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 만성신장질환 치료제로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 승인
시장선점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와 경쟁 구도 신호탄 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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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SGLT-2 억제제 기전의 치료제 시장이 만성신장질환 분야에서도 경쟁 구도에 들어간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에 이어 베링거인겔하임·일라이 릴리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빅마켓 출시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장 보호효과를 확인하며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 변화를 가져온 SGLT-2 억제제가 본격적인 신장 치료제로서 역할을 하는 데 경쟁 구도가 어떤 작용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 유럽, 자디앙 만성신장질환 적응증 승인…미국 승인도 연내 가능

▲ 자디앙 제품 사진(제공: 베링거인겔하임)
▲ 자디앙 제품 사진(제공: 베링거인겔하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최근 성인 만성신장질환 치료제로서 SGLT-2 억제제인 베링거인겔하임·일라이 릴리의 자디앙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자디앙의 EMPA-KIDNEY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EMPA-KIDNEY 연구는 만성신장질환 환자 6,609명을 대상으로 자디앙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참여환자는 제2형 당뇨병, 알부민뇨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병했으며 다양한 질환을 동반헀다.

연구 결과 자디앙으로 만성신장질환 환자를 치료할 경우, 신장질환 진행 또는 심혈관계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28%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한 것.

또한 주요 복합 2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모든 원인으로 인한 입원에 있어서도 위약 대비 14% 감소를 보였다. 입원 부담 감소의 유의한 감소 확인은 SGLT-2 억제제 가운데 처음이다.

이 결과는 지난해 11월 미국신장학회(ASN)의 ‘Kidney week 2022’에서 발표됐으며 동시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도 실렸다.

자디앙의 만성신장질환 치료 분야의 성과는 신장의 근위 세뇨관에 있는 SGLT-2를 억제해 포도당의 요배출을 증가시키는 기전의 신장보호 효과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

이 결과로 지난 6월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자디앙의 만성신장질환 적응증 확대를 권고했고, EC의 적응증 승인까지 이뤄진 모습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또한 현재 자디앙의 만성신장질환 적응증 확대를 검토하고 있고 이르면 연내에도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승인까지 이뤄지면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입이 이뤄진다.

≫ 2021년 국내외 만성신장질환 치료제 허가, 시장선점 포시가에 자디앙 도전

자디앙의 만성신장질환 시장 진입은 포시가와의 시장경쟁을 의미한다. 그간 SGLT-2 억제제 가운데 만성신장질환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제품은 포시가가 유일했다.

포시가는 2021년 4월 FDA에 이어 같은 해 8월 유럽에서도 만성신장질환 적응증을 획득했다.

포시가의 승인은 2020년 발표된 DAPA-CDK 연구 결과가 기반이 됐다. DAPA-CDK 연구는 4,304명의 당뇨병이 없는 만성신장병 환자를 포시가군,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연구다. EMPA-KIDNEY 연구와는 차이가 있다.

기존 표준요법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치료에 포시가 혹은 위약을 추가로 투여하는 방식은 두 연구가 같다.

DAPA-CDK 연구 결과 포시가는 추적기간 중앙값 2.4년에서 기준선 대비 신장기능 악화, 신장병 또는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에 대한 복합 위험을 위약군보다 39% 감소시켰다.

사구체여과율(eGFR) 50% 이상 지속 감소, 말기 신장병 발생, 신장 이식, 신장병 또는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의 절대적 위험 감소율은 5.3%였다. 같은 기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31% 감소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유럽과 같은 2021년 8월 만성신장질환에 대한 포시가의 적응증 확대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했다. 미국과 유럽의 허가 이후 허가절차를 시작하는 일반적인 행보보다 빠르게 국내 승인이 이뤄진 것.

하지만 여전히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SGLT-2 억제제가 박출률 감소 심부전, 박출률 보존 심부전, 만성신장질환 등 적응증 확대를 이어가면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포시가가 박출률 감소 심부전과 만성신장질환 적응증을 먼저 획득했고 자디앙이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 앞서는 등 두 제품의 급여 적응증 확대 논의가 동시에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지막 적응증이 자디앙의 만성신장질환이다. 자디앙이 만성신장질환 적응증만 획득하면 포시가와 자디앙의 심부전, 만성신장질환에 대한 급여 논의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것. 자디앙의 만성신장질환 적응증이 국내에 허가되면 급여 논의 본격화할 수 있는 배경이다.

국내 SGLT-2 억제제 업계 관계자는 “SGLT-2 억제제가 새로운 적응증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도 급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가격이 높은 치료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급여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국내 환자가 SGLT-2 억제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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