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참여기관 재모집 불발에 시범사업 축소‧폐지 ‘논의’
성형외과‧산부인과‧외과 등 개원의, 잇따른 ‘규탄’ 성명 발표
“시범사업 폐지, 일차의료 붕괴…의료비 상승·의료 불균형 심화”

유토이미지
유토이미지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외과계 의사들이 뿔났다. 수술 전후 교육상담 시범사업이 폐지 또는 축소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외과계 의사들은 규탄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며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적극 개선한 후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환자의 자가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일차의료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에서 외과계 의원급 의료기관이 수술·시술 시 질환 경과와 주의점 등을 설명하고 ‘교육 상담료’와 ‘심층진찰료’를 책정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하지만 17일 개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수술전후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 개선을 안건으로 올려 사업의 축소 내지 종료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교육상담 참여기관을 재모집했는데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외과계 의사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에 따르면 시범사업의 환자 만족도는 95%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외래 의원급 의료기관 이용 증가와 더불어 상급병원 입원·외래일수가 낮아져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개원의협의회는 “시범사업 중에도 외과계 의사회 등에서 수차례 지적한대로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행정절차, 타 시범사업 대비 낮은 수가, 심층진찰료 산정시 기존 진찰료는 산정하지 못하게 한 점 등은 시범사업을 현장에서 적용하는데 심한 제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묵묵히 외과계 환자를 진료하고 시범사업을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는 현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범사업을 폐기하는 것은 필수의료를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시범사업을 폐기하거나 축소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외과계 의원의 현실에 부합한 방향으로 교육상담 대상과 횟수 확대 및 수가를 개선하고, 동의서 작성과 청구 작업의 간소화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외과의사회는 필수의료 분야의 대표인 외과계 전공의 모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과계 의료기관의 경영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교육상담료 시범사업 철회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수술 전후 관리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을 통해 환자와 의사가 충분한 시간 동안 질병이나 수술에 대한 문의와 설명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각종 부작용과 과도한 의료이용, 의료분쟁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한다”며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외과계 의료기관의 경영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을 철회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시급한 것은 국민의 의료이용을 통제하는 장치 즉,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고 외과계 의사 업무량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수술과 시술에 대해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다가 폐기한다면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은 외과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아니라 단순히 의료비 절감 목적의 정책이고 이런 목적이 달성되지 않아 폐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과계 환자를 진료하고 시범사업을 정착시키려 노력하는 1차 의료기관들이 무너지면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분야를 더욱 외면하고 의료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몰락하는 필수의료, 외과계 1차 의료기관이 적절히 생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상담료만이라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정부와 건정심에 있다”고 호소했다.

유토이미지
유토이미지

≫ 시범사업 철회 ‘NO!’, 본사업 전환 촉구

외과계 의사들은 시범사업을 철회할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개선해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선제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동네에서 자세한 상담과 진찰, 간단한 수술과 시술을 할 수 있는 접근성이 뛰어난 산부인과 포함 외과계 의원이 사라진다면 국민들은 간단한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서 멀리 떨어진 2차, 3차 의료기관을 찾아 시간과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환자를 진료하고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폐기하는 것은 산부인과 포함 필수의료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몰락하는 외과계 의원의 현실에 부합한 방향으로 교육상담 대상과 횟수 확대 및 수가 개선, 동의서 작성과 청구 작업의 간소화 등 적극적인 개선을 통한 본사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안과의사회도 “시범사업을 축소 또는 폐기하는 시도는 시들어가는 필수의료를 소생 불가능한 막다른 길 로 몰아넣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결국 외과계 의원급 의료기관이 사라지고 2차, 3차 의료기관의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는 필수의료 활성화 방안은 우선적으로 외과 분야에 정책적 역량이 집중돼야 하고 기존 시범사업을 외과계 의원의 현실에 부합한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수술 전후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을 축소시키는 것에 반대하며 시범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개선과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도 본사업 전환을 거듭 촉구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외과계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수술 전후 교육과 상담은 전 세계적으로 주의 깊게 논의되는 분야”라며 “그러나 50년 넘게 저수가가 이어져 온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평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 가치가 무시돼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상담과 교육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자와의 소통 부족에 의한 오해는 의료진의 행위 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시범사업을 축소하려는 것은 이를 무시하는 정책 결정이며 외과계가 큰 축을 이루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행보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에 대한 축소·폐기는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교육상담 대상과 횟수의 확대, 수가 개선, 동의서 작성과 청구 과정 간소화 등 현실에 맞게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