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조 늘어, 평균 수익률 1.33%↑…20종목 중 1종목 ‘반토막’
의료AI·소부장·비만약 테마 상대적 급등에 투자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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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올해 제약바이오 증시는 2021년부터 시작된 유동성 축소에 따른 파장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면서 투자자들의 소외 속에 상반기엔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다만 하반기 후반(11월)에 들어서면서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점쳐지며 반등을 모색한 한 해였다.

여기에는 미국 증시의 급등과 함께 정부의 제약바이오 육성책, 공매도 전면 금지 등이 투자심리를 개선시켰지만, 올리패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이은 임상 실패와 중단 그리고 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의 불성실 공시가 드러나면서 헬스케어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한 것도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이유로 작용했다.

증시 환경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제약바이오 업종은 올해 의료 AI(인공지능), 비만치료제, 실적 개선, 코로나19 및 중국 發 폐렴확산 등에 따른 관련주들의 수혜를 기대하게 하면서 테마 중심의 일부 종목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을 둘러싼 2023년 증시 환경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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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는 ‘내리고’ 코스닥은 ‘오르고’…절반 이상 종목 '하락'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 의약품(47종목) 및 코스닥 제약(117종목) 기업의 등락 폭을 확인한 결과, 이 기간 매출 상위 제약사들이 포진해 있는 의약품지수는 직전년도 13,793.83포인트에서 13,326.72포인트로 3.39%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같은 기간 16.24% 상승한 것과 비교해보면 대형 제약바이오 종목이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의미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2.3% 하락하면서 의약품지수의 하락을 부채질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 비중으로 들어가 있는 코스닥 제약바이오주는 21년과 22년의 급락을 뒤로하고 올해 반등에 성공하면서 내년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중견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몰려있는 제약지수는 7,263.80포인트에서 8,180.42포인트로 12.62% 올랐다. 앞서 21년과 22년 각각 –20.58%, -34.86% 폭락한 바 있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황은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제약바이오 대표지수인 나스닥 생명공학지수가 0.56% 하락한 만큼 글로벌 전반적으로도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 제약바이오가 다소 소외 당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의 등락 종목 수를 살펴볼 때, 올해 신규상장 5종목을 제외한 159개 제약바이오 종목 중 주가가 오른 종목 수는 66개, 내린 종목 수는 93개로 확인됐다. 오른 종목 수의 비율은 41.5%로 절반 이상의 종목이 내린 셈이다.

조사대상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1.33% 상승으로 나타났다. 50% 이상 하락한 종목 수는 8종목으로 하락 종목 20종목 중 1종목만이 반 토막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만약 올해 제약바이오 종목을 샀다면 대다수 투자자는 실속 없이 평균 보합수준에 그쳤다는 의미고 그중에서도 2명 중 1명은 투자해 다소 손실을 봤다고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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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 올 들어 시총 5조 증가…삼성바이오는 7조 ‘감소’

제약바이오는 주가가 다소 상승한 만큼 시가총액(이하 시총)도 올해 들어 수조 원의 돈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152조3,216억 원의 시총에서 지난 22일 기준 157조302억 원으로 4조7,086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신규로 포함된 5종목(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HLB생명과학, 비보존제약, 에스바이오메딕스, 그린생명과학)의 시총 1조7,024억 원이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늘어난 돈은 3조62억 원인 셈이다.

시총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셀트리온으로 지난해 말 22조5,922억 원에서 올해 27조1,577억 원으로 평가액만 보면 4조5,585억 원의 돈이 증가했다. 이외에도 HLB(시총 증감 3조1,506억 원↑), 유한양행(1조762억 원↑), 셀트리온제약(1조545억 원↑), 한올바이오파마(1조344억 원↑) 등에서도 1조 원 이상이 돈이 늘어났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가 하락에 지난해 말 58조4,339억 원의 시총에서 51조2,453억 원 규모로 줄어들어 7조1,886억 원의 돈이 사라졌다. 이밖에도 대웅제약(5,318억 원↓), 에스티팜(4,740억 원↓), 네이처셀(4,490억 원↓), 바이오노트(4,276억 원↓), 신풍제약(4,138억 원↓), 진원생명과학(3,342억 원↓), 파미셀(3,331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3,148억 원↓) 등도 주가 하락에 시총이 큰 폭 감소한 기업으로 드러났다.

