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상반기 3건 라이센스 아웃…계약 금액 1조 돌파
HK이노엔·온코닉, 위식도역류약 케이캡·자스타프라잔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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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현금을 쌓아놓고자 라이선스 인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성사하면서 눈길을 끈 곳도 있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올해 기술수출에 성공한 기업들을 살펴봤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약 개발사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일본 피부과 분야 기업인 마루호에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을 기술 이전했다.

GI-301은 면역글로빈E(IgE)결합 부위인 Fc입실론RI알파(FcεRIα) 세포 외 부분과 약물 지속형 기술을 융합시킨 이중융합단백질 신약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전임상 원숭이 실험과 임상 1a상에서 우수한 IgE 억제효과를 확인했다.

계약 규모는 약 2,980억 원이며, 이번 계약에 따라 마루호는 일본에서 GI-301의 임상과 상업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마루호로부터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과 임상개발, 상업화, 판매 로열티 등 단계별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

문제는 기술수출 규모가 지난 2021년을 기준으로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고금리 환경에 자금난을 우려한 빅파마들이 기술 도입 등 투자를 미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최근 5년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연간 기술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2017년 기준 1조 4,000억 원이었던 수출 규모는 2018년 5조 2,000억 원, 2019년 8조 4,000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2020년 11조 595억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 2021년에는 14조 516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6조 6,32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절반(53%) 이상 급감했다. 올해도 기술수출 규모는 2조 원대에 머무르면서 기세가 주춤하다.

실제로 10월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건수는 총 14건 중 10건이 올 상반기에 이뤄졌는데 해당 계약 건의 금액은 2조 7,947억 원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조 8,974억 원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다.

≫ 대웅제약, 베르시포르신·엔블로·DWP213388 3건…1조 1,621억 원 기술수출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잇달아 기술수출을 이뤄낸 기업도 있었다. 바로 대웅제약이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규모만 1조 1,621억 원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 1월 대웅제약은 영국 CS파마슈티컬스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의 중화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억 3,600만 달러(약 4,128억 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을 통해 대웅제약은 CS파마슈티컬스로부터 최대 약 934억 원(7,600만 달러)의 기술료와 연간 순매출액 기준 두 자릿 수 이상 비율로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CS파마슈티컬스는 베르시포로신의 중화권 임상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한다.

베르시포로신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 중인 세계 첫 PRS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이다. 이 약은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베르시포로신의 주요 적응증인 특발성 폐섬유증은 과도하게 생성된 섬유 조직으로 인해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폐질환이다.

이 약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뿐만 아니라 패스트트랙 개발 품목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브라질 제약사 목샤8(Moksha8)과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의 중남미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기술료를 포함해 총 8,436만 달러(약 1,100억 원)다.

대웅제약은 목샤8에 엔블로를 공급하고, 목샤8은 브라질과 멕시코에서 제품 판매를 담당한다. 양사는 오는 2024년 하반기 엔블로의 브라질과 멕시코 현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4월 대웅제약은 미국 비탈리 바이오와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 물질 ‘DWP213388’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1,100만 달러(약 147억 원)를 포함한 4억 7,700만 달러(약 6,391억 원)이다.

DWP213388은 이중 표적 기전의 자가면역질환 경구용 치료제다. 해당 물질은 면역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표적 단백질인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TK)와 인터루킨-2-유도성 T-세포 키나아제(ITK)를 동시에 저해하는 기전을 가진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8월 FDA으로부터 DWP213388의 임상 1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 HK이노엔 ‘케이캡’·지씨셀 ‘AB-205’·온코닉테라퓨틱스 ‘자스타프라잔’ 기술수출

▲ HK이노엔 서울사무소 전경
▲ HK이노엔 서울사무소 전경

HK이노엔도 지난 1월 브라질 제약사 유로파마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기술수출 계약을 이뤄냈다. HK이노엔은 유로파마에 케이캡의 제조 기술을 이전하고, 파트너사인 유로파마는 브라질에서 케이캡의 개발과 판매를 맡게 된다. 현재 케이캡은 기술이전이나 완제품 수출 형태로 35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HK이노엔은 계약금과 함께 허가, 출시 등 단계별로 기술료를 수령하고, 매출에 따라 로열티도 받는다. 계약 기간은 브라질에 제품을 출시한 후 10년이다.

여기에 파이프라인 기술수출에 성공한 국내 제약사 자회사들도 눈에 띈다.

▲ GC셀 본사 전경(출처=GC셀 홈페이지)
▲ GC셀 본사 전경(출처=GC셀 홈페이지)

GC녹십자의 자회사 지씨셀은 미국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에 NK세포치료제 ‘AB-205’를 기술수출했다. AB-205는 T세포 림프종에서 발현하는 CD5를 타깃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장착한 동종 제대혈 유래 NK세포치료제다.

이번 계약에 따라 지씨셀은 아티바와 함께 국내와 FDA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임상 1상을 주도한다. 이후 양사는 각각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해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지난 3월 중국 제약사인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에 ‘자스타프라잔’을 기술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자스타프라잔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계약 규모는 1억 2,750만 달러, 우리 돈 약 1,600억 원이며 이중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선급금)만 약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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