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의약품 산업 규모도 확대 중…新 활로 모색
동구바이오, 현지 공장 설립…유통거점 확보로 사업 확장
HK이노엔 케이캡 멕시코 등 중남미서 잇달아 품목허가

[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국내 제약기업들이 동남아, 중남미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의약품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데다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제약사들은 의약품 수출부터 시설 설립, 현지 업체 인수 등 다양한 전략으로 신규 시장을 개척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파머징 마켓으로 꼽힌다. 파머징은 의약품을 의미하는 ‘Pharmacy’와 신흥을 뜻하는 ‘Emerging’의 합성어로 ‘의약품 산업 신흥시장’을 말한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의약품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의 제약시장은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만 약 200억 달러(약 26조 원)에 육박한다.

동구바이오제약 전경
동구바이오제약 전경

최근 동남아시아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는 대표적인 곳은 동구바이오제약이다. 이 회사는 현지에 시설을 설립해 의약품과 화장품을 유통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월 라오스 기업인 엘브이엠씨홀딩스와 현지 의약품 생산 기지 구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라오스 공장을 통해 제네릭을 생산하고 보급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8월에는 필리핀 헬스케어 그룹 에디제이션과 MOU를 맺고 현지 피부과 병원 개설을 준비 중이다. 해당 유통 채널을 통해 이 회사가 강점을 가진 피부과 질환 치료제를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베트남 소재 제약사인 필인터파마의 모기업 필인터내셔널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판매를 위한 제품 위수탁 개발, 생산 및 공급 등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타깃 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교두보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과 우리나라에 비해 인건비가 낮고 제약바이오 산업 규모가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베트남 시장 크기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이 나라 제약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65억 달러(약 8조 6,000억 원)에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작년 기준 82억 달러(약 10조 7,0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오는 2026년까지 161억 달러(약 21조 2,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잠재력을 엿본 HK이노엔,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웅제약 등 다수의 제약사가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현지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 동화약품, 베트남 약국 체인 기업 인수…동성제약, 화장품 사업 확장

중견제약사도 베트남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동화약품 신사옥 조감도.(사진=동화약품 제공)
동화약품 신사옥 조감도.(사진=동화약품 제공)

동화약품은 베트남 기업인 중선파마를 인수하며 동남아 진출에 나섰다. 이 회사는 중선파마의 지분 51%를 약 391억 원에 인수했다. 중선파마는 베트남 남부 지역 내 140여 개 약국 체인을 운영하며 의약품과 건기식,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동화약품은 베트남에 활명수, 판콜, 잇치 등 일반약을 판매할 계획이다.

동성제약도 베트남 시장에서 화장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계열사인 오마샤리프 화장품 브랜드로 베트남 시장 문을 열었다. 회사는 지난 6월과 8월 각각 ‘랑스’와 ‘랑스 오크라’, ‘Re20(리투앤)’의 베트남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랑스는 동성제약의 미백·안티에이징 기능성 스킨케어, Re20(리투앤)은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다. 이외에도 동성제약은 베트남에 숙취해소제, 염모제 등을 수출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지난 4월 베트남 제약사 OPC 파마수티컬 JSC와 완제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현지 유통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건기식 브랜드 ‘위시헬씨’의 제품들을 현지에 유통·공급한다는 구상이다.

≫ HK이노엔·대웅제약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동남아 이어 중남미 시장 진출

중남미 역시 국내 제약기업이 주목하는 신흥 시장이다. 인구가 많아 의약품 수요는 많지만, 자체 생산 능력이 떨어져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이 그 이유다.

▲ HK이노엔 본사 전경
▲ HK이노엔 본사 전경

HK이노엔은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인 ‘케이캡’을 앞세워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페루에서 케이캡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5월 멕시코 허가 이후 중남미에서 이뤄진 두 번째 허가다.

회사는 페루와 멕시코 이외의 중남미 국가에서도 허가 신청을 진행 중이다. 현재 케이캡은 미국, 중국, 브라질 등을 포함한 35개 국가에 기술수출이나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한 상태다.

대웅제약 역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로 중남미 시장 상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펙수클루는 올 1월에는 에콰도르에서, 2월에는 칠레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펙수클루는 현재까지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에서 품목 허가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이외에도 대웅제약은 올해 초 브라질·멕시코와 당뇨약 엔블로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기술료를 포함해 약 1,000억 원이며, 출시 목표 시기는 오는 2024년 하반기다. 엔블로는 중남미 시장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진입한 상태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 세계 의약품 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10.5% 늘었다. 같은 기간 중남미 시장의 성장률은 12.9%로 집계 대상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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