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MC, 350명 증원 적절…“교육 자원 확충 및 재정투입 불투명”
보건의료노조, 350명 증원은 국민 기만용…“3000명 확대해야”

▲유토이미지
▲유토이미지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정부가 올 상반기 내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증원 규모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국의 의과대학 학장들은 교육 자원 확충 및 재정 투입이 불투명한 만큼 350명 증원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350명 증원은 국민 기만용이라며 최소 1,000명에서 3,000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19년 동안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드라이브 걸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10월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구체화했고 그해 11월 21일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0개 의과대학에서 제출한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3,847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그동안 대화와 협상에 주력하던 이필수 집행부는 강경 투쟁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최근 불거진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위기는 지속적인 저수가 정책,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의료전달체계, 기형적으로 확장된 실손보험 체계 등 장기간 축적된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며 의사 정원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40개 의과대학은 정부의 필수의료 확충 전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에 임했고 정부의 요구에 맞춰 최대 수용 가능한 학생 수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일부 언론은 수요조사의 단순 합산이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듯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나 이 숫자는 참고사항일 뿐 논의의 출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총 증원 규모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예방하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 자원의 확충과 이에 대한 재정 투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반영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40개 의과대학에서 2000년 감축했던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의료인력의 수급 양상과 필수의료 확충의 가시적인 성과를 지켜보며 추가적인 조정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협의회가 제시한 350명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의사 인력의 수다. 줄어든 만큼만 늘려야 한다는 것이 협의회의 입장이다.

≫ “의대 정원 규모 최대 3,000명 확대 필요…증원 규모 최소화 위한 여론전에 불과”

의대 학장들이 이 같은 의견을 피력하자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비난하며 오히려 의대 정원 규모를 최대 3,000명 확대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350명 증원은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대책이 아닌 국민 기만용,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고통과 피해를 해결하고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 규모를 최소 1,000-3,000명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KAMC가 발표한 350명 규모는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에도 한참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이었고 2030학년도에는 최소 2,738명, 최대 3,953명이었다”며 “KAMC는 교육 자원 확충과 재정 투입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350명이 적절하다고 하지만 수요조사 당시 최대치는 현재의 교원과 교육시설 보유 역량으로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하며 늘릴 수 있는 규모였고 최대치는 의대에 추가 교육 여건을 확보했을 때 증원이 가능한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대 교육 여건을 문제 삼는 KAMC의 주장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300명 규모 증원은 ‘눈 감고 아웅’하는 국민 기만이”이라며 “350명 증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요구로 감축한 351명을 복원하는 것으로 필수의료·지역의료 살리기 대책이 아닌 생색내기용 증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350명으로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 소아과 오픈런, 원정출산, 원정진료로 인한 국민의 고통과 불편을 해소할 수도 없고 지역의료 붕괴와 불법의료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해결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7.4%였으며 32.7%는 100명~1,000명 내외로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도 24.0%가 1,000명 이상 증원, 56.3%가 3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더욱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들과 전문가들이 10~25년 후 2만 명~2만7,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의대 정원 규모를 1,000명 이상 대폭 증원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정할 때 단지 현재 의료서비스 이용량과 활동 의사수, 연령 추이, 인구구조 변화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현재 의사 인력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의료현장의 진료 실태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즉 의료현장에서 의사인력 부족으로 어떤 끔찍한 의료재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의사 인력이 확충되어야 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PA 인력(진료지원 인력) 2만 명 추산 ▲의료인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량, 당직근무, 휴일근무로 번아웃 등으로 의료사고와 환자안전 위협이 심각하다며 의사의 근무여건 개선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의사인력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런 모든 상황들을 감안할 때 적정한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최소 1,000명에서 3,000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 350명 증원 규모로는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공공의료 살리기, 불법의료 근절, 의사 수급 불균형 해소, 불만족스런 진료 개선, 의료사고 예방, 환자안전 보장, 번아웃으로 내몰리는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공급 과잉을 우려하면서 단 1명의 의대 정원 확대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의사 공급 과잉은 추후 조정할 문제이지 미래에 의사 공급이 과잉될 것을 우려해 현재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대 정원 확대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장래 의사 공급 과잉을 우려해 의대 정원을 동결하거나 소폭 확대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19년째 의사 정원 동결로 의사인력이 대거 필요한 만큼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이후 의대 정원 확대가 의사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매년 1,000명~3,000명 규모로 늘어난 의대 정원을 언제까지 유지하고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필수의료·지역의료 의사인력 충족 여부, 의료현장의 충분한 의사인력 충족 여부, 의료시스템 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결정하면 된다”며 “정부는 더 이상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최소화하려는 의료계의 여론전에 휘둘려서는 안 되며 3월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성과를 만들려는 의협 내 강경세력들의 협박에 굴복당해서도 안 된다.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겠다던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최소화하는데 야합한다면 국민들의 거대한 분노와 강력한 심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