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직후 오리온 주가 23% 급락…시총 1조 ‘증발’
레고켐 영업 적자·R&D 비용은 오리온 측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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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김민지 기자]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를 인수하면서 바이오 사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인수가 오리온의 탄탄한 경영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레고켐바이오가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데다 오리온이 레고켐의 연구개발비용 지원 명목으로 현금 유출이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리온은 5,485억 원을 투입해 레고켐 주식 936만3,283주를 확보하고 레고켐바이오의 최대 주주가 된다. 오리온의 주식 취득 후 지분율은 25.73%다.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진다.

오리온은 레고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796만3,282주를 4,698억 원에 배정받으며,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 김용주 대표(120만 주)와 박세진 수석부사장(20만 주)이 보유한 구주 140만 주를 787억 원에 매입한다.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의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 29일이며,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을 계열사로 편입한다. 오리온은 이번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신사업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은 오리온의 바이오사업 진출 소식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오리온이 해당 내용을 공시한 지난 15일 장 마감 후 이 회사의 주가는 16~17일 이틀간 23% 하락했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1조1,000억 원이 증발했다. 레고켐바이오 역시 지난 16일 -4.74%의 주가 등락을 기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승자의 저주란 인수합병(M&A)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지나치게 큰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승자가 오히려 재무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레고켐바이오는 대표적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5년 8월 중국 포순제약에 ADC후보물질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10건이 넘는 ADC 관련 라이센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과 ‘LCB84’의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계약은 2조2,4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작년 성사된 건 중 가장 큰 규모다. 또한 현재 ADC 분야에서 개발 중인 신약만 4개가 임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문제는 레고켐이 다수의 기술이전 성과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영 성적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연구개발 비용으로 인해 영업 적자를 지속하는 것.

실제로 레고켐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2013년 이후 한 해를 제외하고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실적으로 봐도 2021년 277억 원, 2022년 503억 원, 지난해 3분기에는 55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K-IFRS 제1110호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분율이 50% 이하라도 실질 지배력이 있으면 연결 대상의 종속기업이 돼야 한다. 이에 레고캠을 자회사로 편입한 온리온의 이익 감소는 필연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만약 실질 지배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오리온 측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지분법 회계처리를 적용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즉 레고켐의 손익 중 지분율에 해당하는 부분이 반영돼야 함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오리온이 레고켐의 영업적자를 떠안아야 하는 데다 연구개발 비용으로 현금이 지출되면서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은 “오리온의 레고켐 지분율은 50% 미만이지만 레고켐에 대한 오리온의 실질 지배력 행사 가능성에 따라, 레고켐 손익에 대한 연결 회계 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만약 레고켐에 대해 연결 회계 처리된다면, 오리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 이상 하향 조정되면서 오리온 실적 가시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만약 레고켐바이오에 대해 지분법 회계 처리된다면, 동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에 대한 악영향은 없다”며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이 2~3% 정도 하향 조정되면서, 손익 측면의 악영향이 연결 회계 처리 대비 최소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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