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라시맙, 2b상 최종결과서도 긍정적 결과 도출
밀벡시안·아순덱시안, 아쉬운 결과에도 3상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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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고위험 환자의 뇌졸중이나 색전증을 예방하는 항응고제 분야에서 Ⅺ형 혈액응고인자 타깃 기전이 새로운 시대를 위해 도전하고 있다.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DOAC)를 뛰어넘어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DOAC은 오랜 기간 사용해 온 와파린/헤파린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DOAC 또한 대표제품의 특허만료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더 나은 기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Ⅺ형 혈액응고인자 타깃 기전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유수의 후보물질들이 주사제와 경구제 등 다양한 형태로 임상 3상에 진입해 있기 때문이다.

DOAC 기전은 Ⅹ형 혈액응고인자를 타깃해 혈전 생성을 막지만, 출혈 위험을 동반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Ⅺ형 혈액응고인자는 혈전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응고 과정에 대한 영향은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Ⅺ형 혈액응고인자를 타깃하면 DOAC과 같거나 높은 항응고 효과에 출혈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기대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Ⅺ형 혈액응고인자 타깃 기전이 항응고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지난해 일부 후보물질 임상 2상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들이 나오면서 우려의 시선이 있지만, 개발사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 아벨라시맙, 리바록사반 효과 유지하며 출혈 위험 낮춰

안토스 테라퓨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Ⅺ형 혈액응고인자 타깃 후보물질 아벨라시맙(Abelacimab)은 주사제 형태의 단일클론항체 가운데 가장 앞서가고 있다.

2021년 2상 임상인 ANT-005 연구에서 슬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후 항응고요법으로 아벨라시맙을 사용했을 때 헤파린 요법 대비 출혈 위험 증가 없이 색전증 발생 위험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ANT-005보다 더 관심을 끈 임상은 2b상으로 진행된 AZALEA 연구다. AZALEA 연구는 현재까지 이뤄진 Ⅺ형 인자 억제제 가운데 가장 큰 연구였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미국심장학회(AHA) 과학세션에서는 AZALEA 연구의 전체 결과가 공개됐다. AZALEA 연구는 뇌졸중 위험이 중등도에서 고위험인 심방세동 환자 1,287명이 참여해 대표적인 DOAC 제품인 리바록사반(오리지널 제품명 자렐토)과 아벨라시맙 2가지 용량(90mg/150mg)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리바록사반군과 아벨라시맙 2가지 용량군 모두에서 뇌졸중 발생이 25건에 불과해 뇌졸중 감소에 대한 비교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벨라시맙 2가지 용량 모두가 리바록사반의 뇌졸중 예방 효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추정은 가능하다.

차이가 나타난 부분은 출혈이었다. 2가지 용량 모두에서 출혈 위험을 줄이며 유사한 효과를 확인한 것.

특히 3상으로 이월되는 아벨라시맙 150mg군은 1차 평가변수인 주요 출혈 또는 임상적으로 관련이 있는 비(非)주요출혈이 리바록사반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출혈만 살펴보면 75%, 주요 위장관계 출혈도 93% 줄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로 DOAC에 비해 이 제제(아벨라시맙)를 사용할 때 출혈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입원을 초래하는 주요 출혈은 2/3 이상 감소하고, 주요 위장관 출혈 위험은 거의 제거됐다. 우리가 마침내 매우 안전한 항응고제를 찾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벨라시맙은 현재 위장관/비뇨생식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MAGNOLIA 연구, 혈전색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또 다른 DOAC인 아픽사반(오리지널 제품명 엘리퀴스)와 비교하는 ASTER 연구 등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라 아벨라시맙이 최초의 Ⅺ형 혈액응고인자 타깃 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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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DOAC과의 경쟁은 경구제?…유력 후보물질 2종, 2상 실패 속 3상 도전

다만 아벨라시맙은 단점을 동반한다. 주사제이기 때문에 간편하게 경구 복용하는 DOAC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진짜 경쟁제품은 Ⅺ형 혈액응고인자 타깃 경구제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경구제 개발에는 BMS와 얀센, 바이엘 등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이 뛰어들어 있다.

BMS와 얀센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밀벡시안(Milvexian)은 2021년 임상 2상인 AXIOMATIC-TKR에서 무릎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 대상으로 헤파린 대비 출혈 위험 증가 없이 색전증 발생률을 낮추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허혈성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예방제로서 가능성을 알아본 임상 2상인 AXIOMATIC-SSP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

AXIOMATIC-SSP 연구는 뇌졸중이나 뇌졸중 위험이 높은 일과성 허혈 발작을 앓은 환자 2,366명이 참여했다. 연구는 48시간 이내에 5가지 용량(1회/1일 25mg, 2회/1일 25mg/50mg/100mg/200mg)의 밀벡시안 치료와 위약을 비교했다. 모든 환자는 처음 21일 동안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이후에는 아스피린만을 복용했다.

연구 결과 밀벡시안은 증상이 있는 뇌졸중과 MRI 스캔에서 발견되는 은밀한 뇌경색으로 알려진 작은 병변을 모두 포함하는 위험 감소의 복합 측정이라는 주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200mg군에서 오히려 뇌졸중 발생률이 높아진 것.

회사 측은 테스트한 용량 중 세 가지(2회/1일 25mg/50mg/100mg)에서 위약에 비해 증상이 있는 뇌졸중의 위험이 30%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주요 목표 달성 실패로 인한 실망감이 컸다.

앞서 나온 바이엘의 Ⅺ형 혈액응고인자 타깃 경구제 후보물질 아순덱시안(Asundexian) 또한 임상 2상에서 실패를 겪었기에 기전 자체에 의구심도 나왔다.

아순덱시안은 지난해 임상 2상인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CIFIC-AMI 연구 결과,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CIFIC-STROKE 연구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결과에서 아순덱시안은 위약 대비 출혈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했지만, 두 연구 모두에서 1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했다. 1차 평가변수 달성 실패는 연구의 실패를 의미한다.

밀벡시안과 아순덱시안 모두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2차 예방제로서 임상에 실패한 것. 다만 BMS·얀센이나 바이엘 모두 밀벡시안과 아순덱시안의 임상 3상을 이어간다. 임상 2상에서 주요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3상을 이어갈 충분한 근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밀벡시안과 아순덱시안 모두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어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빠른 허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순덱시안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한 연구진은 “임상 2상 결과로 아순덱시안을 뇌졸중의 2차 예방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이번 결과는 임상 3상을 시작할 기반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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