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김창혁 원장
체외진단 중심 바이오타운 고도화…“첨단바이오산업 클러스터 만들 것”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 목표…강원-오송-송도 연계 벨트 구축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김창혁 원장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김창혁 원장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강원도의 수부도시 춘천이 바이오산업 육성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설립 20년이 되기 전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한데다 진흥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바디텍메드, 휴젤 등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중견기업 이상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기업들이 춘천으로 몰리고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김창혁 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에 대해 소개해 달라.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은 강원도와 춘천시, 강원대학교, 한림대학교 등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전문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바이오산업 전문 지원기관이다.

故 배계섭 시장과 故 조규현 교수를 필두로 산‧학 공동으로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해 정부에 제안했고 그 결과 1998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대한민국 첫 번째 바이오산업 육성 시범도시로 지정돼 생물산업지원센터가 조성됐다. 2003년 재단법인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으로 출범했다.

2003년 당시 지원기업은 20여 개사, 매출은 360억 원, 고용은 약 3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원기업은 63개사, 매출은 1조45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으며 고용은 약 3,000명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 그동안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성과에 대해 소개해 달라.

출범 직후인 지난 2007년 국내 특화센터로는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GMP 인증을 받았으며 2020년에는 산업부로부터 체외진단산업화 플랫폼 구축사업에 선정됐다.

이듬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한국형 헴프 산업화 연구개발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강원바이오통합솔루션센터를 개소했다.

지난해에는 체외진단 산업화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강원 춘천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스타‧유망기업 육성 사업도 추진 중이다.

기업이 연구할 수 있는 공간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 등을 대여하고 인력 공급, 마케팅 지원, 기업공개(IPO) 등 기업이 탄생해 성장하기까지 모든 주기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사업은 입주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냈으며 이를 발판으로 기업상장까지 이뤄냈다.

실제로 지난해 입주기업 67개사 매출은 1조1,780억 원이었는데 전년 대비 12.7% 성장했다.

특히 이 같은 실적은 2025년까지 기업 매출 1조 원 달성 목표를 조기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와 함께 기업상장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입주기업 중 7개사의 상장도 이끌어냈다.

지원을 받은 기업 중 가장 먼저 코스닥에 입성한 곳은 체외진단 전문기업 ‘바디텍메드’다.

이후 ▲유바이오로직스 ▲휴젤 ▲에이프릴바이오 ▲씨트리(현 HLB제약) ▲애드바이오텍 ▲코넥스 상장사 메디안디노스틱 등이 지원을 받아 상장했다.

▲김창혁 원장은 지난해 매출 1조 원 돌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오벤처사 위주로 입주한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이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타 클러스터와 매출 규모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김창혁 원장은 지난해 매출 1조 원 돌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오벤처사 위주로 입주한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이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타 클러스터와 매출 규모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 성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역별로 16곳 이상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대표적으로는 대전 대덕, 충북 오송, 경기도 판교, 인천 송도가 국내 4대 바이오클러스터로 꼽힌다.

특히 기업이 밀집한 송도와 오송은 정부가 힘을 실어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가가 10조 원 이상을 투입한 오송과 달리 춘천이 받은 국비는 1,5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곳과 지자체에서 육성하는 산업 단지는 규모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다.

더욱이 오송의 경우 중견기업 이상의 회사들이 대거 들어가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진흥원에서 자생적으로 육성한 바이오벤처사들이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 바이오스타기업 IPO 지원사업, 눈길이 가는 타이틀이다. 소개 부탁드린다.

올해로 진흥원에서만 17년째 근무하고 있다. 8년 전 당시 춘천시장이 진흥원 관련 공약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직원들과 고민해서 만들어 준 것이 바이오스타기업 IPO 지원사업이다.

연구자들이 만든 바이오벤처기업이다 보니 상장을 하는 데 있어 준비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심지어 IR 자료를 연구 과제 발표용 자료처럼 만드는 실정이다.

그래서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을 발굴해 상장 전략, 기업 존속, 재무 경영체계 개선 등 전주기적 기업 육성 프로그램과 VC 투자 펀드 등 상장에 필요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상장을 도왔다.

