 별달리 문제되지 않고 해결돼 온 것이 일반적이었다.

체코제약협회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 중단 건의 88%는 소비자가 인식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급 중단 보고 건, 중단 기간 등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의약품 제조 유통사의 공급 차질은 비즈니스나 마케팅 관점이 아닌 주로 생산, 유통 과정상의 이슈로 발생했다.

실제로 2022년~2023년 5월 중 보고된 일시적 공급 중단의 사유를 보면 주로 생산 차질(59.3%) 및 유통상의 이유(30.9%)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 의약품 공급 중단 막아라!…공급망 다변화 노력

이에 따라 체코 정부는 의약품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수출 의무보고 의약품 품목을 확대했다.

SUKL은 의약품 부족 상황 예방을 위해 해외 수출 시 보고해야 하는 의약품 품목을 정하고 필요 시 해당 의약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SUKL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수출 의무보고 의약품 품목을 확대했는데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280개 품목을 추가하면서 6월 22일 기준 수출 의무보고 의약품 품목은 617개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중국, 인도, EU 국가 외 한국, 일본 등과 협력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우선 항생제 등 수급 불안 제품에 대한 수입을 추진하고 이에 더해 일반의약품 공급망 협력, 생산 및 투자 분야로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뉴로펜 총 43만 패키지를 긴급 수입했고 슬로바키아에서 페니실린 10만 패키지 등 총 50만 패키지의 항생제를 추가 조달한 바 있다.

또한 체코 보건부 야쿱 드보라첵 차관은 지난 3월 방한해 국내 제약사 및 식약처 등과 면담을 통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보건부 측은 “한국의 높은 의료 역량을 잘 알고 있고 중국, 인도와 분리돼 대체 수입처 및 의료 분야 전반의 생산, 투자 협력이 유망한 국가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재고관리를 위한 의약품법 개정에도 나섰다.

보건부는 일부 의약품의 재고보유 의무를 골자로 하는 의약품법 개정을 진행 중인데 지난 6월 14일 정부안이 통과됐으며 의회에서 통과하면 올해 말 발효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 시판 허가권자(MAHs)는 공급 중단이 발생했던 특정 의약품의 경우 최소 재고(평균 시장 소비량의 2개월 분)를 보유해야 한다.

또한, SUKL은 수급 어려움이 있는 의약품을 ‘사용 제한’ 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지정 후 30일 내에 판매 허가권자는 공급 제한 해결조치를 위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유통사가 해당 의약품 재고를 보유한 경우 요청일로부터 2일 이내에 의약품을 약국에 공급해야 한다.

더불어 의약품 비축 시스템을 구축해 당국이 제조·유통기업과 의약품 재고 상황을 공유하고 공급 불안이 예상되는 의약품의 재고 보유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체코 정부는 의료 부문 자급 역량 제고를 위해 2년 전부터 투자 인센티브 대상 전략 업종에 첨단 의료업을 추가했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관련 첨단제조업이 대상이며 요건 충족 시 일반 투자인센티브인 법인세 감면, 고용 창출 지원금, 직원 교육비 지원에 더해 투자비의 최대 20% 한도 내에서 현금성 투자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처럼 체코도 타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부 의약품 수요 급증, 원료 공급 애로로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이슈가 커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게는 호재로 다가오고 있다.

체코 당국도 중국, 인도, EU 국가 외 한국, 일본 등 국가들과 수입·공동생산·투자 등 의료 부문 협력을 확대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다 한국산 의료용품에 대한 인지도, 수요 증가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한국산 진단, 호흡기 등을 새롭게 경험한 의료현장(병원, 디스트리뷰터 등)에서 한국산 의료용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실제 지난 3년간(2019~2022) 국내 통계를 보면 대 체코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합친 수출 규모가 1,100만 달러에서 3.200만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한 상태다.

더욱이 체코 의료기업들이 중동부 유럽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체코시장 진출을 통해 중동부 유럽까지 넘볼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정지연 프라하무역관은 “체코의 중대형 의료기기, 의약품 유통사들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수입 또는 국내 조달해 체코뿐만 아니라 중동부 유럽 각국에 수출하는 경우가 다수 파악된다”며 “이 같은 상황은 수요, 공급 측면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체코 의료시장 진출에 호기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제약, 의료기기 제조사들의 관련 인증 획득, 유력 파트너 발굴을 통해 수출, 투자, 공동생산 등 다양한 협력 방식으로 체코 및 중동부 유럽 시장에 도전해볼 만한 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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