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쪼그라든 VC 투자, 올 하반기 이후 활기 찾을 듯
美 FDA 신약 승인 증가 예상…제약바이오 모멘텀 ‘기대’
약물전달플랫폼(DDS) 보유 기업, 투자자들 주목받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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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지난해 힘겨운 시간을 보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년 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국내 내로라하는 제약회사들은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기초 체력을 키우는 한 해가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산 신약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모멘텀이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향후 승인된 제품들은 보험사 등재와 판매망 확충 등을 거쳐 오는 2025년 이후 본격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부터 선반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R&D(연구개발)에 대한 가시적 성과와 경영 환경 측면에서 금리가 안정화되면 위축됐던 R&D 투자가 과거 성장기처럼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정부, 혁신 신약 임상 2·3상 및 플랫폼 기술 집중 투자 ‘예고’

지난해 국내 대형 제약기업들은 위축된 투자 환경으로 인해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을 단행하는 등 과거에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환경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연구개발에 치중돼 있는 중소 제약바이오사들의 경영 악화도 부채질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로 예측되는 금리 인하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긴축완화로 돈이 풀리면서 얼어붙었던 바이오헬스 투자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에 따르면, 작년 벤처캐피탈 업체(VC)들의 바이오·의료 분야 업종 관련 투자 규모는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벤처캐피탈 회사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는 2019년 1조1,033억 원, 2020년 1조1,970억 원에 이어, 2021년 1조6,770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분기별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을 살펴보면 1분기 1,520억 원, 2분기 2,145억 원, 3분기 2,599억 원 규모에 그치면서 3분기 누적 투자 금액은 6,264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3분기 기준 투자액인 8,787억 원보다 28.7% 감소한 규모다.

신규 투자금이 줄면서 바이오·의료 업종의 투자 비중도 작아지고 있다. 바이오·의료 업종의 투자 비중은 2018년 24.6%, 2019년 25.8%, 2020년 27.9%, 2021년 21.8%로 꾸준히 20%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작년 3분기 기준 투자 비중은 17%로 쪼그라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투자심리 약화 영향에 제약바이오 사들의 기업공개(IPO) 시장도 크게 위축했다. 증시가 침체한 데다가 상장 심사 문턱도 높아지면서 업체들은 공모를 미루거나 상장 도전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바이오사의 신규 상장 건수와 규모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기준 19건, 4조9,000억 원이었던 상장 건수와 공모액은 2022년 13건, 3,5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기준 상장 건수는 9건, 공모 금액은 약 1,500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IPO를 통과한 업체마저도 낮은 가치에 기업공개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신규 상장 종목들의 공모가는 대체로 공모밴드 하단 이하로 결정되면서 저조한 공모가로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3월 3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수요예측에서 당초 공모가 희망 밴드인 1만6,000원~2만1,000원보다 낮은 1만3,000원에 상장했다. 작년 8월 신규 상장한 세포 전처리 자동화기기 업체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역시 비슷했다. 회사는 공모가 희망 밴드(1만3,000원~1만6,000원)에서 최하단인 1만3,000원에 상장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투자를 촉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분위기 반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정부는 위축된 제약바이오 투자 시장을 고려해 혁신 신약 임상 2~3상, 혁신 플랫폼 기술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K-바이오·백신 1호 및 2호 펀드 운용사가 민간 펀드 운용사 2곳과 함께 올해 바이오헬스 분야에 2,500억 원 이상을 조성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바이오·백신 1호 및 2호 펀드는 지난해 우선 결성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 초부터 투자를 개시, 4년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총 결성액은 2,616억 원이며 이 중 최대 1,000억 원을 올해 제약바이오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성액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올해 금리가 인하되는 시기에 맞춰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증시 환경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IPO 도전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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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확률 높고, 상용화 시기 단축할 수 있는 ‘DDS’ 주목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당국의 높은 문턱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을 점점 더 어려워지게 하고 있다.

