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Q 의약품 부족 건 309개…5년내 분기별 ‘최고’
歐, 러-우 전쟁・인플레 영향에 의약품 수급 '차질'
日, 3800품목 공급 정지·출하 제한…약 부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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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가 의약품 부족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와 더불어 저가정책에 기인한 제네릭 시장 축소, 품질 이슈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세계적으로 의약품 부족이 심화된 것이다.

이에 주요 국가들은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법안 발의는 물론 행정명령, 보고서 발간, 국가 및 이해 관계자 간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의약품 부족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한편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아목시실린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해열제, 진통제, 항생제 및 필수의약품의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원료 물질 및 생산 능력 부족, 배송 지연 또는 무역 제한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타격 등이 의약품 부족 현상의 공통 원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 美, 항생제 등 필수약부터 일반약까지 ‘부족 현상’ 심화

실제로 미국 보건시스템약사협회(ASHP)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부족한 의약품 수가 200개 이상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항응고제, 간질치료제,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을 포함한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초 대표적인 항암제 시스플라틴과 대체 항암제인 카보플라틴 부족 현상이 나타났으며, 항생제, 식염수, 일반의약품 및 처방의약품 부족도 지속됐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의약품 부족 건수가 309개로 최근 5년 내 분기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네릭 시장 연구에 의하면 공급 중단이 발생하는 의약품은 주로 제네릭의약품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족 문제가 있었던 상황에서 제네릭의약품의 낮은 가격과 소수의 제조업체가 공급 불안정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국토안보 및 정부행정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의약품 부족의 근본 원인으로 의약품 및 원료의 과도한 해외 의존, 수요량 예측 시스템 부재 등을 꼽았다.

지난 6월 미국 의약품접근성협회(AAM)가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제네릭 의약품 부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낮은 가격, 저마진 등 시장 요인 ▲정부 정책 오류 ▲규제 및 제조 문제를 지목했다.

≫ 의약품 부족 현상 심해지는 유럽, 올 3월 기준 최소 1천개 공급 중단

유럽 역시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10년 간 유럽 시장에서 시판된 제네릭의약품 전체 품목의 평균 26% 쪼그라들었다.

특히 제네릭의약품 중 항생제와 항암제 감소가 두드러졌다. 항생제는 33%, 항암제는 40%가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흡기 감염이 급증해 항생제 수요가 증가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제조 지연 및 생산 능력 부족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의약품 수급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약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스위스에서도 이부프로펜, 파라세타몰과 같은 일반 진통제, 항생제 및 만성질환 치료제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3월 기준 최소 1,000개의 약품이 공급 중단되기도 했다.

이 같이 유럽에서도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를 분석하는 보고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제네릭 의약품 부족 현상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품목당 1~2개의 제조업체에 의존하는 시장 환경과 유럽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중국·인도의 원료의약품(API) 점유율 증가를 문제로 분석했다.

제네릭 의약품 및 바이오시밀러 협회인 Medicines for Europe은 최저가격에 기반한 가격 정책 및 규제를 의약품 부족 및 공급망 위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 日, 일본 의약품 전체 품목 약 1/4이 공급 정지 또는 출하 제한

일본도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일본 의약품 전체 품목의 약 1/4에 해당하는 3,800품목 이상이 공급 정지 됐거나 출하가 제한된 상태이다. 이 중 제네릭의약품이 75%를 차지했다.

일본 제약단체연합회(FPMAJ)에 따르면 제네릭의약품 1,892개는 출하 제한으로 분류, 1,021개는 공급이 정지되어 제네릭 전체 품목 중 32.5%가 공급 문제를 겪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사용 비율이 약 80%까지 도달한 일본은 2020년 말부터 여러 제조시설의 GMP 위반과 품질 문제로 초래된 제네릭의약품 부족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 5월까지 최소 15개의 제네릭 회사가 제조 또는 품질 관리 관련 법 위반으로 제조 현장을 폐쇄했는데 이 중 일부는 다른 공급업체와 계약한 제조업체였던 만큼 연쇄적으로 피해가 확산하면서 공급난은 더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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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품 공급 부족 막아라”…의약품 자체 수급 확대 법안 발의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의약품 공급난이 심화하자 각국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미국 정부는 여러 차례 법안 발의와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의약품의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 제시,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API 자국 생산 등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 대응책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약품 정보 수집 권한 강화 등 의료보건 시스템 운영 지원을 포함한 케어스 법안(CARES Act)이 입법·발효됐다.

지난해 9월에는 의약품 등 생명공학 분야 성과물의 자국 내 제조·생산을 강화하는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관련 약 20억 달러(2조7,000억 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올 6월 미 의회 상원에서 의료 물품·서비스의 미국 및 전 세계로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대통령에게 무역 협상 개시 권한 부여 등 의료 공급망 안정성법을 초당적으로 발의하기도 했다.

유럽도 의약품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1월 유럽의약품청(EMA)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은 의약품 공급 부족 조정그룹(MSSG)을 통해 항생제 부족과 관련한 주요 공급업체와 협력해 제조 역량 확대를 합의했다.

또한 승인되지 않은 의약품의 예외 공급을 허용하는 등 일부 규제 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EU의 대다수 국가가 의약품 공급 안정성 개선을 위한 ‘중요 의약품법(Critical Medicines Act)’의 제정 제안에 동의했다.

이 법안은 주요 의약품뿐만 아니라 원료의약품 및 기초 화학물질의 생산을 장려해 중국, 인도 등 해외 의존도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벨기에 정부가 작성한 해당 입장문에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18개국이 지지했다.

입장문에는 국가 간 의약품 재고의 신속한 교환이 가능하도록 EU 연대 메커니즘 마련과 유럽의 필수의약품 목록 작성 및 모니터링 강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2023년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을 발표했다.

해당 방침에는 제네릭 지원을 위한 의약품 상환 가격 조정 등 약가 시스템 평가, GMP 위반을 줄이기 위한 규제 강화, 필요시 원재료의 공동 조달 및 투명성 개선을 통한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 등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후생노동성은 의약품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와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전담 위원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의약품 부족 문제가 심화됐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법정부적 협력 체계 구축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효과적인 국산 백신 및 치료제의 부재에 따른 의약품 수급 문제와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등의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된 현 시점에도 비염, 알레르기 등 호흡기 질환 환자 증가로 인해 슈도에페드린 제제의 수급 불안정 등 의약품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 생산·개발 역량 강화를 통해 제약주권을 확보하고 의약품 공급 부족 대응을 위해 보건복지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범정부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민관협력을 통해 팬데믹에 따른 수요 급증, 원료 공급 차질, 생산 능력 저하 등 의약품 부족 요인의 명확한 파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료의약품 자급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가필수의약품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며 “필수의약품 선정 기준 개선과 목록 확대를 통해 사용량이 많은 의약품의 공급 부족을 방지하고 더 넓은 범위의 인구 집단이 사용하도록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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