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미국 연구진 상반된 연구결과, 덴마크 연구서도 위험 확인
대체제로 떠오르는 P-CAB 기전…장기사용 영향은 아직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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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프로톤펌프억제제(PPI)의 장기 사용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PPI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널리 쓰이는 위장약 기전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PPI는 1988년 아스트라제네카가 오메프라졸(오리지널 제품명 로섹)을 개발하며 등장한 기전이다.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PPI는 위궤양, 식도염 등 위식도 질환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연간 2,000억 원에 달하는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PPI의 롱-런(long-run)은 이전에 사용하던 H2 저해제 등에 비해 위산 분비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와 오랜 기간 사용하더라도 큰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었다.

다만 30여 년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부작용 문제는 대두됐다. 작용 기전에 의한 철분결핍이나 감염문제에 더해 골절이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그럼에도 PPI가 계속해서 큰 존재감을 뽐내고 있던 것은 대신할 만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개발이 늦었던 이유도 있다.

다만 최근의 흐름은 새롭다.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 속에서 PPI 장기복용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고, 같은 배경에서 PPI 시장의 대체를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기전도 시장 진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 60대 치매 발생률, PPI 사용 환자 36% 증가…사용기간 길수록 위험↑

미국알츠하이머협회가 발간하는 <Alzheimer's & Dementia>는 이달 초 PPI 치료가 치매에 주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4개의 덴마크 등록자료를 이용해 2000년 기준 60~75세 또는 2000~2018년 60세가 된 개인 198만3,785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전에 치매 진단이 있었거나 치매 관련 약물을 복용한 개인, 1995년 이후 덴마크 이주자는 제외됐다.

19년의 추적 기간 동안 전체 개인에게 모든 원인에 의한 치매 발병은 9만9,384건이었다. 분석 결과 이전에 PPI 사용 경험이 있는 개인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치매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PPI의 사용 경험이 있는 개인은 60대 치매 발병 위험을 36%, 70대 12%, 80대 6%, 90대 3%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발병률은 PPI 치료기간이 길수록 높아졌으며 치료 시작 시기와는 관계없이 일관됐다.

이 결과는 지난 2016년 <JAMA Neurology>에 게재된 독일 등록자료 분석 연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 해당 연구 결과, 5년 이상 PPI 치료를 진행했을 때 치매 발병 위험이 44% 증가했다.

이후 진행된 캐나다 지역기반 등록자료 데이터에서도 PPI의 장기 사용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다만 지난해 발표된 미국·호주 등록자료 기반 분석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65세 이상 개인 1만8,846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PPI 사용 여부가 치매 발병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 상반된 결과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들 PPI 치료와 치매 발병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모두 후향적 관찰연구라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PPI 사용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고 있다.

≫ 국내 제약사 앞서가는 P-CAB 기전, PPI 대체 가능할까?

PPI 기전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치매 위험 증가라는 이슈가 지속되면서 PPI를 대체할 수 있는 기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PPI 이전에 사용하던 H2 저해제 등이 있지만, 효과가 떨어지고 지속시간이나 편의성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가장 주목받는 기전은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로 볼 수 있다.

P-CAB은 강한 약효 발현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고 작용 시간을 늘리면서도 PPI에 열등하지 않은 결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미국·유럽 등 빅마켓에는 아직까지 P-CAB 기전으로 허가된 약물이 없다. 최초의 P-CAB 기전 치료제로 볼 수 있는 다케다제약의 보노프라잔(일본 제품명 다케캡)도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해외 빅마켓하고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HK이노엔, 대웅제약 등 굵직한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P-CAB 제품이 시장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지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하고 PPI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케이캡의 유비스트 기준 원외처방액은 1,182억 원에 달한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또한 2021년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뒤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펙수클루는 지난해 7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 뒤 6개월 만에 120억 원에 육박하는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P-CAB 기전은 PPI가 갖고 있는 광범위한 적응증에 대한 확보도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PPI의 치매 위험이 당장 P-CAB 기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CAB은 아직 국내 시장이나 일본에서만 활발히 처방되고 있는 신규 기전으로 장기 지속성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또한 차단하는 위치는 다르지만 위산의 생성과정을 끊어낸다는 점에서 유사해 원인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장기 사용 부작용에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P-CAB 기전이 PPI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처방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향후 PPI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직 장기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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