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스·진양·한국파마, 위탁생산으로 외형·내실 다 잡아
한미·대웅·삼일, 기존 시설 허가·해외 공장 설립 ‘눈길’

[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팽창한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이 국내 제약사들의 신사업으로 낙점된 모습이다. 이는 자금난 심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마진율이 높은 CMO 사업에 진출해 이익을 확대하겠다는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글로벌 CMO 시장은 연평균 13.7%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253억 달러(28조 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전임상·임상 과정의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80%가 중소 바이오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들 중 70% 이상이 CMO에 아웃소싱 되고 있다. 위탁 수주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선제적으로 CMO 사업에 뛰어든 국내 바이오기업이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CMO·CDMO(위탁개발생산) 리딩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에만 매출액 1조 5,871억 원을, 영업이익 4,452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 29% 상승한 수치다.

≫ 한국파마·진양제약·마더스제약, 위탁생산으로 ‘실적 개선’

이 같은 호실적 분위기는 국내 제약사에서도 감지된다. 실제로 마더스제약, 진양제약, 한국파마는 CMO 사업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특히 마더스제약은 올 상반기 매출액 779억 원 중 43%를 넘어선 337억 원을 CMO 수주로 거둬들였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에는 당뇨병용제 ‘테네글립정’, 근골격계 ‘레이본정’, 소화기용제 ‘스토엠’ 등이 있다.

진양제약 역시 지난해 외형을 성장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개선했다. 이 회사의 2022년 기준 매출액은 700억 원, 영업이익은 100억 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동기대비 21%, 59%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성장세는 위탁생산 사업이 확대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 회사의 CMO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기준 50억 원이었던 판매고는 2021년 80억 원, 작년에는 100억 원을 돌파해 150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SGLT-2 억제 당뇨병치료제 '다파글리플로진(오리지널 포시가)'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면서 '다파글리플로진+글리메피리드' 복합제가 출시돼 추가적인 CMO 수주 확대도 관측된다.

한국파마 역시 CMO 제품 매출액을 끌어 올렸다. 올해부터 변비치료제 ‘크리롤액’과 우울증치료제 ‘아라빌정’을 판매하면서 상반기 위탁생산 제품 판매고는 7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과 비교해 53%가 증가한 규모다.

회사는 고형제(정제, 캡슐제), 내용액제, 외용액제, 연고제 등 다양한 제형의 제품에서 CMO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제약업계가 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드는 데는 높은 수익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CMO 수익률은 20~40%로 알려진 만큼 안정적으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미약품·대웅제약, 자사 공장 내세워 본격 사업 ‘돌입’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전통 제약사들도 CMO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국내 시설을 허가받거나 해외에 공장을 세우는 등 사업에 뛰어들 채비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단순 CMO를 넘어 위탁 개발과 생산을 모두 포함하는 CDMO까지도 눈독 들이는 분위기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앞세워 CMO·CDMO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평택 사업장은 DNA·mRNA 백신과 mRNA 합성에 필요한 효소를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는 GMP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CMO 기업들이 동물세포 배양 기반의 설비를 갖춘 데 반해 평택 공장은 미생물 배양을 이용하는 제조설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삼일제약은 글로벌 점안제 CDMO 사업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베트남 호치민시에 점안제 위탁개발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베트남 공장은 총 7,578평 부지에 연면적 6,437평, 생산동 3층과 사무동 4층 규모로 만들어졌으며, 연간 3억 3,000개의 점안제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은 용인 바이오센터를 내세워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현재 첨단바이오의약품과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정한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인체 세포 등 관리업 ▲세포 처리시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회사는 앞서 두 조건을 충족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세포 처리시설 허가를 취득하며 CDMO 사업 준비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시장의 내수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위탁생산 사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런 점에서 CMO 사업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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