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A Neurology, 남성 환자 CGRP 기반 편두통 치료 무용론 게재
“임상적 이점 전혀 없어” vs “과학적 원리 위배 노시보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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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편두통 치료와 예방에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 타깃 치료제에 대한 적응증 문제가 제기됐다.

그간의 임상 연구 어디에서도 남성 편두통 환자에게는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인데, 향후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신경학회지인 <JAMA Neurology>는 최근 애리조나대학의 프랭크 포레카(Frank Porreca) 박사와 애리조나 메이요클리닉의 데이비드 도디크(David W. Dodick) 신경학 명예교수의 논평을 게재했다.

해당 논평은 편두통 단기 치료를 위한 CGRP 수용체 길항제 처방 시 환자의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편두통은 국내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이상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CGRP 타깃 약물의 임상시험은 여성 중심으로 디자인됐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국내에서 CGRP 타깃 약물의 적응증은 성인 편두통의 예방이나 치료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남성 환자가 적지만 25%가량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별도의 근거마련을 위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두 전문가는 전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판트 계열의 CGRP 약물이 남성에게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생쥐의 경막에 CGRP를 직접 주사했을 때 수컷에 비해 암컷은 훨씬 더 낮은 용량에서 편두통과 유사한 두통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CGRP 항체는 수컷에 비해 암컷에서 더 효과적으로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것.

인간 대상 연구에서도 유사한 관찰 결과가 나타났다. 7명의 여성과 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여성의 경우 편두통 발작 중 CGRP 수치가 상승했으며 수마트립탄을 사용하면 다시 정상화됨이 나타났다.

반면 남성에서는 수마트립탄을 적용해도 수치가 상승하지 않고 통증도 완화되지 않았다.

또한 유브로게판트(제품명 우브렐비)와 리메게판트(제품명 너텍ODT)의 통합 데이터에서는 남성에게 치료적 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브로게판트는 위약과 비교해 여성의 경우 통증 없음 8.3%, 약간의 부담 12.4% 등으로 치료적 이점이 나타났지만, 남성은 위약 대비 각각 0.2%, 0.7%에게만 이점이 관찰됐다. 이는 리메게판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였다.

저자들은 “임상 데이터는 전임상 연구와 일치하며 결론은 모호하지 않다”며 “현시점에서 편두통의 단기 치료에 있어 남성에게 CGRP 약물의 임상적 이점에 대한 증거는 거의 또는 전혀 없다”고 결론냈다.

이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독일 편두통·두통협회장인 팀 저겐스(Tim Jurgens) 박사는 해당 주장이 과학적, 의학적으로 잘못됐으며 남성에게 CGRP 기반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고 추론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장에 근거가 된 연구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효과를 별도로 조사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라며 “더 큰 규모의 집단에서 연구돼야 할 사안이다. 임상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런 주장이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부정적 믿음에 의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성 환자에게 이 같은 주장을 충분한 근거 없이 제시한다면 이는 노시보 효과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환자의 기대가 치료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팀 저겐스 박사는 성별에 따른 CGRP 약물 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적응증 변경에 대해서는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그는 “남성 환자에게 표적화된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구조된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며 “당장은 의료 관행(적응증)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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