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 160곳 2023년 2분기 실적 ②
영업익 삼바·셀트리온 톱…전통 제약사 중 한미약품 최다
올 상반기 매출 6,000억 이상 9곳…진단키트는 '몰락' 수순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엔데믹화로 감기약과 항생제 등의 판매고가 크게 늘면서 국내 의약품 내수 시장 실적이 전반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올해는 그 효과가 사라지고 3高(금리·환율·물가) 사태가 경영 악화를 초래하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1조 클럽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 기간 수혜를 본 진단키트 기업은 올해 1조 원 매출 달성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2023년도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60곳의 분기보고서 공시자료(연결기준)를 분석하고 먼저 매출 상위 기업을 대상으로 실적을 들여다봤다.

≫ 제약바이오기업 9곳, 올해 상반기 매출 6,000억 원 웃돌아

올 상반기(6개월간) 매출 6,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곳은 9개사로 확인됐다.

매출 1위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의 수주 확대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회사 편입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성장한 1조5,871억 원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2위 자리는 셀트리온으로 1조1,215억 원을 기록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조294억 원으로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전통 제약사 중에는 유한양행이 9,388억 원으로 최다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외 GC녹십자(7,824억 원), 종근당(7,612억 원), 광동제약(7,323억 원), 한미약품(7,039억 원), 대웅제약(6,726억 원) 등이 최상위권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반기만으로도 6,00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 1조 원 이상 달성이 확실해졌다. 이들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매출 2조 클럽 달성이 유력해졌고 전통 제약사로는 유한양행이 2조 원 달성이 가능해졌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만에 2조 원을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했던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 상반기 외형이 급감해 3,450억 원의 매출에 그치면서 추세로 볼 때 올해 1조 원 매출 고지는 사실상 힘들게 됐다.

이들 외에도 차바이오텍과 보령이 상반기 고공 성장을 보이면서 각각 4,762억 원과 4,201억 원의 외형을 기록하면서 빠르면 올해 또는 내년 1조 클럽 가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압도적 영업익…전통 제약사에선 한미약품 ‘수위’

올해 들어 매출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중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증가에 힘입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28.6% 늘어난 4,452억 원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셀트리온은 3,654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9.8% 증가한 이익을 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전통 제약사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한미약품이 931억 원의 이익을 올리며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영업이익 규모 3위로 올라섰다.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진 못했지만 28.6% 감소한 850억 원의 영업익을 올리며 4위를 차지했고 종근당(765억 원, 47.1%↑), 대웅제약(645억 원, 21.6%↑), 유한양행(499억 원, 116.7%↑), 휴젤(465억 원, 0.2%↓), 파마리서치(444억 원, 36%↑), JW중외제약(409억 원, 80%↑) 등이 수익성을 개선하며 400억 원 이상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보령(350억 원, 13.7%↑), 동국제약(322억 원, 25.7%↓), 휴온스(291억 원, 28.6%↑), 유나이티드제약(285억 원, 24.7%↑), 광동제약(277억 원, 44%↑), 셀트리온제약(243억 원, 30.7%↑), HK이노엔(210억 원, 4.2%↓) 등도 2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수익성 부진에 시달린 곳도 있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영업이익 –1,742억 원, 적자전환), 일동제약(-340억 원, 적자지속), 씨젠(-234억 원, 적자전환), 신풍제약(-213억 원, 적자지속), 경동제약(-77억 원, 적자전환), 부광약품(-56억 원, 적자지속) 등은 상반기 50억 원 이상 규모의 영업 손실을 내면서 적자가 발생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 ‘아직 배고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수주 잔고만 ‘7조’ 규모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들 가운데 주목되는 곳들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보다 36.5% 성장한 1조5,871억 원, 영업이익도 28.6% 늘어난 4,452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연결 매출 중 위탁생산개발(CDMO) 관련 매출로 1조1,178억 원, 영업이익 4,358억 원이 포함된 수치다. 비중으로만 보면 매출의 70.4%, 영업이익의 97.9%가 CDMO 관련 매출이다.

이 밖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판매로 벌어들인 매출은 4,693억 원(비중 29.6%), 영업이익 94억 원(비중 2.1%)을 기록했다. 이는 바이오의약품으로 인한 수익 효과는 기대보다는 다소 저조한 실적을 드러낸 것이다.

바이오의약품의 수익성 정체에도 불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 같은 성장은 인천 송도 1·2·3·4 공장의 최대 가동에 따른 생산량 확대, 완제의약품과 CDMO 등의 매출 증가, 해외 매출 증가로 인한 환율 효과가 실적 상승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CDMO 사업은 수주와 이에 따른 생산설비량이 핵심이다. 먼저 생산설비량 수준을 보면 CDMO 수주 증가로 현재 1, 2, 3공장뿐 아니라 여기에 4공장 가동률까지 합쳐 60.4만 리터의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엔 36.4만 리터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었다. 지난해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용량(Capacity)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회사는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송도 내 매입한 신규 부지에 18만 리터 규모의 5공장을 증설 중이다.

특히 해외 거점 확대 운영을 위해 2020년 미국에 종속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2021년에는 모더나 mRNA 백신 완제(DP) 위탁 생산을 개시하는 등 CDO 및 완제(DP) 생산 사업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사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항체의약품의 수주잔고(아직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는 6월 현재 53억6.700만 달러(한화 약 7조1,032억 원)로 집계됐으며 제품개발 성공 시 121억9,700만 달러(약 16조 원)까지 확대되는 구조다. 향후도 이 회사의 수익성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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