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제언
비대면 진료 사업 프로토콜·불명확한 궁극적 목표에 공전만 계속
기존 커뮤니티케어·재택의료 시범사업 연계 방안 검토 필요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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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고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국회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불가한 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놔 주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비대면 진료 사업의 프로토콜과 불명확한 궁극적 목표에 공전만 계속되고 있는 만큼 현행 시범사업 범위의 선별등재 방식을 포괄등재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나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판교 제2테크노벨리 기업지원허브 창업존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비대면 진료는 의료 서비스 이용의 혁신을 일으켰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국민과 의사 모두 비대면 진료를 현명하게 이용했고 디지털 의료 서비스도 활성화돼 새로운 민간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편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많은 국민이 비대면 진료에 관해서 법 제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기되는 문제들을 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이슈와 논점을 통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각계 의견,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근거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제도 변화 적응을 위해 시범사업 계도기간을 운영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대폭 확대했다.

확대·보완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비대면 진료 대상자 범위를 질환에 관계없이 동일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로 확대했고, 의료취약지역 범위를 넓혀 응급의료 취약지(98개 시· 군·구)를 추가했다.

또 휴일 및 야간에 한해 기존 대면 진료 이력이 없는 초진인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처방 가능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전에는 비대면 진료 시 마약류, 오·남용 의약품 290품목만 처방할 수 없도록 제한했으나 확대된 모형에서 사후피임약을 추가했다.

정부는 이 외에도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 처방 규제와 관련해 오남용 방지 및 의약품 안전 관리를 위한 과학적 근거,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시범사업이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운영되면서 의료계와 약업계, 산업계가 저마다의 이유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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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醫·藥·産, 각자의 이유로 불만 ‘속출’

대한의사협회는 이용자의 편의성이나 산업적·경제적 활성화보다는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대면진료 원칙(비대면 진료는 보조 수단) ▲재진 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의 합의를 도출했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의사협회에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는데 미국의사협회 비대면 진료 권고안 등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춘 한국형 진료지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시범사업 보완 방안 발표 이후 휴일 및 야간 진료의 경우 초진 허용과 재진 인정 기간 기준 완화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일부 사업자단체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불참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의 52.4%가 ‘약 배송도 허용돼야 한다’고 답했는데 약을 받으러 나갈 수 있다면 비대면 진료도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비대면 진료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약업계는 서울시약사회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수가가 130% 인상된 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보조적 수단에 불과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보다 높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성분명 처방과 처방전 리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약사회는 약 배송 규제와 관련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약 배송이 허용되면 약국의 업무량 폭증 및 의약품 부족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 허용의 기준이 초진·재진 여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부정확하기에 보조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시범사업의 기본 전제라면 초진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추가적인 대면 진료를 연계하거나 지속적인 진료를 이행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질병의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에 있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1~3차 의료기관의 진료 기능 중 비대면 진료의 형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을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약 배송과 관련해서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까지 비대면으로 완료가 되어야 서비스 완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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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분명한 목표에 공전만 계속…‘포괄등재 방식 전환’ 제안

입법조사처는 이처럼 의료계와 약업계, 산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확정된 모형이 협의되지 않은 상태로 공전하는 이유로 사업의 프로토콜과 추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사용자의 편의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의 일관성이 결여되기도 하는 것”이라며 “현행 시범사업 범위의 선별등재 방식을 포괄등재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의 시범사업은 선별등재 방식으로 이러한 방식은 관련 진료사례의 조건을 모두 살펴보고 기준에 적절한지 판단된 경우만 비대면 진료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각 기준마다 이익단체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며 시범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입법조사처는 “포괄등재 제도의 형태로 바꾸어 중증질환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 진료가 불가한 상황을 제외하고 그 외는 광범위하게 허용해야 한다”며 “그에 맞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표준 진료지침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세세히 법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실행 주체의 장에게 재량권을 위임해 사업의 형태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나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는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의 질환 예방 활동에서 발견된 고위험군에 대해 1차 의료기관 중심의 중재가 개입된다면 사업간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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