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가르트 피하주사 제형 FDA 허가 이어 CIDP 적응증 획득 가능성↑
한독, 8월 아겐스와 국내 유통계약…정맥주사 국내 도입도 가시화

▲ 아겐스(왼쪽) 한독(오른쪽) 사옥 전경
▲ 아겐스(왼쪽) 한독(오른쪽) 사옥 전경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네덜란드 면역치료제 개발사 아겐스(ARGENX)가 성과를 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실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력 의약품 라인의 적응증 확대도 파란불이 들어온 것.

아겐스는 브뤼셀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제약사로 현재 미국 주식시장인 나스닥에서도 미국예탁증서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s)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이뤄진 공모에서 아겐스는 전체 11억 달러(1조4,000억 원)를 조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바이오업체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11월 6일 기준으로 아겐스의 시가총액은 295억3,700만 달러(한화 39조 원)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백신업체 모더나(MODERNA)의 공모 직후 시총과 유사하다.

이 같은 아겐스에 대한 관심의 중심에는 비브가르트(Vyvgart, 성분명 에프가르디지모드)가 있다. 비브가르트는 중증 근무력증으로 미국과 유럽 등 빅마켓에 적응증을 갖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다.

주목할 점은 아겐스의 비브가르트가 기존 허가에 그치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정맥주사 형태의 기존 제품을 피하주사 형태로 만든 비브가르트 히트룰로(Hytrulo)가 지난 6월 미국 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새로운 적응증인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CIDP) 임상에서 허가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국내 제약사인 한독과 비브가르트에 대한 허가 및 국민건강보험 등재, 독점 유통 권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만큼 국내 도입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 비브가르트 히트룰로, 성인 전신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로 FDA 승인

▲ 비브가르트 제품사진
▲ 비브가르트 제품사진

비브가르트는 지난 2021년 최초의 FcRn(neonatal Fc receptor) 차단제 계열의 항아세틸콜린 수용체(AChR) 항체 양성 전신 중증 근무력증 치료제로 미국 시장의 허가를 획득했다.

중증 근무력증은 면역글로불린(Ig)G 유형의 자가항체가 신경과 근육을 공격하면서 잠재적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중증 희귀질환이다. 국내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5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치료법은 수술을 통해 흉선을 제거하거나 면역차단제 사용, 혈장 교환 등이 있었지만, 치료제 옵션이 극히 부족한 질환이었다.

다만 비브가르트가 정맥주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정맥주사는 투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후 UCB제약이 개발해 FDA의 허가를 받은 리스티고(성분명 로자놀릭시주맙) 또한 정맥주사 형태다.

이는 이번 피하주사 형태의 비브가르트 히트룰로 승인이 주목받은 배경이다. 아겐스는 기존 비브가르트에 할로자임(Halozyme)의 ENHANZE 약물 전달 기술을 결합해 성과를 냈다.

FDA 승인은 비브가르트의 허가임상인 Adapt 연구의 가교 성격으로 진행된 Adapt-SC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연구에서 비브가르트 히트룰로는 정맥주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성인 중증 근무력증 환자의 IgG 수치를 강하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1차 평가변수인 투여 29일 차 평균 IgG 수치 감소에서 피하주사군은 66.4%, 정맥주사군은 62.2%로 나타나며 비열등을 입증한 것.

IgG 수치 감소와 임상적 이점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2차 평가변수도 충족했으며 안전성에 있어서도 주사부위반응 외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과를 통한 FDA 승인으로 정맥주사 형태의 비브가르트 보다는 피하주사제가 향후 더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에서도 비브가르트 히트룰로에 대한 허가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 적응증 파란불…재발률 61%↓

이 가운데 비브가르트의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가능성도 열렸다. 최근 열린 미국신경근육전기진단의학회(AANEM) 연례학술대회에서 비브가르트의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CIDP) 치료제 가능성을 엿본 ADHERE 임상 2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발표된 것.

더욱이 이번 ADHERE 연구는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DHERE 연구는 치료 경험이 없거나 표준치료를 받고 있는 CIDP 환자 32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참여 환자는 최대 12주 동안 매주 1,000mg 비브가르트 피하주사로 치료받는 A단계로 진입했다.

발표에 따르면 해당 단계에서 비브가르트 치료를 받은 환자의 66%가 임상적 개선과 빠른 효과 개시를 보였다. 이후 B단계로서 전체의 70% 환자를 위약군(110명)과 치료 계속군(111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48주 동안 투여했다.

B단계 연구 결과에서도 비브가르트군은 1차 조정된 염증성 신경병증 원인 및 치료 악화까지의 시간을 기준으로 재발 위험을 위약군 대비 61%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임상적 이점은 I-RODS(Inflammatory Rasch-built Overall Disability Scale) 척도와 이전 약물 치료와 관계없이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수행한 CIDP와 관련한 가장 큰 연구”라며 “CIDP에 대한 30여 년 만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한다. 더욱이 간단한 피하주사제”라고 설명했다.

≫ 한독, 8월 비브가르트 국내 허가·급여·유통 계약 체결

▲ 한독
▲ 한독

한편 국내에도 비브가르트가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 한독이 아겐스와 비브가르트에 대한 국내 허가 및 국민건강보험 등재, 유통을 망라한 계약을 체결한 것.

이번 계약으로 한독은 비브가르트의 국내 도입 전반을 맡게 된다. 비브가르트의 임상 연구에는 한국인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가교임상을 면제받을 수 있다. 때문에 비브가르트 국내 도입의 첫 단계가 희귀의약품 지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독의 계약은 비브가르트 정맥주사 제품만이 대상으로 알려졌다. 향후 비브가르트 히트룰로, CIDP 적응증에 대해서도 한독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한독 관계자는 “최근 한독은 희귀질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르겐의 비브가르트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