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대면 진료 확대…야간‧휴일 초진 허용 및 재진 기준 완화
의협, 일방통행식 방안 유감…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 철회 촉구
약사회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록 등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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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자 의약단체들이 발칵 뒤집혔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의료사고가 나면 정부 책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5일부터 초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대상 시간과 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우선 야간‧휴일에 전 국민의 비대면 진료 초진이 허용되며 6개월 이내 방문한 의료기관에서는 어느 질병이라도 의료진 판단하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휴일·야간 이외 초진이 허용되는 의료취약지 범위도 넓어진다.

다만 비대면 진료의 처방 불가 의약품에 마약류와 오남용 의약품(23개 성분·290 품목)외에 부작용이 큰 ‘사후피임약’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처방전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처방전을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직접 전송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협회 상호 간에 수차례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를 거친 대원칙을 뒤로하고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12월 15일부터 시행할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비대면 진료 확대에 따른 의료사고 및 약물 오남용 등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의사협회는 복지부가 합리적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방안을 마련해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현재의 방안은 실질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초진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안과 다름이 없다. 이는 비대면 진료 과정과 관련해 기본적인 대원칙들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무책임한 판단이라 평가한다”며 “이는 이번 대책이 의료의 질적 향상과 환자의 건강권 보호가 아닌 단순히 편의성만을 유일한 근거로 삼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휴일‧야간 초진 대상으로 확대한 응급의료 환자의 경우 오히려 대면 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응급 의료 취약지에 있는 환자들의 응급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불안전하고 취약한 비대면 진료의 방식이 아닌 응급의료 환경 자체를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욱 더 기울이는 것이 올바른 정책적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의약품의 오남용 또는 부적절한 비대면 진료 이용 등의 사례들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예방해야 함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음에도 이러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정부가 확대 방안만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에 깊이 우려스럽다”며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비대면 진료 제도 시행에 있어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치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확대는 국민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그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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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업계, 공적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 및 성분명 처방 도입 촉구

그동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반대해온 약업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 철회를 촉구했다.

약사회는 “지난 9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시작에서 정부는 국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우리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의약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 바 있지만 정부는 비대면 진료 예외적 허용을 확대하는 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앞서의 약속들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결정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에 참여한 많은 전문가가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귀와 눈을 감고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문제가 제기됐던 대로 자문단이 아무런 권한도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지금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국민의 건강은 고려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대면 진료 허용 확대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과 보건의료인들에게 사과하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는 한편 의견 수렴의 내용이 정부의 허용 확대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올바른 검증과 개선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약사회도 비대면 진료 확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1일 ‘대면 중심 보건의료 파탄 내는 비대면 진료 확대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는 그토록 강조했던 대면과 재진 중심 원칙을 스스로 내던져 버리고 국민건강을 책임져온 대면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파탄 내는 최악의 행정”이라며 “대면진료 이후 6개월 이내 어떤 질환이라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상 초진의 허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휴일‧야간의 초진을 전면 허용하고 전국 40%에 달하는 시군구로 초진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하고 민간플랫폼 업체의 수익만 안중에 두는 것과 다름없다”며 “약사회에서 수없이 지적한 약물 오남용을 부추기는 탈모약, 여드름약, 비만약 등의 비급여의약품 제한은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다. 재진 진료비의 50%인 대리처방이 재진 진료비의 130%인 비대면 진료 처방으로 바뀌는 편법에 대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를 논의하기에 앞서 공적전자처방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분명 처방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시범사업의 확대는 약물 오남용을 조장해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민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며 “전체 40%에 달하는 의료취약지역과 휴일‧야간 진료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민간플랫폼에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책임 방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약물 오남용, 처방전 위‧변조, 환자 유인‧알선과 같은 중개행위 금지, 불법행위 규제 및 처벌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확대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시범사업 확대 논의 이전에 공적전자처방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약사회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했다.

경기도약사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위한 임시방편으로 시행됐던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엔데믹 선언 이후 마땅히 용도 폐기됐어야 했다”며 “오늘 내놓은 ‘시범사업 확대 방안’은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그야말로 노골적인 플랫폼 뒤봐주기와 배불리기의 끝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고사하고 국민건강과 안전에 대한 국회와 보건의료계에서 제기한 심각한 우려조차 정부의 플랫폼 살리기 앞에서는 공허한 외침일 뿐 이제 비대면 진료는 사업성에 치중한 명분 없는 플랫폼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면서 “비대면 진료는 의약분업에 버금가는 수준의 보건의약계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국회를 통해 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복지부는 국회의 설득은커녕 국정감사 과정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며 체면을 구기더니 결국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우회로를 통해 폭주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내놓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은 초진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재진기간을 늘려 플랫폼 배불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책”이라며 “경기도약사회 1만여 회원들은 단 한 글자도 수용할 수 없다. 강력한 투쟁으로 이를 저지할 것을 천명하며 복지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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