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21건 8조 성과…전년 대비 5건·1조 7000억원 증가
대웅제약, 2023년 기술수출 4건 ‘최다’…상반기만 1조 기록
종근당, 노바티스에 후보물질 기술이전…1조7000억원 ‘빅딜’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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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이헌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지난해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데는 실패했지만 해외 기술수출 분야에서는 선방, 나름의 성과를 챙겼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수년 동안 기술수출 후 반환 사례가 잇따랐던 만큼 투자자들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총 21건의 기술수출을 이뤄냈으며 성과 금액은 약 8조 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공개 계약 건을 제외한 수치로 2022년 16건, 6조3,000억 원보다 5건, 1조7,000억 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 대웅제약, 작년 기술수출 4건 ‘최다’…상반기만 1조 달성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대웅제약 본사 전경(제공=대웅제약)

2023년 기술수출을 가장 많이 한 곳은 대웅제약이다. 이 회사는 지난 한 해 총 4건의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해 최다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월 영국 제약사 CS파마슈티컬스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 기술을 수출했다. 계약 규모만 3억3,600만 달러(약 4,128억억 원)에 달했다.

이어 2월에는 브라질 제약사 목샤8(Moksha8)에 자체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의 중남미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만 8,436만 달러(약 1,100억 원)다.

대웅제약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같은해 4월 미국 비탈리바이오와 먹는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DWP213388’을 4억7,700만 달러(약 6,391억 원)에 수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3건의 기술을 총 1조 원이 넘는 금액에 수출한 셈이다.

대웅제약의 기술수출 계약은 하반기에도 계속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 자이더스 월드와이드 디엠씨씨와 항암제 ‘DWJ108U’ 서방형 주사제를 이전하는 1,2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질은 전립선암·자궁내막증 등에 쓰는 ‘루프론데포’의 제네릭이다.

대웅제약은 이 계약에 따라 DWJ108U를 미국 시장 내 첫 제네릭으로 출시하기 위한 비임상, 제조, 공급을 담당하고 자이더스는 임상 개발과 상업화를 진행한다.

≫ ‘종근당이 종근당 했다’…2023년 ‘빅딜’ 성사

▲종근당 충정로 본사(사진 제공=종근당)
▲종근당 충정로 본사(사진 제공=종근당)

국내 상위 제약사 가운데 한 곳인 종근당은 지난해 기술수출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와 희귀난치성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CKD-510’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총 계약 규모만 13억5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에 달했다.

종근당은 계약에 따라 계약금 8,000만 달러(약 1,061억 원)를 우선 수령한다. 이후 개발·허가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12억2,500만 달러(약 1조6,241억 원)와 매출에 따른 판매 로열티를 추가로 받는다. 노바티스는 CKD-510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CKD-510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로 선택성이 높은 비히드록삼산(NHA, non-hydroxamic acid)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 ‘작지만 강하다’…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암젠 이어 얀센까지 기술수출

중소기업에 불과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19년부터 5년 연속 기술수출을 성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와 2년 연속 기술수출을 이뤄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후보물질 ‘LCB84’의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만 2조2,400억 원으로 2023년 가장 큰 성과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계약으로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1억 달러(약 1,300억 원)와 단독 개발 권리행사금 2억 달러(약 2,600억 원), 개발·허가·상업화에 따라 발생하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최대 17억 달러(약 2조2,400억 원)를 받게 된다. 허가 이후 순매출에 대한 별도 로열티도 수취하는 조건이다.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원천 기술 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미국 제약사 암젠과 최대 1조6,05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1년에도 3건의 계약을 성사했다.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ADC 플랫폼 기술과 항암제 후보물질을 이전하는 2건의 계약을 했으며 유럽 바이오 기업 소티오바이오텍과도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지아이이노베이션, HK이노엔, 지씨셀, 온코닉테라퓨틱스, SK바이오팜 등이 기술수출을 성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2024’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0여 곳이 참가해 주요 파이프라인 성과를 공개하고 기술계약, 투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자체 발굴한 후보물질을 해외에 내다 파는 것에 사활을 거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국내에서 신약 개발을 완료해 수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자금 조달과 임상 대상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한편 해외에서 대규모 임상을 통해 좀 더 빠른 실적을 내기 위해 기술수출에 나서고 있는 것

문제는 최근 수년 동안 기술수출 후 실적 부진으로 반환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할수록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수출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연구 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실제로 매년 꾸준하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초청받는 것만 봐도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술수출 후 반환되는 사례도 매년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국내 기업들이 자체 신약 개발을 끝까지 마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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