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브리키주맙, 유럽 승인권고…IL 타깃 아토피 시장 진입 앞둬
아트랄자-효과·JAKi-안전성 약점, 레브리키주맙이 진짜 경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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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사노피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독주하고 있는 인터루킨(IL) 타깃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에 만만치 않은 경쟁제품이 나타났다. 듀피젠트를 목표로 시장에 나온 기존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에서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에 사용 가능한 치료제 옵션은 듀피젠트와 레오파마의 아트랄자(성분명 트랄로키누맙) 등 IL 타깃 주사제와 경구제인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 3종이 있다.

총 5가지 옵션이다. 다만 후발 치료제들은 여전히 듀피젠트의 독주를 막지 못하고 있다. 독점적 위치에서 시장에 선진입해 적응증을 확대하고 데이터를 쌓은 듀피젠트에 비해 단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구도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후발 옵션들의 시장 진입에도 듀피젠트는 건재하게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 구도가 계속될 수 있을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유력한 경쟁제품인 일라이 릴리의 레브리키주맙(유럽 제품명 엡글리스)이 빅마켓 시장진입을 시작했다. 한국인 대상 임상연구도 진행한 만큼 국내 시장진입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 유럽 의약품위원회,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레브리키주맙 허가권고

유럽의약품청(EMA) 산하의 의약품위원회(CHMP)는 최근 전신요법 대상인 성인 및 청소년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레브리키주맙의 시판 허가를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CHMP의 권고 후 3개월 이내에 실제 승인이 이뤄진다.

레브리키주맙은 제2형 염증 루프를 유도해 피부 장벽 기능 장애, 가려움증, 피부 두꺼워짐, 감염 등을 유발하는 IL-13를 타깃해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번 허가 권고는 레브리키주맙의 3개지 임상 3상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ADvocate 1과 ADvocate 2는 레브리키주맙 단독투여를, ADhere는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레브리키주맙의 병용요법을 평가했다.

지난해 9월 유럽피부과학회(EADV)에서 공개된 ADvocate 1과 ADvocate 2 연구에는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850명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16주 차 습진 중증도 평가지수(EASI) 75 달성률이 레브리키주맙군은 51~59%로 위약군의 16~18% 대비 확실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자 평가 점수(IGA) 0점 또는 1점 달성률에서도 레브리키주맙군은 33~43%로 위약군의 11~13%보다 뛰어난 결과가 확인됐다.

이 같은 16주 결과는 52주 결과에서도 이어졌다. 52주 차 레브리키주맙 4주 간격 투여군의 EASI 75 달성률은 79.2%~84.7%로 나타나며 위약군의 61.3~72.0% 대비 효과적이었다.

IGA 0점 또는 1점 달성도 4주 간격 레브리키주맙 투여군이 74.2~80.6%, 위약군 46.5~49.8%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듀피젠트의 데이터와 간접적으로 비교했을 때 뒤쳐진다고 보기 어렵다. IL 타깃 아토피피부염 치료제가 듀피젠트 수준의 결과를 가져온 첫 사례다.

CHMP의 권고는 유럽 허가의 임박을 시사하며 진행되고 있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심사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또한 ADvocate 연구에는 한국인도 포함돼 있어 이를 기반으로 국내 허가신청이 가능하다.

아직 국내에 허가신청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절차가 시작되면 순조로운 진행이 예상된다.

≫ 효과 미흡한 아트랄자·이상반응 이슈 JAK 억제제, 후발주자 단점 극복할까

레브리키주맙이 국내외에서 기대감이 큰 배경에는 앞서 출시된 듀피젠트의 후발주자들에 약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레오파마의 아트랄자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사용가능한 IL 타깃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다. 아트랄자 역시 레브리키주맙과 마찬가지로 IL-13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아트랄자의 국내외 허가는 ECZTRA 1/2/3 임상 결과가 기반이 됐다.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2,000명이 참여한 이 세 가지 임상에서 아트랄자는 16주 차 EASI 75 달성률 25.0~33.2%로 위약군의 11.4~12.7% 대비 효과를 보였다.

IGA 0점 또는 1점 달성률 또한 15.8~22.2%로 위약군의 7.1~10.9%보다 높았다. 56주 장기관찰 확장 연구에서는 아트랄자는 EASI 50 달성률 93.8%, EASI 75 달성률 82.5%, EASI 90 달성 59.8%로 효과를 입증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아트랄자는 미국과 유럽,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결과가 듀피젠트의 데이터에는 미치지 못했다. 16주 차 EASI 75 달성률이 60% 수준인 듀피젠트와 간접적으로 비교했을 때 아트랄자의 결과는 효과 발현이 늦다는 단점이 두드러진다.

아트랄자와 마찬가지로 장기 지속성 및 안전성을 장점으로 하는 듀피젠트인 점을 감안할 때 같은 가격이라면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화이자의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 등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을 잇따라 획득한 JAK 억제제 계열 경구 치료제는 효과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1:1 헤드투헤드 임상에서 린버크의 경우 16주 차 EASI 75 달성률 71%로 61%의 듀피젠트의 결과를 넘어섰고 시빈코는 16주 차 EASI 90 결과에서 54%로 42%인 듀피젠트 대비 우월함을 확인했다. 16주 차 효과 면에서는 듀피젠트보다 낫다고 볼 수 있다. 가격도 듀피젠트 대비 저렴하다.

다만 JAK 억제제는 안전성이 약점으로 남아있다. JAK 억제제 주력 적응증이라 볼 수 있는 류마티스관절염에서 심혈관계 이상반응이 확인된 것.

안전성 문제로 인해 미국에서는 TNF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질환에서 JAK 억제제를 2차 치표제로 격하했고, 국내에서도 65세 이상이거나 심혈관계 고위험군, 악성종양 위험 등이 있는 환자에게 JAK 억제제의 1차 치료제 사용을 제한했다.

문제가 불거진 류마티스관절염과 아토피피부염은 환자군의 연령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듀피젠트라는 대안이 있는 상태에서 선택이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트랄자와 JAK 억제제의 이 같은 약점은 듀피젠트에 대한 추격을 늦추고 있다. 이는 레브리키주맙이 진정한 듀피젠트의 경쟁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토피피부염 분야에 새로운 옵션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와 더불어 환자의 상태나 상황에 맞는 선택이 가능해졌다”면서도 “다만 새로운 옵션이 듀피젠트의 장기사용 데이터나 넓은 적응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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