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중심으로 ESG 지표 개발·경영 고도화 실시
의료기관 ESG 인식도 “매우 잘 안다” 0→11% ‘급증’
ESG 담당자 45.1%→55.9% 증가…상종병원 81.0%·종병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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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국내외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만의 전유물이던 ESG 경영이 의료기관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ESG 지표를 개발해 경영을 고도화하는 한편 직원 2명 중 1명은 ESG 담당자일 정도로 인식도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으로 최근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고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ESG 경영 항목을 투자 조건으로 도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ESG 경영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앞다퉈 ESG 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ESG 활동이 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의료기관 ESG 개념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으나, 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의료기관이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보다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을 지칭하고 있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상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ESG 경영 선포, 위원회 구성 등 활발한 ESG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2년부터 ‘국내·외 의료기관의 ESG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2023년 보고서에는 국제의료사업 추진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인식도 및 경영현황 조사’ 결과가 수록됐다.

조사 결과 2022년 85.2%였던 ESG 인식도는 지난해 87.1%로 증가했다. 특히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0%에서 11%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다수의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ESG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ESG 인식 수준에 있어서도 큰 향상을 보인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ESG가 의료기관 경영에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중도 54.9%에 달했는데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7.3%에 비해 약 7.5배 이상의 높은 비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 겸업을 포함한 ESG 담당자가 있는 경우 2022년 45.1%에서 2023년 55.9%로 절반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상급종합병원은 81.0%, 종합병원은 68.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SG 경영을 도입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료기관들이 ESG를 도입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제의료사업 수행에 있어 해외 국가 또는 글로벌 보험사 등 협력기관에서 ESG 관련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응답자 59.3%가 협력기관에서 ESG 관련 요구를 하거나 이에 대해 들어본적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국제의료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의료기관의 ESG 경영의 중요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ESG 경영 도입 앞장서는 빅5 병원…ESG위원회 발족은 기본, 보고서까지 편찬

그렇다면 국내 빅5 병원들은 ESG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을까.

<메디코파마뉴스>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3 국내외 의료기관의 ESG 동향 및 시사점’에서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 4곳을 선정해 분석해 봤다. 서울대병원은 보고서에 실리지 않아 제외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21년 5월 ESG 위원회를 발족했는데 국내 종합병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ESG 경영을 실시했다.

이듬해인 2022년 3월에는 ‘안전보건 경영 선포식’을 개최해 직원과 내원객들의 안전을 경영의 핵심가치로 정립해 안전사고와 재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선포했다.

또한 1950년대 중반 근대 한국 의료 발전의 기틀이 됐던 미네소타 프로젝트(한국 재건 의료 원조 프로그램)처럼 우리나라가 받았던 혜택을 아시아 국가에게 돌려주는 '아산 인 아시아(Asan in Asi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09년 몽골, 베트남과 협약을 체결하고 2011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파견해 현지 의료진에게 간이식 수술을 전수했으며 2022년에는 간이식팀이 베트민 호치민대학병원을 방문해 생체 간이식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특히 같은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 207명이 아산재단의 지원으로 폴란드, 루마니아, 조지아 등으로부터 국내로 입국할 수 있도록 3억 원 상당의 항공권을 지원했다.

이 외에도 저소득층 환자에게 의료 및 생계비 등 총 8억 4,000만 원을 지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ESG 분야에서 병원계가 당면한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중증 고난이도 질환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 성과를 제공하기 위해 ESG 경영 체계를 수립했다.

지속가능한 의료의 중심 SMC라는 ESG 비전 하에 E·S·G 분야별 목표를 설정했는데 ▲환경(E): 케어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병원 ▲사회(S): 환자, 직원 모두가 안전한 병원 ▲거버넌스(G): 공정하고 투명한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병원 등이다.

또한 ESG 추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ESG 위원회를 발족했으며 임직원(케어기버)의 일상적인 혁신 활동이 ESG 경영과 자연스럽게 접목될 수 있도록 ‘첨단지능형 병원’이라는 중장기 전략과 연계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7월 ESG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타의료기관에서 ESG 경영을 손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병원향 ESG 지표를 개발하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Less’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기시간 줄이기(Wait-less)는 환자의 치료 대기시간을 줄여 긍정적인 환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며 지난해부터 종이 없는(Paperless) 병원을 목표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은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의료원의 투명한 윤리경영과 의료폐기물 및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에너지 저감형 의료 콤플렉스(Complex) 마련,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 배치, 우즈베키스탄·방글라데시·베트남 등 해외 의과대학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주력하고 있다.

2022년 12월 ESG 운영위원회를 발족한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부터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 윤승규 병원장은 2023 신년사를 통해 ESG 경영 강화 의지를 밝히는 등 리더십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사업계획에 각 부서별로 총 137개의 ESG 경영지표를 선정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환경 부문(E)에서는 CO2 배출량과 폐기물 취급 관리, 종이 없는(Paperless) 연구과제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S) 부문은 자선 지원, 교직원 돌봄(영적 지지), 가정간호 무료 방문 등을, 거버넌스(G)에서는 반부패·청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추후 ESG 운영위원회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통해 병원 내 우수 ESG 활동 부서를 포상하고 ESG 주요 지표 온라인 공시, 리포트 발간 등을 통해 ESG 인식 개선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빅5 병원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 ESG 활성화를 위해 ‘정보공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진흥원은 “의료기관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실정에 맞는 목표와 추진활동을 수립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에서 실천 중인 ESG 활동 중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개선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현재 대형병원 중심의 활동이 소규모 의료기관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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