빅파마들도 신약 개발 기간이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미국 규제 당국의 허가가 엄격해지면서 허가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美 당국의 임상 개발부터 승인까지의 기간은 지난 10년 전(2013년~2017년)보다 약 1년이 늘었으며 신약 허가보완요청서류(CRL) 비중도 2018년(12%) 대비 2022년 31%로 큰 폭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신약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이 눈길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보유한 약물 전달 시스템(DDS)이 부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약물 전달 시스템은 필요한 양의 약물이 목표 부위에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약물 제형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치료 효능 강화, 부작용 감소, 환자 순응도 증진, 생체이용률 향상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제형을 설계해 약물치료를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약물 전달 시스템은 투여 경로에 따라 분류할 수 있으며 경구투여, 경피투여, 주사제, 폐 흡입, 눈과 점막 투여 등이 있다.

이와 관련 증권가의 긍정적 목소리도 들린다. 키움증권은 “약물 전달 시스템 기반 플랫폼은 이미 성공한 신약의 제형을 변경하는 것으로 성공 확률이 높고, 2상 생략이 가능해 상용화 시기 단축도 가능하다”고 했다.

제형 변경 임상은 기존 원료(API)를 변경하지 않아 2상을 생략할 수 있으며, 비교적 수월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1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나, 약물전달시스템을 활용한 제형 변경의 경우 4~5년이 소요된다. 기존 신약 개발 기간보다 제품 출시를 1/3 수준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약물전달시스템 관련 개발사로는 피하주사형(알테오젠, 셀트리온, 한올바이오파마), 경구투여형(셀트리온·라니, 삼천당제약, 디앤디파마텍), 장기지속형(한미약품, 펩트론, 제넥신·네오이뮨텍, 에이프릴바이오), BBB 투과형(에이비엘바이오, 나이벡), 고분자(레고켐바이오), 경피투여형(대원제약·라파스, 셀트리온·아이큐어) 등이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장기지속형제제 가운데서는 한미약품을, 피하주사형에서는 셀트리온과 알테오젠, 고분자에서는 레고켐바이오 등을 국내 대표 주자로 꼽고 있다.

한편, 글로벌시장 조사기업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310억 달러(약 269조7,000억 원)였던 글로벌 약물 전달 시스템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3,100억 달러(약 36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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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산 의약품 5개 美 FDA 승인 앞둬…실적 개선 기대감 선반영

FDA 신약 승인이 늘어나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모멘텀으로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기나긴 침체에 빠진 제약바이오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얼어붙었던 증시가 녹으면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도 활발해져 올해 신약후보 물질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은 1,800여 개 이상으로 알려져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국산 의약품이 FDA 승인을 가장 많이 받은 해는 2019년으로 약 9개였다. 이후에는 평균 1~2개만 승인됐다. 올해는 5개 이상의 승인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당초 이달 품목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됐던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IVIG-SN 10%)’는 지난해 12월 승인되면서 한달 가량 빠르게 허가 소식을 알렸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2월 면역글로블린 10% IVIG 미국 품목 허가를 신청했지만, 코로나19로 현장 실사가 불가해 허가가 지연됐다. 이후 지난해 4월 현장 실사를 완료, 같은 해 7월 미국 품목 허가를 재신청했다.

미국의 면역글로불린제제 시장 규모는 약 10조 원 규모에 이르며 평균 약 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다. 특히 IVIG-SN 10%는 미국 전체 면역글로불린제제 시장에서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품목허가를 통한 제품 출시로 녹십자는 그동안의 실적 부진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미국에서 알리글로의 기대 매출액은 2,500~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녹십자는 생산 및 판매 계획을 고려해 10% IVIG 제품을 우선 출시한 후 제품 및 제형을 확장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점차 높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1분기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 5월 HLB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등이 FDA 승인이 예정돼 있는 만큼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휴젤은 올 1분기 레티보의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8월 FDA에 미간주름을 적응증으로 50유닛·100유닛에 대한 품목허가를 재신청했다. 앞서 휴젤은 지난 2021년 3월과 10월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고배를 마셨다. 이후 회사 측은 해당 CRL 내용에 따라 공장 설비 및 일부 데이터ᆞ문헌에 대한 보완 작업을 완료하고 허가 신청서를 재제출했다. 일반적으로 FDA에 서류 제출 후 허가 획득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내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FDA 허가에 도전하는 HLB의 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은 오는 5월 16일 전까지 미국 허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3상을 마치고, 작년 5월 FDA에 간암 1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에 대한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FDA는 지난해 7월부터 리보세라닙을 간암 1차 치료제로 신약허가 본심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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