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맞춤·희귀비만증·新 기전 등 시장 전략 ‘각양각색’
앞서가는 ‘한미’, 제형 변경 ‘엘지’…발상 전환한 ‘유한’

[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국내 제약기업들이 비만약 치료제의 시장성을 읽고 개발전에 뛰어든 모양새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 시장이 팽창하는 분위기를 간파한 것이다. 여기에 효과와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비만 치료 신약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 확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국내사들은 제형 변경이나 새로운 기전의 약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들을 살펴봤다.

≫ 한미약품, 한국인 특화 GLP-1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

▲한미약품 본사 전경(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제공=한미약품)

현재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비만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대표 품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약물을 매일 투여하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만 투여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주 1회 주사 제형이며,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GLP-1 호르몬을 활성화하는 기전을 가졌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당초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던 물질이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사노피에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기술 수출했다. 그러나 사노피는 지난 2020년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계약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하면서 개발 과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다. 비만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사노피가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혈당·혈압·체중을 낮추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56주간 에페글레나타이드 4㎎, 6㎎ 투약군에서는 유의미한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이에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하고 올해 7월 식약처에 임상 3상에 대한 IND를 제출한 뒤, 지난 23일 승인을 획득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국내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에 최적화된 한국인 맞춤형 GLP-1 치료제로 개발, 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의 GLP-1 비만치료제가 공급량이 부족해 국내 도입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미래 먹거리로 비만을 점찍고 비만약 전담 조직도 구축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비만 프로젝트를 H.O.P(Hanmi Obesity Pipeline)로 브랜딩하고 한미만의 차별화된 비만 전주기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해 총 5종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 삼중 작용제(LA-GLP/GIP/GCG)인 ‘HM15275’와 'LAPS-Glucagon 콤보(HM15136+에페글레나타이드)'를 보유하고 있다. 두 후보물질 모두 전임상 단계에 있다.

HM15275는 GLP-1과 에너지 대사량을 높이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기전을 가진다. 이 물질은 한미약품의 기존 신약 개발 플랫폼인 랩스커버리와는 다른 장시간 지속 기술이 적용됐다.

한미약품은 전임상에서 HM15275가 비만 대사 수술에 견줄 수 있는 체중감량 효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HM15275는 비만 수술의 25% 내외의 체중감량 효과와 맞먹는 효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물질인 LAPS-Glucagon 콤보(HM15136+에페글레나타이드) 역시 비만 동물모델에서 비만 개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를 통해 발표된 전임상 결과, HM15136은 에너지를 태우면서 지질 흡수를 막고 식욕을 억제하는 복합 기전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동물 모델에서 LAPS-Glucagon 콤보의 체중감량과 지방간, 섬유화 개선 효과를 보였다.

≫ 동아ST,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 ‘DA-1726’

▲동아에스티 본사 사옥 전경
▲동아에스티 본사 사옥 전경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비만·N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먼저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 치료제로 개발 중인 비만 신약 후보 물질이다.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lucagon)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로 주 1회 주사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해당 물질은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하는 기전을 가진다.

전임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DA-1726은 비만 동물 모델에서 GLP-1 유사체 세마글루드(Semaglutide)와 유사한 음식 섭취량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으며, GLP-1, GIP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티드(Tirzepatide) 대비 더 많은 음식 섭취량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DA-1726은 지방 분화를 유도한 세포에서 글루카곤 수용체 작용에 기인한 지방 생성 억제 효과를 통해 지방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반복 투여 후 내당능 평가를 통해 최소 혈중 약물 농도 조건에서도 포도당 내성을 손상하지 않아 두 수용체에 대한 균형 잡힌 활성을 통해 옥신토모듈린 계열 약물이 가진 혈당 상승에 대한 우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DA-1726은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의 유사 작용으로 백색지방에서 기초대사량 증가에 관여하는 Ucp1 및 Ppargc1a의 발현을 증가시켰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에스티는 DA-1726의 비알콜성 지방간염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비임상에서 NASH 치료 효능도 확인했기 때문이다. 비임상 결과, 비알콜성지방간질환 치료 효과 측정 기준으로 사용되는 NAS와 간 섬유화, 간독성 지표 등에 대한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에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 LG화학 ‘LB54640’, 세계 첫 경구용 희귀비만증 치료제 도전

▲ LG화학 사옥 전경(출처: LG화학 홈페이지)
▲ LG화학 사옥 전경(출처: LG화학 홈페이지)