실제로 이 같은 사업을 통해 에이프릴바이오와 에드바이오텍의 코스닥 상장을 이끌어냈다.

≫ 현재 추진 중인 주요사업을 소개해 달라.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한국형 헴프 산업화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됐다. 총사업비 110억 원으로 2025년까지 5년 동안 진행된다.

헴프의 유효 성분이 뇌졸중 등 뇌 치료에 좋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대마라는 규제에 묶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는 동안 유럽, 미국, 중국에서는 관련 산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30조 원 이상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준비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과제를 수주했고 진흥원에서는 규제가 완화되면 조기에 산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국형 헴프를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현재 과제를 수행하는데 2년이 남아있는 만큼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강원에서 헴프를 산업화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협의를 통해 강원도에서만이라도 헴프를 산업화할 수 있도록 만들고싶다.

≫ 사업 추진하면서 애로사항은.

최근 정부가 R&D 예산 30%를 삭감했다. 하지만 지역에 지원하는 R&D 예산은 60% 이상 깎였다.

현재 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헴프 사업도 36% 삭감되면서 사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예산 중 절반 이상이 인건비인 점을 고려했을 때 R&D 예산이 줄어들면 인력 감축부터 먼저 할 것이다.

사실 국가의 백년대계는 연구개발에 있다. 미래를 위해 R&D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구개발을 국가에서 조정하다보니 제약이 많다.

예를 들어 외국의 경우 연구 주제와 개발기간 등만 명시한 사업계획서 한 장을 믿고 성과를 낼 때까지 지원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업계획서도 논문 수준으로 제출해야 하며 매년 성과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

더욱이 유행하는 연구개발에 따라 지원도 들쭉날쭉이다보니 사업의 지속성이 떨어진다. 지속성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깊이가 없다는 것이며 이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배출되지 못 하는 이유다.

≫ 국내 바이오산업의 현위치와 과제는.

산업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지역적으로 중복된다는 개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미국이나 일본이 한다고 해서 한국이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이 한다고 해서 지방에서 안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매년 국정감사때마다 지적이 나온다. 가능하면 지역적으로 중복되지 않게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살아남는 곳은 결국 수도권 뿐이다.

그렇다면 디지털바이오시대라고 하면서 빅데이터도 못 갖고 있는 국가가 이를 하겠다는 것도 시기상조 아닌가.

▲김창혁 원장은 최근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김창혁 원장은 최근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생태계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의 역할과 바라는 점은.

기업들이 글로벌화 하는데 있어 정부의 역할을 정치‧외교적으로 기업들이 해당 국가에서 쉽게 인허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못하면서 수출을 독려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제로 사드 사태 이후 경색된 대중 무역으로 인해 바이오벤처 기업의 타격이 상당하다. 이를 해결해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국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일할 수 있도록 정치‧외교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방면 지방정부는 어떻게 하면 제품을 잘 만들고 해당 국가에 맞게 세팅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진흥원의 중장기 계획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역에서 다양한 바이오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 벤처기업 200개 집적, 매출액 2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천연물 소재를 가지고 하는 산업이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디지털 바이오 쪽으로 목적을 잡고 기술을 점프업할 수 있는 모멘텀을 기업들한테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이오 클러스터 안에 체외진단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GMP 인증을 받은 만큼 진단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춘천의 바이오산업을 확장시키기 위해 칩 기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고도화할 수 있는 랩온어칩 시스템과 신약 개발에 필요한 올간온어칩 등을 구축해 바이오칩산업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또한 칩 기반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오가노이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전임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다.

다만, 진흥원이 자체적으로 오가노이드 칩을 연구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기관 분원을 춘천에 유치해 R&D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입점할 것이고 이는 진흥원이 한 단계 더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이번 정부 들어 특구 사업이 꽤 많은데 그 중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구축은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부장에 한해 하던 것을 이번에 바이오 쪽으로 2개 지정해주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강원도는 춘천하고 홍천을 묶어 항체하고 진단 산업을 추진하되 소재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강원도에서 바이오의약 소재를 찾으면 오송 첨복단지에서 임상을 하고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에서 생산하는 첨단 바이오 벨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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