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질레베시란, 2상 KARDIA-1 탑라인 “1차·2차 평가변수 충족”
이상지질혈증 6개월 간격 투약 렉비오 이어 고혈압 관리서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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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매일 다수의 약으로 관리하는 만성질환 치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6개월에 달하는 장기 지속형 만성질환 약물로부터 시작된 바람이다. 이들 장기 지속형 약물의 잇따른 긍정적 연구 결과는 미래 만성질환 관리의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만성질환은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을 이어가야 한다. 질환 자체의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한 가지 약물만으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려워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한다. 한 명의 환자가 여러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일반적이다.

이런 만성질환을 6개월에 한 번 이뤄지는 주사로 관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 RNA 소간섭제가 만성질환 관리 트렌드의 격동을 이끌고 있다.

≫ 6개월 간격 항고혈압제 질레베시란, 안전성 확보한 1차·2차 평가변수 충족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최근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소간섭 리보핵산(small interfering RNA, siRNA) 후보물질 질레베시란의 임상 2상 KARDIA-1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의 성패를 가르는 1차 평가변수와 2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다는 톱라인이다.

KARDIA-1 연구는 경증~중등도의 고혈압 초치료 환자 또는 하나 이상의 항고혈압제로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성인 394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용량범위 연구다.

참여 환자는 질레베시란군과 위약군으로 나뉘었다. 질레베시란군은 6개월 1회 150mg/300mg, 3개월 1회 300mg/600mg으로, 위약군은 위약 투약 후 6개월째부터 4가지 용량 중 하나로 배정됐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24시간 보행 혈압 모니터링으로 평가한 3개월 시점의 기저치 대비 수축기 혈압 변화였다.

로슈가 발표한 톱라인에 따르면 질레베시란 300mg과 600mg 용량에서 24시간 평균 수축기 혈압이 용량 의존적이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 위약군을 제외하면 모든 참여환자가 평균 15mmHg 이상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3개월 혹은 6개월 간격 투약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혈압의 감소’를 보여 주요 2차 평가변수도 충족했다고 밝혔다.

안전성에서도 만족스런 결과가 나왔다. 연구 기간 동안 참여환자 1명이 심폐정지에 의해 사망했는데 이는 약물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간주됐으며 심각한 이상반응은 질레베시란군에서 3.6%, 위약군에서 6.7%로 보고됐다.

질레베시란 치료 환자의 5% 이상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은 코로나19, 주사 부위 반응, 고칼륨혈증, 상부 호흡기 감염, 관절통, 두통 등이었다.

연구진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축기 혈압 15mmHg 이상 감소와 지속적인 혈압 조절을 달성한 KARDIA-1 연구 결과는 질레베시란이 실제 사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한다고 믿는다”며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치료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의 전체 결과는 다가오는 학회에서 공개된다. 이와 함께 경증~중등도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질레베시란과 기존 표준 항고혈압제를 병용한 KARDIA-2 2상 연구의 톱라인은 내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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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바티스 렉비오, 6개월 간격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국내에도 허가신청

아직 2상 결과에 불과한 질레베시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앞서간 siRNA 치료제가 이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있다는 점이 작용한다.

노바티스의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가 2020년 유럽에 이어 2021년 미국 허가를 획득하고 현재 국내에서도 허가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렉비오는 siRNA 기술을 통해 전구단백질 전환효소 서브틸리신/켁신 9형(PCSK9)을 억제하는 기전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다.

스타틴을 최대용량 복용에도 LDL 콜레스테롤이 목표치까지 강하되지 않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ORION-10 연구에서 렉비오는 18개월 차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58%까지 낮췄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와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보유한 환자를 종합 분석한 ORION-11 연구에서도 렉비오는 치료 후 510일 LDL 콜레스테롤 감소 폭이 47.2%로 나타났다. 70mg/dL 도달률은 렉비오이 49.4%, 위약군은 1.1%였다.

이 결과는 렉비오를 1년에 2회, 6개월 간격 주사한 결과다. 이상지질혈증 관리가 6개월 단위 투약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정부는 노바티스와 협약으로 렉비오를 조기에 도입했다. 3년간 렉비오 30만 도즈를 선구매해 1차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연구를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현지 의학단체가 장기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걸림돌도 있었지만, 렉비오에 대한 가치를 까다롭다고 알려진 영국 정부에서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국내에서도 렉비오의 허가는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높은 약가는 향후 국민건강보험 적용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바티스는 “올해 초 당국에 렉비오에 대한 시판 허가신청이 이뤄졌다”며 “영국에서 이뤄진 조기 도입 사례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있긴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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