≫ 50% 이상 상승 종목, 케어젠·한올바이오·JW중외·메디톡스 ‘강세’

올해는 전년과 비교하면 다수 종목에서 50% 이상의 상승이 나타났다. 상승 종목 중 케어젠은 올해 눈에 보이는 수익률로만 353.59%에 달하는 상승을 기록해 가장 높은 시세차익을 올렸다. 연중 최고가로 고점이었던 4만7,159원으로 비교하면 516% 상승을 낸 결과로 이 회사는 지난해 말 7,650에서 지난 22일 기준 올해 2만7,050원이 올라 3만4,700원에 거래됐다.

이외에도 한올바이오파마(주가 등락률 111.24%↑), 바디텍메드(102.44%↑), 애니젠(100.81%↑), JW중외제약(98.68%↑), 메디톡스(90.63%↑), 메타바이오메드(85.5%↑), HLB(84.4%↑), 바이오솔루션(82.74%↑), 씨티씨바이오(79.37%↑), 보로노이(73.39%↑), 아스타(73.1%↑), 제일바이오(67.07%↑), 삼천당제약(61.64%↑), 종근당(61.02%↑), 파마리서치(57.37%↑), 일성신약(57.08%↑), 인벤티지랩(56.34%↑), 차바이오텍(55%↑), 한스바이오메드(52.74%↑) 등이 50% 이상 급등한 것으로 기록됐다.

펩트론은 비만치료제 테마 대장주로서 테마 상승을 주도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약효 지속성을 늘리는 ‘스마트데포’ 플랫폼을 적용한 당뇨 및 비만 치료제 'PT403'의 기술수출 성사 가능성이 기대된 것이 재료로 작용했다.

한편, 비만치료제와 관련해서는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최초 글로벌 비만치료제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내년 2월 상장을 목표로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며 내년에도 비만치료제 테마가 관심을 끌 것을 예고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이 회사가 보유한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의 임상 데이터가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물질은 ‘HL161ANDS(이뮤노반트 코드명 IMVT-1402)’로 임상 1상 결과에서 알부민 감소와 LDL-콜레스테롤 상승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앞서 회사는 이뮤노반트의 모회사인 로이반트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바토클리맙(이뮤노반트 코드명 IMVT-1401)과 HL161ANS를 기술이전 한 바 있다.

바디텍메드는 2분기 영업이익이 82억 원으로 168%가 급성장하며 엔데믹에 따른 실적 악화 리스크 해소와 중국발 폐렴 확산 소식이 재료로 작용했다. 특히 호흡기 질환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중국에서 급격히 확산하면서 이 회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면역진단 제품을 직접 개발 및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이후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여기에 파이프라인의 임상 순항까지 겹치면서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지난해엔 사상 최대 매출 실적(6,844억 원)을 바탕으로 영업이익도 630억 원을 내면서 당기순이익마저도 흑자 전환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 이후 올해도 지난 3분기까지 전년보다 95.5% 늘어난 670억 원이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

여기에 이 회사의 파이프라인도 주목받았다. 덴마크 레오파마에 기술수출한 아토피 신약 ‘JW1601’부터 통풍치료제 ‘에파미뉴라드’,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로 STAT3 단백질 타깃 항암제와 탈모 치료제 ‘JW0061’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받았다.

