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잭팟’…국내 제약사, 너도나도 비만약 개발 ‘열풍’
일동제약·한미약품·대원제약, GLP-1a 계열 약물 임상 중
경구제부터 패치제까지 제형 변경 시도…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유토이미지
유토이미지

[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비만약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새 캐시카우로 여겨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이 시장이 1년 만에 2배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안 실제 수혜는 일부 빅파마에만 돌아가자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이 그 틈새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내 제약사들의 비만 치료제 개발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2년 3조9,195억 원에서 작년 8조1,120억 원으로 1년 새 108% 급증했다.

이처럼 시장의 폭발력이 실제 수치로 증명되자 국내 제약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최근 일동제약은 비만 당뇨병 후보물질 ‘ID110521156’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이 회사와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만·당뇨치료제 임상 1상을 승인받은 이튿날, 증시에서 잇따라 상한가를 기록했다.

ID110521156은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우리 몸에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체내 GLP-1 호르몬을 유사하게 만든 물질이다.

GLP-1 제제는 당뇨병과 비만 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GLP-1 계열 가운데 처음으로 비만약 시장에 발을 들인 ‘삭센다(리라글루티드)’가 개발된 이후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주 1회 주사제 ‘위고비(세마글루티드)’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GLP-1 제제 시장은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여기서 일동제약은 제형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주사제가 아닌 경구 제형으로 약물을 개발한다는 게 회사 측의 구상인데, 향후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ID110521156에 대한 내약성과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비만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이 회사 역시 GLP-1 계열의 약물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앞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대사질환 치료제로 연구해 오다 이를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하고 지난 7월 식약처에 임상 3상에 대한 IND를 제출했다. 당초 당뇨 신약으로 이 약을 개발하려던 사측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계획을 틀어버린 셈이다.

특히 한미약품은 국내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GLP-1 비만치료제가 고가인 데다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국내 특화된 비만약을 개발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겟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도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달 식약처에 ‘DW-1022(실험물질명)’의 임상 1상 IND를 신청했다.

DW-1022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제형 변경한 것으로 대원제약과 라파스가 공동 개발 중이다. 두 회사는 기존 주사제가 아닌 패치제를 개발해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도 제형 변경을 통해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비만 신약 후보물질 ‘DA-1726(실험물질명)’을 연구하고 있다.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기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동아에스티는 연내 미국에서 DA-1726 임상 1상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의 비만 신약 후보물질인 ‘YH34160’은 뇌에 있는 GDF15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측이 공개한 비만 동물 대상의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YH34160은 11.9%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GLP-1 제제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도 "반면 공급량은 부족한 상황이라 국내 제약사들도 당뇨 비만약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