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보건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약사·한의사·치과의사도 ‘가능’
약사회·한의협 “보건의약계 불합리한 차별 법령 해결, 직능 확대 기대”
대공협·젊은의사협의체 “전문성 가진 의사, 보건소장 임용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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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그동안 의사만 임용 가능했던 보건소장이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보건의약인으로 확대하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보건의료 직역단체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그동안 보건소장을 독점했던 의료계는 ‘의사 우선 임용’ 내용을 법률로 상향해 유지한 것은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반면 약업계와 한의계는 보건의약계의 불합리한 차별 법령이 해결됐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에서 보건소장 임용 대상자에 한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 약사를 포함하는 조문을 신설하는 내용의 지역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을 의결했다. 법 시행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다.

지금까지 보건소장 임용은 지역보건법이 아닌 시행령(제13조)에 명시돼 있었다. 이마저도 의사를 우선 임용하고 의사를 임용하지 못하는 경우 보건의약직군 보건직렬 공무원으로 임용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건소장에 임용된 의사는 41%에 그치고 있어 의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역의 보건의료 전문가 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국회는 의사 보건소장 임용 원칙이 특정 직역에 대한 차별이라며 우선 임용 대상을 의사에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고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러자 약업계와 한의계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지난 12일 대한약사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역보건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는 의사 외 보건의약인 출신 보건소장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약사들도 보건소장이 될 수 있는 만큼 직역을 다른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의계도 “보건의약계의 대표적인 불합리한 차별법령이 해결됐다”며 “이번 지역보건법 개정이 아직도 보건의료계에 만연해 있는 양방 편향적인 각종 법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소중한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젊은의사들을 중심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는 지난 11일 비(非) 의사를 보건소장에 임용할 수 있도록 한 지역보건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대공협은 “지역보건법 개정과 관련해 모집 공고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구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정작 실제 지역의료 현장에서는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임용하기 위한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최근까지도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에서 보건소장 모집 공고를 제대로 내지 않거나 의사 지원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이들을 부적격 처리한 사례 등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하도록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더라도 지금까지와 같이 현장에서 ‘우리는 노력했으나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혹은 ‘지원자가 부적격하다’는 식의 핑계를 내세워 의사의 보건소장 임용을 막아버린다면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제정된 법률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공협은 신종 감염병 유입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보건의료인 컨트롤타워인 보건소장의 의료 전문성이 절실하고 요구되고 있는 만큼 의사 임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공협은 “보건소장에게는 여러 직역을 아우르는 행정적 역량 이외에도 특정 의료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반적인 지역사회 보건의료 상황을 판단해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막중한 임무를 지닌 보건소장 자리에 직역 간 관계 및 근거중심의학 등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못한 비(非) 의사가 임용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소 내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각 직역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고 그에 따라 과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 등이 사업으로 추진된다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주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적절히 예방·관리한다는 지역보건법의 본래 취지에 걸맞게 각 지자체에서 의료 전문성을 가진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임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젊은의사협의체는 보건소장을 비의사 직군으로 임용 범위를 확대한 것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의체는 지난 12일 “팬데믹과 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해 예방과 보건 전문성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증대되고 있는 지금 의사가 보건소장이 아닌 보건소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제2의 코로나19가 도래했을 때 위기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된 법으로 인해 임용된 보건소장에게 의료전문지식과 행정 경험 모두가 부족할 경우 단순히 사업 성과가 떨어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장 보호해야 하는 의료취약계층과 무의촌 거주 주민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며 “특히 보건소 사업과 예산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직역간 이해관계로 인해 강압적으로 시행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체는 한방 난임 사업을 그 예로 들었다.

협의체는 “한방 난임 사업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이중맹검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았으며 대조군도 부정확한 증례보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전개했다는 이유만으로 근거가 입증돼 보건소 내 사업 확장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는 의료 지식을 취득하기 어려워 의료 주체성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을 현혹하는 결과를 낳아 건강을 위협하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의사가 보건소장을 함으로서 지역사회의 질병 예방과 대응에 가장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에 문제의 해결책은 의사를 대체해 타 직역군으로 보건소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 개선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의사 출신 보건소장을 늘려야 한다”며 “각 지자체에서 국가 운영의 보건의료기관이 그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전문성을 가진 의사를 보건소장을 임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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