메타바이오메드는 의료정밀 치과 치료제 대표 주자로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실적 개선이 투심을 사로 잡았다. 이 회사는 3분기까지 618억 원의 매출과 11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각각 전년보다 20.7%, 97.8%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덴탈(치과) 관련 제품들의 수출액 호조가 실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덴탈사업 부문에서 3분기까지 수출액으로 304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삼천당제약은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수혜 기대감이 재료로 작용했다. 실제로 회사는 올해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독일, 스페인, 이태리,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의 독점공급 및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도 판매 허가를 신청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글로벌 빅파마인 노바티스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3억500만 달러(약 1조7,302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도 적지 않은 8,000만 달러(약 1061억 원) 규모로 알려지면서 투심을 자극했다. CKD-510은 종근당이 연구개발한 신약후보 물질로 선택성이 높은 비히드록삼산(NHA, non-hydroxamic acid)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HDAC6 억제제다. 전임상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등 여러 HDAC6 관련 질환에서 약효가 확인됐으며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도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반면, 올리패스는 비마약성진통제 ‘OLP-1002’ 임상 2a상 실패가 원인이 되어 87.21%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큰 종목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피플바이오(76.23%↓),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74.83%↓), 에스씨엠생명과학(70.91%↓), 진원생명과학(60.57%↓), 엔케이맥스(56.13%↓), 유틸렉스(51.81%↓), 셀루메드(50.51%↓) 등도 50% 이상 급락한 것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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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약바이오 상승 테마, ‘의료 AI·소부장’ 주도

올해 제약바이오 증시의 또 다른 특징은 의료 AI(인공지능)를 필두로 한 제약·의료·바이오 소부장 테마가 강세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사실 AI테마는 글로벌 증시 전반에 자리 잡은 화두였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 GPT가 연초부터 국내외 증시를 달구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서다. 특히 글로벌에서도 대표적으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주요 종목이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주가 상승세가 이어진 결과 이에 영향을 받은 국내 AI 종목들도 일부 종목의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상승을 나타낸 것이다.

의료 AI로 꼽혔던 테마 종목으로는 제이엘케이(22일 기준 주가등락률 603.17%↑), 뷰노(599.52%↑), 루닛(472.74%↑), 딥노이드(268.02%↑), 셀바스헬스케어(232.01%↑), 셀바스AI(195.55%↑)가 올해 2배 이상의 상승 폭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외에도 신테카바이오(55.01%↑), 노을(23.21%↑) 등도 상승세를 탔다. 다만, 이들은 대부분 연중 최고점 대비 40% 내외로 급락해 고점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낭패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상승 주자로 올해 주가가 7배나 폭등한 제이엘케이는 이 회사의 뇌졸중 솔루션 100여 개가 병원 공급을 완료하면서 매출 성장이 전망됐고 여기에 뇌졸중 솔루션들 일부가 혁신의료기기 통합 심사를 통과해 줄줄이 비급여 적용을 받게 되면서 환자들의 실비보험 정산도 가능해졌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식품의약국(FDA) 및 신기술추가지불 보상제도(NTAP) 승인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투심을 자극했다.

특히 의료 AI 종목의 상승 배경엔 정부 측이 의료 AI에 힘을 실어 주면서 상승기류가 이어진 것도 이유가 됐다. 실제로 지난 7월 산업통상지원부가 바이오경제 2.0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수혜 기대감이 작용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15조 원의 민간 투자 지원, 백신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까지 국가전략기술로 넓혀 투자세액 공제를 확대,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디지털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바이오 경제 생산 규모 100조 원, 수출 규모 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게다가 바이오 액티브 ETF가 다수 상장되면서 수급개선 기대도 재료로 작용하며 투심이 개선됐다. 액티브 ETF란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직접 투자 종목을 선정해 초과 수익을 내는 펀드를 뜻하며 지난 8월에만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타임포트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 신한자산운용의 ‘SOL 의료기기소부장Fn’등이 상장됐다.

또한 의료기기 소부장(소재·부품·장비)도 강력한 재료로 부각 됐다.

동운아나텍이 세계 최초로 타액(침)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디살라이프’의 2차 탐색 임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는 소식에 연중 449%나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이 회사는 8월 이후 급락해 연 91% 오르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 전문업체 디알텍(200%↑), 암 진단기기 전문업체 바이오다인(169.74%↑) 등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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