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주가 급락 후 저평가 속 연일 순매수, 왜?
“렉라자 병용요법, 타그리소식 임상 디자인 시 PFS 우위”
향후 렉라자 마일스톤만 1조5000억…“이제는 수확 시기”

▲ 유한양행 본사 전경(제공=유한양행)
▲ 유한양행 본사 전경(제공=유한양행)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최근 얀센의 MARIPOSA1,2 임상 결과가 발표된 이후 주가가 급락한 유한양행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의 주가 급락이 과도하다는 인식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도 유한양행의 기업 가치가 레벨업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식을 사기에 오히려 적기라는 평가에서다.

13일 <메디코파마뉴스> 분석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한양행의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19일 이후 이달 10일 현재 1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유한양행의 주식을 싼 가격에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도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한양증권은 '오를 때 못 먹은 분들 지금 사보는 게 어떨까요?'라는 제호의 분석보고서를 통해 투자의견 'BUY'의 신규 리포트를 발행하면서 목표가를 85,000원으로 제시했다.

지난 10일 유한양행의 주가가 6만2,000원이었던 만큼 향후 37% 이상의 상승 가능성을 본 것이다. 앞서 유한양행의 주가는 지난 10월 8만8,400원 고점에서 말일 기준 5만7,400원으로 35% 급락한 상태였다.

이 같은 주가 급락 배경엔 마리포사의 임상 결과가 시장의 기대치보다는 다소 못 미쳤다는 평가와 더불어 지난 3분기 유한양행의 영업실적에서도 수익성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MARIPOSA1 임상은 완벽한 성공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향후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표준치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만큼 최근의 주가 급락이 과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올 3분기 실적에서 연결기준 매출은 4,831억 원(전년比 11.9%)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낸 것에 비해 영업이익은 9억 원(흑자전환)으로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는 못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하지만 본지 분석 결과, 이 회사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45억 원의 손실을 낸 점을 감안할 때 올 3분기 흑자로 돌아선 데다 개별기준으로는 전년보다 10.5% 성장한 4,68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69억 원으로 53.7% 증가, 오히려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익성이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았던 이유는 렉라자의 국내 EAP(치료제 무상공급) 프로그램 비용 약 60억 원의 반영과 연결 자회사인 유한화학의 수주가 상반기에 집중된 탓에 하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내년 렉라자의 국내 1차 치료제로의 급여 획득 시 EAP로 치료하고 있던 약 500여 명의 환자를 기반으로 오히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유한화학 역시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일시적 차이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렉라자(왼쪽) 리브리반트(오른쪽) 제품사진
렉라자(왼쪽) 리브리반트(오른쪽) 제품사진

≫ “렉라자+리브리반트, ‘타그리소식 임상 잣대’ 땐 PFS 앞선다”

문제는 앞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얀센의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 임상3상 MARIPOSA(2/3차 치료제) 중간발표에 대한 해석을 놓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 결과만 보면 렉라자 병용요법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당초 기대보다는 PFS(무진행생존기간) 값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

‘마리포사(MARIPOSA)’는 얀센 주도 글로벌 임상으로 유한양행의 3세대 EGFR-TKI 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얀센의 EGFR-MET 이중항체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 임상 연구다.

MARIPOSA1 중간 결과에서는 경쟁 약물이면서 현재 1차 표준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단독요법보다 우월한 유효성을 입증했다.

중앙 추적관찰 22.0개월 시점에서 1차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는 23.7개월, 타그리소 단독요법은 16.6개월로 나타났다. PFS는 환자가 약을 투여한 후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뜻한다. 렉라자 병용요법의 생존율이 타그리소 단독요법 생존율보다 30%가량 개선된 결과를 낸 것이다.

반면 ‘플라우라2(FLAURA2)’로 명명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키모테라피) 병용 임상 연구의 PFS 25.5개월에 못 미친다는 평가와 부작용 발생률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하지만 이는 MARIPOSA 임상과 FLAURA2 임상이 서로 임상 디자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MARIPOSA 임상의 경우 환자에 대한 MRI와 CT 검사 기간을 매우 촘촘하게 잡아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PFS가 타그리소+화학요법보다 더 짧게 집계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조 센터장은 MARIPOSA 임상을 FLAURA2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이 경우 MARIPOSA 임상 PFS가 27.5개월로 FLAURA2 임상보다 우위성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부작용에 있어서도 렉라자+리브리반트의 TRAE(치료제 투여후 부작용)은 10% 수준으로,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TRAE 3%와 비교해 우려할 정도의 부작용 발생이 아니며 반면 타그리소의 병용요법 임상은 기존 화학요법이 가진 부작용을 고려하면 현장에선 활용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타그리소 치료 중 재발한 환자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항암화학' 병용요법의 치료효과를 확인한 MARIPOSA2 연구도 효과(항암화학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 50% 이상 감소)를 확인하며 타그리소 치료 실패 이후 새로운 옵션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의 FDA 신약 허가 신청 그리고 렉라자의 국내 1차 급여 선정과 MARIPOSA의 OS(전체생존기간) 등에 대한 추가 데이터 발표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렉라자는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도입한 물질로 2018년 얀센에 12억5,5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당시 5천만 달러를 선 계약금으로 수령했다. 이후 병용요법 3상 진행 결정 등에 따라 지난해까지 계약금 포함 1억5천만 달러(약 1,950억 원)를 받았다. 향후도 마일스톤만 11억500만 달러(약 1조4,500억 원)를 받아낼 수 있으며 여기에 상업화에 따른 판매액 비례 로얄티는 별도로 받는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거둬들일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 이에 글로벌 1차 치료제 출시를 통한 마일스톤 유입도 전망되면서 렉라자를 통한 유한양행의 주가 회복뿐 아니라 향후 기업 가치를 올려 줄 요인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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