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의사 뇌파계 사용해 파킨슨병・치매 진단 ‘합법’
韓,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전환점…“진단기기 적극 활용할 것”
醫, 대법원 판결 규탄…“韓 무면허 의료행위 총력 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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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사법부가 초음파에 이어 뇌파계 진단기기까지 한의사들의 사용이 합법이라고 판단하면서 의료계와 한의계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한의계는 사법부의 판결을 환영하며 현대 의료기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사법부의 판결을 규탄하며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의료계와 한의계 간의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8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한의사 A씨는 2010년 9월경부터 약 3개월간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활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관할보건소는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3개월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 역시 관할보건소의 처분에 따라 3개월의 면허자격정지 처분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면허정지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재판의 쟁점은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이 의료법상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로 면허정지 대상이 되는지 여부였다.

1심 법원은 뇌파계가 한방 의료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지난 2016년 “용도·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된 의료기기는 한의학에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을 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복지부는 불복하고 즉각 상고했다.

대법원은 약 7년간의 심리 끝에 2심 법원의 결론이 타당하다며 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 韓 “정의로운 판결…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획기적 전환점 마련”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한의계는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8일 한의사가 현대 진단기기인 뇌파계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해 “초음파 판결에 이은 또 하나의 정의롭고 당연한 판결이 나왔다”면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어 “최근 들어 초음파와 뇌파계 등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사법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당국은 이 같은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에 따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대 진단기기는 양의계의 전유물이 아닌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이자 문명의 이기이다. 이를 적극 활용해 최상의 치료법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며 “초음파와 뇌파계 등 다양한 현대 진단기기로 보다 더 효과적인 한의약 치료를 시행해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醫, 한의사 뇌파계 사용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 안한 대법원 판결 ‘규탄’

반면 의료계는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8일 대법원 판결 직후 낸 입장문에서 “현행 의료법이 의료와 한방의료를 이원화해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의료법 규정에 반해 한의사가 의과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에 경악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이 지난해 말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실질적으로 눈 감아준 판결에 이어 뇌파계까지 사실상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단 한번이라도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국민과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느냐”면서 “의료법은 의사, 한의사로 하여금 각자의 면허범위에서 의료행위, 한방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엄단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스스로 이와 같은 법 원칙을 무시한 판결을 이어가는 취지를 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각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 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것은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그 결과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협회는 이번 판결 이후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지속할 경우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총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뇌파계는 현대의학에서 활용될 것을 예정하고 개발·제작한 것”이라며 “뇌파계는 한의학적 원리와 관련이 없고 뇌파검사(EEG)를 포함한 전기생리학적 검사 등은 파킨슨병과 치매의 진단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세계신경학연맹, 국제 파킨스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에서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법원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외면한 불합리한 이번 판결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고 장차 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발생하게 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피해는 온전히 대법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과 관련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한의사들이 이 판결의 의미를 오판해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한의사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시도한다면 이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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