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2024년 상반기 포시가 한국시장 공급 철수 결정
유례없는 1등 의약품 특허만료 철수…결정 배경 주목

▲ 포시가 제품 사진
▲ 포시가 제품 사진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의 SGLT-2 억제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국내에선 유례없는 동일계열 최대 매출 만성질환 치료제의 철수다.

해외시장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에 밀려 동일계열 2위에 만족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만큼은 가장 먼저 도입된 SGLT-2 억제제로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전한 매출과 함께 기존에 사용돼 온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분야에서는 해묵은 병용처방 국민건강보험 적용 문제가 해결됐고, 새롭게 획득한 심부전, 만성신장질환 등의 적응증도 건보 적용 논의를 시작하려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포시가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려는 결정적인 이유는 지난 4월 이뤄진 특허만료다. 이후 60종이 넘는 제네릭이 시장에 나왔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 특허가 만료되고 제네릭 수십 종이 시장에 나오는 건 흔한 일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왜 시장 철수를 결정했을까.

≫ 특허만료 의약품, 국내선 승승장구…포시가는 다른 상황일까

생물제제가 아닌 화학제제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만료는 일반적으로 매출의 급락을 의미한다.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비교할 수 없이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제품의 경우 오랜 기간 이뤄진 임상연구 데이터, 엄청난 규모의 환자에게 처방된 경험 등을 무기로 갖고 있지만, 제네릭의 가격 공세를 이겨내지 못한다.

다만 이 구조는 국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민건강보험 약가는 곧바로 기존 약가의 70%, 다음 해에는 53.55%로 조정된다.

문제는 제네릭도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만료가 1년만 지나면 똑같은 보험 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영세한 제약사가 난립한 국내 제약산업 구조에서 각 제약사는 자사의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낮추지 않는다.

제네릭의 개발과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오리지널에 비해 현저히 적지만, 가격경쟁력보다는 영업활동을 통해 처방을 끌어내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의 영업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리지널 제약사의 영업활동에 영향을 받은 의료진은 당연히 오리지널을 처방한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가 같은데 굳이 제네릭을 처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제약사 역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마케팅을 이어간다.

실제로 국내에서 건보가 적용된 의약품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하는 비아트리스의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의 경우 2009년, 15년 전 특허가 만료된 제품이다. 리피토의 국내 매출액은 비아트리스가 영업보고서를 통해 밝힌 미국 시장보다 크다. 전체 시장 규모가 미국의 20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할 때 기형적인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한국시장 철수 결정에 이런 배경은 오히려 의구심을 키운다.

≫ 10mg 기준 334원 제네릭까지 등장…새 적응증 보험적용하려면 추가 인하 필요

포시가 제네릭 시장은 기존 블록버스터 만성질환 치료제의 특허만료와 같은 듯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특허만료 직후 수십 종의 제네릭이 시장에 출시된 모습은 유사했지만, 제네릭 약가는 낮게 책정된 것. 실제로 시장에 나온 다파글리플로진 10mg 기준으로 현재 포시가 약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정당 334원 제품도 있다.

이는 2020년 개편된 약가제도에 영향은 아니다. 개편된 제도는 20개 이상의 제네릭이 등록됐을 때, 약가를 계단식으로 인하한다. 하지만 특허만료 첫 달에 등재한 제네릭은 20개가 넘더라도 이에 적용되지 않는다. 시장에 나와 있는 포시가 제네릭 대부분이 첫 달에 등재된 제품이다.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라는 조건도 약가를 인하할 수 있지만, 이 조건만으로 334원까지 내려가지는 않는다. 사용량이 계속 확대하고 있고, DPP-4 억제제 등 다른 당뇨병 치료제와의 병용요법 급여 문제도 해결된 만큼 공격적인 약가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네릭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가운데 포시가는 강제적인 약가인하도 받아들여야 한다.

▲ 아스트라제네카

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의 약가인하를 원하지 않았다. 제도상으로 포시가는 올해 5월 1일부터 기존 약가의 70%인 514원으로 인하됐어야 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행정소송 과정에서 집행정지를 신청해 약가를 유지하고 있다.

집행정지를 통해 약가인하를 늦췄지만, 언젠가는 514원까지 낮춘 뒤 특허만료 의약품의 최종 약가, 기존 대비 53.55%인 393원까지 내려가야 한다.

또한 약가제도에서 사용량 확대가 예상되는 보험 적응증 확대는 추가적인 약가인하가 이뤄진다. 비교적 최근 심부전과 만성신장질환 등 대형 적응증을 추가한 포시가가 해당 적응증을 보험 적용하기 위해서는 약가를 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 ‘영광’ 이룬 공동판매사 대웅제약도 ‘Bye’…“자사 포트폴리오 재정비”

이에 더해 포시가를 한국에서 동일계열 1위로 유지시킨 대웅제약의 영향도 있다. 대웅제약은 포시가를 2018년부터 공동판매하고 있다. 2018년은 포시가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뛴 기점이 된 해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그런 대웅제약이 올해 5월, 자체 개발 SGLT-2 억제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을 시장에 출시했다. 2024년 종료되는 공동판매 계약이 연장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이라면 향후 아스트라제네카의 포트폴리오에서 포시가는 그리 중요한 의약품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한국 만성질환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인 높은 복합제 사용량을 감안할 때, 향후에는 포시가와 메트포르민의 복합제인 직듀오가 중요할 수 있다. 직듀오의 국내 판매는 내년에도 중단되지 않는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포시가 시장 철수를 자사 포트폴리오 재정비라고 밝히고 있다. 만성질환보다는 폐암약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 항체약물접합체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 등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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