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부 의대 수요조사 발표에 잇따라 비판 성명 발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協 “부르는 게 값이 된 투전판 전락”
서울시醫 “편향된 조사에 불과…필수의료 혁신 먼저 필요”
대전협 “필수의료 먼저 해결…강행 시 좌시하지 않을 것”
미래의료포럼 “총선 앞선 정치적 계산…의료백년지대계 수립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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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수요 조사는 편향된 조사에 불과하다며 의대 정원 증원보다 필수의료 혁신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계는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의료계와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수요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40개 의과대학에서 제출한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으며,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에 달한다.

이에 의료계 단체들은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의대 정원 수요조사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신중하고도 과학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수요조사는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버렸고 조사된 의대 정원의 수치는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투전판으로 전락했다”며 “수요조사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은 온데 간데 없고 온 나라가 혼란과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뒤로한 채 여러 이해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굴복해 비겁한 여론몰이를 시작한 정부를 크게 지탄한다”며 “의대 정원 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정하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적정의대 정원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졸속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의대 정원 확대 이전에 인력들이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며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적정 보상과 법적책임을 완화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마련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무너지고 있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지난 22일 이번 수요조사는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미리 결론으로 정해놓고 진행한 편향된 조사라고 지적하며 필수의료 혁신을 먼저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보건복지부 수요조사는 ‘의대 정원 확대’를 미리 결론으로 정해놓고 진행했다. 즉, 정원을 늘린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를 대학에 문의한 것”이라며 “학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과대학 정원을 유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필수의료 혁신과 의대 정원 확대의 상관관계와는 전혀 무관한 정원 관련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낙수 효과’가 과연 존재하는지부터 선행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의사가 수도권에 너무 많이 몰려 있고 필수의료 부문과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니 의사를 늘리면 이른바 ‘낙수 효과’로 필수의료와 지방으로 갈 것이라는 낭설은 입증된 바가 없다. OECD 국가 중 의사가 많거나 급증했던 나라들에서 ‘낙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의사 밀도 격차는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을 해결하는 정책들을 먼저 제시하고 정원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는 9.4 의정합의에 따른 의대 정원 문제를 의·정협의체에서 원점부터 성실히 협의, 의료 행위료를 즉각 현실화하고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책 강구, 필수의료 분야를 등지고 떠난 의사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안 마련 등 진정한 ‘필수의료혁신’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의료계와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강행시 의료계 전 직역 뭉쳐 저항할 것”

지난 2020년 의료계 파업을 주도했던 전공의 단체도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2일 ‘정부는 주먹구구식 행정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2020년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해 의사협회와 의정협의체에서 협의하고 협의 없이 의대 정원을 통보하는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을 것을 의정 합의했다”며 “이후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대 정원을 포함한 여러 의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합의와 달리 정부는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 수요 조사에 일치단결해 3,000명에 가까운 증원을 요청한 40개 의과대학에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현재도 교육·실습 환경이 열악한 학교가 많다.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교원 임용을 비롯해 해부 실습 카데바 등 실습 교보재·장비가 확충되어야 하고 적절한 병원 실습 인프라도 구축되어야 하는데 40개 의과대학이 적절한 교육 환경을 마련할 의지는 있는 것인지부터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 역시 현재까지 의학 교육과 관련해 어떠한 지원 계획도 발표하지 않은데다 이해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의견에도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의대 증원을 논의하기 앞서 전문의 중심 의료 체계 구축,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이와 더불어 의료 수요 및 의사 수급 추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터무니없는 근거를 토대로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의료포럼도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 조사 발표를 규탄하고 나섰다.

미래의료포럼은 지난 22일 “대학교의 총장과 의과대학의 학장은 그나마 인기가 있는 의과대학을 이용해서 학생 수를 늘림과 동시에 국가 보조금을 더 많이 받아서 대학교의 규모를 더 키우고 유지하려는 욕심을 냈을 것이고 부속 대학병원의 병원장은 값싼 노동력이었던 전공의들이 부족해지자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해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늘려달라고 정부에게 제출한 숫자가 과연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숫자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조사하고 또 그것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의료와 의학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저해하는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는 비열한 행위”라며 “이 조사 결과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후진적 여론 몰이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 당장이라도 잘못된 행태를 중단하라. 만약 이와 같은 행태를 지속한다면 모든 직역의 대한민국 의사들이 똘똘 뭉쳐 대대적인 저항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는 차기 총선의 득표를 위한 정치적 계산으로 의대 정원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대한민국의 의료백년지대계를 위한 의대 정원 및 의료 정책을 수립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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