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환자 정보 약탈법에 불과…보험업법 개정안 중단 촉구
醫, 보험사만 배불리는 불공정법…“결국 피해는 국민 몫”

▲시민단체들은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단체들은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보건의료단체연합)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예고되자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발칵 뒤집혔다. 양 단체는 해당 법안이 환자 정보를 약탈하는 등 보험사만 배불리는 불공정 법안이라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개최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마지막 관문인 국회 본회의만 남겨두게 된다.

이에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던 노동·시민·환자 단체와 의사 단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 단체는 지난 12일 국회 앞을 찾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재차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보건의료노조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여기 모인 노동단체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환자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이 법을 십여 년 전부터 반대해 왔다. 이 법은 오직 민간보험사들의, 민간보험사에 의한, 민간보험사를 위한 법일 뿐”이라며 “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보험사를 위한 것이다. 국회는 보험업법 논의를 중단하고 법을 폐기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환자의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 가능한 전자 형태로 더 손쉽게 보험사로 넘어간다”며 “보험사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질병 위험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의 새로운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부담보 설정,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환자들 입장에선 단기적으로는 소액청구가 쉬워 약간의 이득을 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정보를 축적한 보험사들의 갑질에 더욱 시달릴 것”이라며 “손해율이 높다는 눈가림으로 보험료를 쉽게 올리고 고액 보험금 지급은 거절하면서 이미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는 보험사들은 아픈 환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더 쉽게 돈벌이를 할 것이고 환자들은 더욱 피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건강보험을 민영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 법이 통과돼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청구자료를 직접 보내게 되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직불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보험사들은 본다. 민간보험사가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은 미국식 민영화”라며 “이렇게 되면 미국처럼 환자들은 보험사가 계약한 병원에서 보험사가 허용한 치료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주는 보험사가 갑, 병원이 을이기 때문에 병원은 보험사가 미리 허용하지 않은 진료는 하지도 못 한다”며 “의료기관과 계약한 민간보험이 결국 공보험을 대체해 미국은 모두 알다시피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나라가 됐다. 매우 심각한 의료 민영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기업의 영리행위를 위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약사법에 위배된다”며 “법사위는 내용에서 심각할 뿐 아니라 기존 법체계와 충돌을 일으키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보험업법은 보험사 이익만 고려한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대한의사협회)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보험업법은 보험사 이익만 고려한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대한의사협회)

≫ 의사들도 나선 보험업법 개정안 저지…“보험사 이익만 고려한 과잉 입법”

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의사 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김종민 보험이사는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잇따라 1인 시위를 벌이며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이익만을 고려한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먼저 1인시위에 참여한 김종민 보험이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라는 명목 아래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 정보를 보험회사에 전송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민감한 개인 정보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진료기록과 관련한 의료기관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잘못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안의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 과정에서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전송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향후 중계기관과 보험회사 간 정보 유출 책임 분쟁 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면서 “법안의 통과 이전에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정근 상근부회장도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민이 소액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게 되더라도 제3자인 의료기관에 불필요한 행정적 부담과 같은 부당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문제가 발생해 결국 그 피해가 다시 국민에게 돌아오는 등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보험사가 개인의 의료 정보를 쉽게 취득하게 되면 국민이 보험을 가입하고 갱신할 경우 보험사가 이를 활용하게 되어 국민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험료 인상으로까지 이어져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라며 “국민의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있는 위험한 보험업법을 당장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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