LG화학은 희귀비만증을 대상으로 한 먹는 비만 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현재 희귀비만증 치료제 ‘LB54640’을 개발 중이다. 희귀비만증은 유전적인 이유로 인해 포만감 신경 회로가 잘 작동하지 않게 돼 과체중이 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LB54640은 포만감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 의 작용 경로를 표적으로 한 유전성 비만 신약후보 물질로 1일 1회 먹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MC4R 신호 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지속해서 배고픔을 느끼게 되는데 LB54640은 MC4R의 상위 경로 유전자('LEPR', 'POMC' 등)에 결함이 있더라도, 최종적으로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MC4R 단백질에 바로 작용해 식욕 억제를 유도한다.

현재 상용화된 희귀비만증 치료제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의 주사제 임시브리가 있다. 임시브리 역시 MC4R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이지만 매일 투약해야 하는 주사제라는 한계가 있는 상황. LG화학이 LB54640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복용 편의성을 높인 유일한 경구용 희귀비만증 약이라는 데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 결과는 긍정적이다.

LG화학은 유전적 결함이 없는 건강한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LB54640의 미국 임상 1상을 지난해 말 완료했다. 미국비만학회 연례학술대회(Obesity week 2022) 자료에 따르면 LB54640은 일반 비만 환자 9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결과, 안전성과 용량 의존적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1상 결과 모든 용량(10mg~600mg)에서 내약성을 확보했으며 투약 일수 동안 최고 용량 그룹에서 체중은 최대 3%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경증 내지 중등도 메스꺼움, 구토였다.

LG화학은 오는 2026년 LB54640 판매 허가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반 비만 치료제로도 적응증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올해 미국 임상 2상 진입과 함께 내년부터 LEPR 또는 POMC 결핍증 유전성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2/3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LB54640을 ‘POMC(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 결핍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외에도 LB54640은 지난 2020년에도 ‘LEPR(렙틴 수용체) 결핍증’으로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 유한양행, GDF15억제제 활용한 ‘新 기전’ 비만약 도전

▲ 유한양행 본사 전경(제공=유한양행)
▲ 유한양행 본사 전경(제공=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GDF15 억제제를 활용한 지속형 비만치료제 신약인 ‘YH34160’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기존의 비만약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 GLP-1 유사체를 이용하고 있다. 반면, YH34160은 뇌에 있는 GDF15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졌다.

현재는 YH34160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완료하고 올해 글로벌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이 공개한 비만 동물 대상의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YH34160은 11.9%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NASH 신약후보 물질 ‘YH25724’도 보유하고 있다.

YH25724는 제넥신의 항체 융합 단백질 플랫폼 기술 '하이브리드 FC'(Hybrid FC·Hy Fc)를 접목한 융합단백질이다. 유한양행은 2019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YH25724을 기술이전했으며, 현재 유럽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 일동제약, GLP-1 경구용 비만약 ID110521156·FXR 작용제 ID119031166 임상1상

▲ 일동제약 본사 전경(제공=일동제약)
▲ 일동제약 본사 전경(제공=일동제약)

일동제약은 GLP-1 계열 경구용 비만 치료제 ‘ID110521156’을 개발하고 있다.

대사성 질환 분야의 신약후보 물질인 ID110521156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이다. 체내에서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혈당 수치를 조절한다.

일동제약은 질환 동물모델을 이용한 ID110521156의 효능평가와 독성 평가에서 인슐린 분비 및 혈당 조절과 관련한 유효성은 물론, 동일 계열의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ID110521156은 생물학적 제제 기반의 약물 대비 저분자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물질 구조상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일동제약은 해당 물질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유효성 및 안전성, 안정성 등의 차별점을 활용해 경구 제형 약물 개발을 노려보겠다는 목표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ID110521156의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회사는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ID110521156에 대한 내약성과 안전성, 약동학적 특성 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임상 진행 상황에 따라 향후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을 타깃으로 하는 경구용 신약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일동제약의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인 ‘ID119031166’은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ID119031166은 파네소이드X수용체(FXR)와 작용해 해당 수용체를 활성화, 간 지방 축적을 예방하고 담즙산의 대사를 조절해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일동제약의 자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가 작년 11월 미국간학회에서 발표한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ID119031166M은 시험관연구(in vitro)에서 효력과 표적 선택성이 우수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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